2013년 2월호

‘3不 3行’과 ‘에코노베이션’의 힘

KT 동반성장 성과 가시화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입력2013-01-23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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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펀드 조성, 콘텐츠 제작시설·장비 싸게 임대
    • 세계 수준 앱 개발자 3000명 양성 계획
    • 2차 협력사 컨설팅 지원해 품질 75% 개선
    ‘3不 3行’과 ‘에코노베이션’의 힘
    올해 새롭게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이 ‘대통합’이라면 재계의 화두는 단연 ‘동반성장’이 아닐까 싶다. 세계적 불황으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사의 협력과 상생 발전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동반성장을 부르짖고 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곳은 아직 드물다. 그런 점에서 KT의 동반성장 정책은 눈여겨볼 점이 많다.

    KT는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후 다각적인 동반성장 정책을 펼쳐왔다. 공정한 거래와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협력사의 경쟁력을 키우고 이것이 다시 KT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함께 발전하는 것이 목표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한 3불(不) 정책과 소프트웨어 업계 활성화를 위한 3행(行) 정책은 대표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KT는 2010년 대기업의 좋지 못한 관행으로 지적받아온 △중소기업 자원 낭비 △아이디어 가로채기 △중소기업과의 불공정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3불 정책을 선언했다. 2011년에는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부흥을 위해 대기업이 해야 할 세 가지 일을 정해 ‘3행’ 정책을 실천했다. △‘용역’이 아닌 ‘가치’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구매하기 △소프트웨어업체의 경쟁력 강화 지원하기 △소프트웨어 업체에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 주기가 그것이다.

    1000억 펀드로 콘텐츠 제작 지원

    KT 관계자는 “현재 사내 정보시스템 통합 작업에 소요되는 소프트웨어를 가치 기준으로 구매한다. 마이스터고 출신 인력 양성 등 미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에도 적극 참여한다. 오픈 API(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의 함수) 플랫폼을 구축하고 개발 툴을 배포하는 등 소프트웨어업체의 세계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KT는 이런 정책으로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노력을 인정받아 2010년 중소기업대상과 2011년 소상공인 최우수기업 동반성장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콘텐츠업계 활성화를 위한 활동이 두드러졌다. KT는 회사가 보유한 역량을 지원해 개인이나 중소업체가 아이디어만으로도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자사도 함께 발전하겠다는 내용의 ‘콘텐츠 생태계와의 동반성장 전략’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이에 따라 5가지 방향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한 펀드가 탄생했다. KT는 콘텐츠 산업 동반성장과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기 위해 영상콘텐츠를 비롯해 애니메이션, 게임,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1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에는 올레TV와 위성방송 등에서 발생하는 그룹 내 미디어 관련 매출 중 2% 수준인 200억 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조만간 구체적 계획을 통해 투자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유료방송 가입자가 증가해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투자금액도 커지게 되며 펀드 운영 도중에도 외부 투자처 참여를 통해 펀드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한 인프라 지원도 확대됐다. 이에 따라 KT가 중소 콘텐츠 제작업체와 끼 있는 젊은이를 위해 설립한 올레미디어스튜디오의 쓰임새도 한층 다양해졌다. 올레미디어스튜디오는 방송 장비와 스튜디오, 종합편집실, 개인편집실, 녹음실 등을 일반 제작센터보다 20~30% 저렴하게 빌려주는 종합임대시설이다. 해상도가 높은 HD급은 물론 3차원(3D) 영상 제작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700여 편에 달하는 콘텐츠가 제작됐다.

    KT는 또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한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인 IPTV 안에 신인 등용문 채널을 마련해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작한 콘텐츠를 IPTV 고객에게 선보일 기회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신설하는 프리미엄 존은 시청률이 높은 중소 채널사업자에게 배정하고 있다.

