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해자 명장의 디자인으로 만든 누비옷. 누비라고 해서 모두 두껍지는 않다.
2 아이가 신는 타래버선은 누비라야 제격이다.
3 경주 교촌마을에 있는 누비 전시장 겸 체험장에서.
누비
‘무기교의 기교’로 빚은 품격
사진·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글·한경심 한국문화평론가 icecreamhan@empas.com
입력2013-01-23 13:27:00
[성지연의 21세기 문화 뉴노멀 지도]
성지연 에세이스트
다가가는 것과 다가오는 것 사이는 낙차가 크다. 목적지를 정해야 했다. 오후 세 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해가 긴 날들이 이어졌다. 광장 끝에는 적색 건물이 모여 있었다. 나는 테라스가 있는 점포 한 곳을 가리켰다. 네가 간판을 읽…
오은경
소설 ‘러브 스토리’와 동명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에릭 시걸(Erich Segal)만큼 인생에 최선을 다한 사람이 있을까. 교육자,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저술가, 방송 해설자, 마라토너이자 편지 쓰기의 달인이었던 시걸은 1937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대인 랍비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걸은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재능이 꽃핀 것은 고등학교 시절 재닛 수스만이라는 동급생을 보고 반한 이후였다. 시걸과 같은 유대인 이민자의 후예였던 수스만은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제니퍼처럼 피아노를 전공했고,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으며, 몇 곡의 클래식을 작곡한 촉망받는 인재였다. 시걸은 그녀에게 고등학교 시절부터 꾸준히 편지를 썼다. 그런데 수스만은 제니퍼와 달리 대학을 졸업한 후 파리로 향했고, 시걸도 그녀를 따라 파리로 갔다. 우연히 수스만의 가족들과 만난 시걸은 다양한 삶의 궤적을 지닌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 아버지와는 러시아어로, 어머니와는 폴란드어로, 그리고 할머니와는 이디시어로 말하는 정성을 보였지만 그녀는 그다지 감동받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수스만은 1961년, 가까운 미래에 재계의 거물이 되는 또 다른 고등학교 동창과 결혼했다. 시걸은 신문에서 그녀의 결혼 소식을 접하고 쓰린 마음을 잠시 접어둔 채 축하 편지를 썼다. 그 이후로도 시걸은 간간이 그녀에게 편지로 소식을 전했다.
김채희 영화평론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개시됐지만 법적, 정치적 논란으로 분열과 갈등이 극에 달하는 양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과연 대통령 내란죄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이 입법권을 침해한 것은 아닌지 등 건건마다 법 해석이 다르다. 이를 이유로 윤 대통령은 소환도 거부했고 체포영장 집행도 불응했다. 각자 속한 진영과 처지에 따라 법 해석이 다른 이런 상태에서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재미 석학 신기욱(64)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도 이 점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