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호

윤창중을 위한 변명

  • 정해윤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입력2013-01-23 0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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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7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여야 간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지 15년이 지났다. 이제는 정권 교체기의 한국적 전통도 발견할 수 있다. 뚜렷한 특징은 허니문 기간이 없다는 것이다. 대선 후 며칠간 조용하던 야당은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은 ‘정치적 창녀’ ‘반(反)대한민국 세력과의 대결’ 등 그의 칼럼 내용이나 대선 전 방송 발언을 임명 철회의 근거로 제시했고, 일부 언론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윤 대변인에 대한 비판은 이른바 보수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통합을 내세운 당선인이 그를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언론의 이중성

    진보 언론의 공세는 야권을 지지한 48%만을 국민으로 규정하는 특유의 진영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수 언론의 비판은 뜻밖이다. 정치란 말로 하는 전투행위다. 선거 기간에 말과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정치평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공영방송과 종편에서 특수를 누렸다. 진영의식이 뚜렷한 이들일수록 공격적 언어를 구사했다. 그동안 윤창중을 비롯한 이들 평론가에게 멍석을 깔아준 쪽은 다름 아닌 언론이다. 윤창중이 정말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면 그에게 그처럼 오랫동안 신문 지면과 방송 시간을 내어주어선 안 되었다. 이를 감안하면 언론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윤창중은 안 된다’며 점잖게 훈수 두는 자세로 돌변한 것은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이다.

    표현의 수준에서도 윤창중의 발언 중 가장 문제가 된 ‘정치적 창녀’ 표현은, “일단 벗고~수갑과 채찍을”이라고 한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나, 박근혜를 향해 “그년”이라고 한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의 막말 수준은 아니다. 이 두 의원이 공직을 맡고 있는 것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서 윤 대변인에 대해서만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이중 잣대일 수밖에 없다.



    윤 대변인의 경우 현재로선 일부 표현의 지나침을 제외한 다른 결격사유는 드러난 바 없다. 과격한 언사를 곧 극우(極右)로 정의하는 것은 논쟁의 본질을 벗어나 말투가 기분 나쁘다고 시비하는 것과 같다.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의 모습은 아직도 유권자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언론이 진정으로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박근혜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그의 말보다 대한민국 정부를 “남쪽 정부”라고 한 그의 사상이다.

    국격의 향상을 위해 정치권에 정제된 언어를 요구하는 것은 옳다. 윤 대변인은 이 점과 관련해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을 평가할 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사상의 건전성과 보편성일 것이다. 이에 따르면 윤 대변인의 말에 내포된 사상은 다소 논쟁적일지는 몰라도 반사회적이거나, 불건전하거나, 몰이성적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조용한 인수위’를 달리 보면…

    윤 대변인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고들 한다. 그가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에 대해 언론은 ‘불통’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소통과 알 권리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인수위를 조용히 운영해야 할 근거도 충분히 존재한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원칙을 지키는 데 일조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측근들에게 ‘2월 25일 취임 때까지 대한민국엔 이명박 대통령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고 한다. 과거 인수위가 점령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다.

    한국의 정권 교체기에는 두 개의 태양이 뜬다. 뉴스에서 현직 대통령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다. 우리 언론은 쏠림 현상으로 유명하다. 이에 따르면 조용한 인수위에 대한 불만은 일부 언론이 만들어낸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인수위 관련 뉴스가 지면과 방송시간을 도배하는 것이 더 문제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는 것일까. 지나고 보면 조용한 인수위는 정치문화 선진화의 한 과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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