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호

김정은, 아버지보다 무기 더 팔았다

2012년 북한 군사장비 수출 실태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입력2013-01-22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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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일 어뢰 잠수정 등 3억 달러 넘게 수출
    • 시리아軍 ‘독가스 폭탄’은 북한과의 합작품
    • 베네수엘라에 ‘무기 쇼핑 리스트’ 제시
    2012년 4월 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태양절(김일성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첫 공개연설을 했다. 김일성의 말투를 흉내 낸 것으로 보였는데, 이따금 자신 없어 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하지만 군사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김정은의 표정이 갑작스럽게 밝아졌다. 신형 전차인 폭풍호와 자주포가 행진할 때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탄도미사일이 지나가자 환하게 웃으면서 옆에 있던 군부 인사에게 “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북한의 3대(代) 권력자는 지난해 무기 판매에 열을 올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정보당국이 작성한 ‘2012년 북한 군사장비 수출 실태’ 문건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무기 수출액은 3억 달러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 정권 마지막 해인 2011년 수출액 2억5000만 달러보다 20% 넘게 늘어난 것. ‘신동아’가 단독 입수한 이 문건은 “북한산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는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의 10개국 수준이며, 이란 시리아 미얀마와의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에서 무기를 수입하는 곳을 살펴보면 국제사회로부터 무기거래를 제한받는 국가, 옛 소련제 노후 무기를 보유해 ‘애프터서비스’를 못 받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국제사회가 유엔 제재 등을 근거로 무기 거래를 감시하고 있지만 불량국가 간 무기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시리아가 주요 고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대량살상무기·미사일 관련 품목 수출 통제, 화물검색 조치를 담은 ‘결의 1718’을 채택했다. 2009년 5월 2차 북한 핵실험 뒤엔 ‘결의 1874’를 채택해 압박 강도를 높였다. 조선원자력총국 등 8개의 기관 및 단체와 이제선 원자력총국장 등 5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안보리는 2012년 5월 은행 한 곳(압록강개발은행) 무역회사 두 곳(청송연합, 조선흥진무역회사)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소식통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무기 수출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북한이 무기를 수출할 때 경유지로 이용하는 중국 등의 소극적 태도 탓에 실질적 제재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미사일의 ‘베스트셀러’ 화성6호

    북한은 2012년 12월 12일 은하3호 로켓을 발사해 광명성3호를 지구 궤도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시위한 것이다. 정보당국의 문건은 “이란이 2009년 2월 발사에 성공한 사피르 로켓을 개발할 때 북한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한미(韓美) 정보당국은 북한이 은하3호 발사를 준비할 때는 역으로 이란 기술자가 지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란이 2009년 2월 사피르 로켓을 발사할 때 북한 기술자가 참관했다. 북한은 과거 중동국가가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할 때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은하3호의 3단 로켓은 북한이 이란에서 배워온 것으로 파악된다. 중동지역 군사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과 이란은 2000년대 초 미사일 협력에 합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1978년 옛 소련에서 스커드-D 미사일을 들여와 분해해서 역으로 설계도를 그려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역공학) 방식을 통해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1989년 사거리 500㎞의 화성6호, 1993년 사거리 1300㎞의 노동1호를 개발했다. 화성6호는 지금껏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커드 계열 미사일이다.

    화성6호를 비롯한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지금도 북한의 베스트셀러다. “북한은 각종 미사일과 미사일 관련 물자, 어뢰·잠수정 등 해군무기, GPS 교란기 등 전자전 장비, 통신장비를 주로 수출한다”고 문건은 밝힌다. 한국과 같은 정상적인 국가는 불량국가에 수출하지 못하는 장비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이단아로 암약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월 8일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공군기지 인근으로 옮겨 유사시 2시간 안에 사용하게끔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반군(자유시리아군)의 공세에 밀린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리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온다. 시리아 정권이 독가스 폭탄으로 최후의 도박에 나설 소지가 있다는 것. 문건은 “시리아 정부군이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스커드 계열 미사일, 생화학 무기, 재래식 무기 상당수가 북한과 1990년대부터 협력해온 결과물”이라고 적시한다. 미국은 무기수출통제법, 이란·북한·시리아 비확산법 등을 토대로 북한과 시리아 간 무기 거래를 감시하고 있다.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북한의 무기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저가 공세를 펼치는데다 내전이나 분쟁을 겪고 있어 무기 조달이 시급한 국가 등의 정세 요인을 잘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3국에 생산공장 세우기도”

    북한은 베네수엘라에도 어뢰와 GPS 교란장비를 수출했거나 수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과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2010년 3월 26일 북한 잠수정이 백령도 근해에서 경비 중이던 천안함을 기습공격해 46명이 전사했다. 정보당국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정보를 취합하던 그해 4월 한 건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군 당국이 베네수엘라 정부에 제시한 ‘쇼핑 리스트’가 그것이다. 이 목록엔 GPS 교란장치, 방사포 등 북한 무기의 제원, 단가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폭침 이후 거론된 항적추적 어뢰도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의 침공을 방어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오일달러를 쏟아 부어 군사력 강화에 나섰다. 북한의 ‘쇼핑 리스트’가 건너간 2006년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기 금수(禁輸)조치를 내려 차베스 대통령이 군사력 강화에 곤란을 겪기 시작한 때다.

    소식통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무기 수출 제재를 회피하는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당 기계공업부, 정찰총국 등 무기 생산 및 수출 기관은 다수의 무역회사, 복수의 위장 명칭을 내세워 무기를 거래한다. 완제품을 수송할 때는 중국, 싱가포르 등 제3국을 거쳐 우회하거나 화물송장에 품목을 허위기재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무기를 구입하는 나라에 공장을 세운 후 제3국에서 위장회사 명의의 부품을 들여와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도 운용한다.

    문건은 “북한의 향후 무기 수출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미얀마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북한과의 불법적 무기 거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요 고객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 붕괴할 경우 북한의 무기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미사일 발사로 인해 추가적 대북 제재가 추진되면 북한 무기 관련 물자의 운송·조달 장소로 이용돼온 중국도 더는 방관만 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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