    ‘3不 3行’과 ‘에코노베이션’의 힘

    에코노베이션센터 개소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앱 개발자들.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웹 사이트도 생겼다. 이 웹 사이트는 관련 분야 전문가 컨설팅과 인적교류 활성화 등 커뮤니티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KT가 운영하는 유스트림(실시간 인터넷방송 서비스)이나 숨피(영어권 한류정보 사이트)를 통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앱 형태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한·중·일 앱 마켓 교류 프로젝트인 오아시스(OASIS)를 통해 해외 진출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업무 관계자는 “콘텐츠 업체들과의 거래조건 혁신을 통해 윈-윈(win-win)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한 동반성장 ‘에코노베이션’

    KT가 2010년 3월 발표한 에코노베이션(Econovation) 정책은 스마트 환경에서의 동반성장을 이끌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앱 개발자 3000명을 양성하기 위한 이 정책은 서울 우면동과 선릉역, 서초동 지역에 있는 에코노베이션센터에서 담당한다. 에코노베이션센터는 모바일 앱 개발 환경을 조성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오픈 운영체계(OS) 기반의 모바일 앱 관련 기술을 지원한다. 전문가의 기술 컨설팅과 개발자의 기획·마케팅에 필요한 주요 시장정보도 제공한다. 아울러 테스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해외 주요 스마트폰 단말의 국내 개통을 지원하는 한편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전문가 그룹 간 온·오프라인 연대의 장을 만들고 있다.

    궁극적으로 모바일 생태계 조성이 목표인 에코노베이션센터는 앱 개발자의 작업 공간이자 입주개발팀 간의 네트워크 형성, 개발 프로젝트 공동 진행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까지 에코노베이션센터 3곳을 이용한 앱 개발자가 수만 명에 달한다. 에코노베이션센터는 초기 창업 단계를 거친 소규모 우수 개발사가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개발 공간을 장기 임대하고 펀드 투자 기회까지 제공하는 등 지원 분야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곳이 ‘개발자의 메카’로 불리는 이유다.

    또한 1인 창조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서울시, 경기도, 중소기업청, 생산성본부와 협약을 맺은 KT는 전국 30여 곳의 교육장에서 앱 개발 전문 교육프로그램인 ‘에코노베이션 스마트 스쿨’을 무료로 운영 중이다. 2007년부터 앱 개발 경진대회도 시행하고 있다. 어느덧 벤처업계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 잡은 ‘올레 벤처 어워드’와 애플리케이션 개발 대회인 ‘에코노베이션 페어’ 등은 숨은 인재 발굴과 앱 개발자 양성에 한몫하고 있다. 사업화와 해외 진출이 가능한 우수 앱 개발사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키우는 ‘아키텍트 프로그램’도 인기다. 여기서 선발된 팀은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전문가 컨설팅, 마케팅·홍보 지원, 사무공간 제공,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협력사와 함께하는 ‘벤더코칭’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사례 중에선 ‘벤더코칭(Vendor coaching)’ 제도가 대표적이다. KT는 2008년부터 1, 2차 협력사와 삼각 협력체계를 구축해 2차 협력사의 공정과 제품의 질을 개선하는 벤더코칭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벤더코칭은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품질향상 노하우를 전수하고, KT의 품질 컨설턴트가 정기적으로 컨설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T의 품질 컨설턴트는 한 달에 한 번, 2차 협력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1차 협력사의 직원은 한 주에 한 번 꼴로 2차 협력사를 방문해 컨설팅을 실시한다. 컨설팅 대상은 품질경영 일반, 자재 구매 관리, 시험 및 검사, 애프터서비스 및 기술지원 등 4개 분야의 90개 항목에 달한다.

    KT는 지난해 5월 협력사 25곳과 벤더코칭 협약식을 체결한 후 품질 개선계획을 수립해 그해 11월까지 7개월에 걸쳐 일대일 맞춤형 정기 컨설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차 협력사 23곳이 벤더코칭을 수료하는 기쁨을 맛봤다. 지난해 12월 13일 KT 분당사옥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2012년 벤더코칭 성과발표회’가 열렸다. 벤더코칭을 수료한 협력사 23곳은 평균 75%의 품질 개선율을 보였다. KT 관계자는 “벤더코칭을 통해 2차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과 자생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KT는 2008년 2차 협력사 5곳을 대상으로 벤더코칭을 시작했으며 2009년 6곳, 2010년 9곳, 2011년 15곳, 2012년 23곳으로 매년 대상 협력사를 확대하고 있다.

    권상표 KT 구매전략실장은 “벤더코칭의 우수한 성과를 발판으로 올해는 벤더코칭 참여사에 품질인증(IS0001 등) 취득을 지원하는 등 더욱 내실을 기하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기술력이 우수한 협력사와의 장기적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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