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 초점은 ‘공약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 공직 혼란 가중시키는 무리한 개편 지양
- 공기업 부채 책임 따져 합리화에 나설 듯
- ‘투 트랙’ 대탕평 인사시스템 확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1월 6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식을 치른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정기획조정분과(이하 기조분과)는 인수위원회 각 분과의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부서다. 부처 업무보고를 받지 않는 대신 국정철학과 과제를 결정한다. 인수위 기조분과는 인수위 작업을 시작하면서 초안으로 △안전사회 구축 △지속가능 성장 △국민의 삶 향상 △글로벌 신뢰 네트워크 형성 △정부 역량 강화 등 5가지를 국정지표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은 인수위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정책보다는 고질적인 문제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법을 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에서 일을 벌이기보다는 자신의 공약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박 당선인이 후보 시절 발표한 각종 핵심공약에 눈길이 간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비전 선포식에서 3대 국정지표(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와 10대 공약(△가계부채 감면 △국가책임보육체제 △교육비 절감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년 연장과 해고요건 강화로 일자리 지키기 △근로자 삶의 질 향상 △국민 안심 프로젝트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지역균형 발전과 대탕평 인사)을 밝혔다. 이 내용이 고스란히 국정과제에 담길 공산이 크다.
인수위는 1월 말까지 국정철학과 국정 어젠다, 국정지표를 선정한 뒤 2월 초에 국정과제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정과제를 발표할 때는 우선순위와 로드맵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업무 인수 과정은 당선인의 공약 현실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4월 총선 전에 제시한 공약 52개 가운데 51개를 지켰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업무보고에서 인수위가 기획재정부에 공약 재정 마련 방안을 몇 차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부조직 개편은 국정기획조정분과뿐 아니라 인수위 전체의 가장 시급한 업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새 정부의 첫 조각(組閣)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1월 15일 정부조직을 현재의 15부2처18청에서 경제부총리제를 부활하고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2개 부(部)를 늘리며 특임장관을 폐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개편안을 발표했다.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이다. 김 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서 창조과학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려 한다”며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부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전담할 차관을 둬 정책을 총괄키로 했다. 김 위원장은 “ICT 관련 정책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전담함으로써 기술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할 것이고, 이를 위해 ICT 차관제를 도입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부활에 따라 국토해양부와 농수산식품부는 각각 국토교통부, 농림축산부로 명칭이 바뀐다.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은 지식경제부로 이관해 산업통상자원부로 확대 개편한다. 행정안전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의지를 담아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국민 먹거리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 의지를 담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하기로 했다.
한편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폐지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옮기며, 해양경찰청도 해양수산부 소속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밖에 중소기업의 중견 및 대기업으로의 단계적 성장을 촉진하고 중소기업 규제개혁 기능 강화를 위해 지식경제부의 중견기업 정책과 지역특화발전기획 기능을 중소기업청으로 이관키로 했다.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박근혜 정부는 17부3처17청으로 출범하게 된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은 오랜 의정활동과 국정경험을 통해 각 부처의 애로사항과 현장의 다양한 국민의견을 수렴해왔다”며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한 국민의 안전과 경제 부흥이라는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실천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조정분과의 또 하나의 임무는 인수위 전체 업무를 기획, 총괄하는 것이다. 기조분과가 부처 업무보고 양식에 공공기관 합리화 방안을 넣은 것도 관심을 끈다. 인수위는 MB 정부가‘민영화’와 ‘통폐합’의 프레임에 갇혀 우리은행, 산업은행, 인천공항 지분 매각 등을 하지도 못하고 해당 기관만 요란하게 들쑤셔놓은 걸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인수위 측 관계자는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산하기관에 대한 계획을 가져오면 그걸 보고 우리가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공기관의 순기능은 살리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공공기관의 조직개편보다 부채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국가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 공공기관의 부채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공기업 부채에 대해 사업별 구분회계를 통해 부채증가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부채 증가가 정부부처의 무리한 사업 떠넘기기 때문인지, 아니면 공공기관 자체 경영 부실 때문인지 가리겠다는 것이다.
▶ 정무분과 ◀
정무분과는 소관 부처가 많지는 않지만 청와대 국무총리 국정원 감사원 등 굵직굵직한 주요 부처가 몰려 있다. 정무분과는 인수위원인 박효종 간사와 장훈 위원이 모두 대선 때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고의 권력기관을 담당하는 정무분과에 정치인 출신이 아닌 학계 출신 2명이 위원으로 선임된 것도 눈에 띈다. 권력기관에 휘둘리지 않고 대선 때 추진했던 쇄신안을 밀고 나가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로 풀이된다. 인수위 정무분과는 정치쇄신안 중 인수위와 상관없는 정당 개혁과 국회 개혁을 제외하고 민주적 국정운영과 깨끗한 정부 두 가지 부분을 다룰 예정이다.
민주적인 국정운영의 핵심은 대통령의 권한 내려놓기와 대탕평 인사다.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과제다. 국무위원 3배수 제청권 보장 등은 당선인의 의지가 중요한 대목이지만, 국무총리가 국무회의를 사실상 주재하도록 하거나 국무총리실의 기능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정무분과가 마련할 수 있다. 정치쇄신특위에서 청와대 집무실을 이전하는 방안도 내놓은 만큼 이와 관련한 개편 방안도 관심 거리다. 박 당선인은 당시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겠다고 밝혔다.
대탕평 인사 확보 방안은 정무직 인사에 대한 당선인의 의지와 기회균등위원회를 통한 시스템 마련의 투 트랙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능력이 안 되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지 않고, 내각이나 공공기관장 등 3000명이 넘는 정무형 인사를 대탕평의 원칙에 의거해 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가 강해 인수위에서 검토할 일은 많지 않다.
정무분과 핵심 ‘기회균등위’
기회균등위는 정무분과의 핵심 어젠다다. 박 당선인은 공공부문의 공정한 인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미국의 고용균등위원회를 본떠 기회균등위 신설을 공약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가 주도해서 만든 이 위원회는 미국처럼 매년 공공기관별로 ‘인사균형지표’를 매기고 결과를 공개해 성별·학력·출신 지역·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차별 인사를 없애겠다는 게 취지다. 공약으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고용균등법을 만들어 인사균형지표 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상벌을 강제화하고 대상 범위를 공공부문에서 민간까지 점차 확대하는 방안도 쇄신위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깨끗한 정부의 핵심은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별검사제 도입이다. 독립성 보장을 위해 국회가 감찰관을 추천하도록 하고, 다양한 조사권도 부여하는 특별감찰관제도와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위해 상설특별검사제를 공약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의 역할 변화도 관심이다. 늘 오해를 받아온 국내 파트를 줄이고, 대북 정보 수집 업무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갈 공산이 크다. 국정원의 향후 기능은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의 역할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