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호

겨울나무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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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님께

일러스트·박용인

한때 그는 세상을 향해 하염없이 불타오르던

열 살 스무 살 적 꽃단풍이었을 거외다.

푸르뎅뎅한 사랑을 끝내 저버리지 못한 채

마침내 젖은 낙엽으로 거리를 나뒹굴다가

저렇듯 곁가지들 하나둘씩 죄다 쳐내 버리고



그날 밤 그는 마냥 휘몰아치던 눈보라 속에서도

내사 흔들리지 않으리라, 더욱 다짐했을 거외다.



꽃 같은 울음 너머 서산마루에 해 떨어지고

잔설이 누워 있는 저 눈밭에 홀로 서서

팍팍한 세상사 뻑뻑하게 질러가기 위하여

설운 가슴 마다않고 잡목 숲이 되었던가.

가녀린 살과 곧추선 뼈 한 자루 따위로

이 엄동설한을 견뎌보겠다고 당신과 내가

그리 다짐했던 것은 말하자면 그대를 향한

그 얼마나 뼛속 시린 옹골찬 그리움 때문이었나.

이승철

● 1958년 전남 목포 출생
● 1983년 시 전문 무크 ‘민의’ 제2집으로 등단
● 작품집 : 시집 ‘당산철교 위에서’ ‘총알택시 안에서의 명상’ ‘세월아, 삶아’ 등, 산문집 ‘우리시대의 화두·58개띠들의 이야기’(공저) 등

● 現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총장, 화남출판사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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