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호

‘중간재’ 시대는 끝 중국 소비자를 유혹하라!

위기의 중국 특수

  • 박래정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copark@lgeri.com 정성태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st@lgeri.com

    입력2013-01-18 16:0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중국이 주는 ‘부가가치 창출효과’, 2004년 이후 내리막길
    • 소비 중시 중국경제, 한국엔 ‘위기’
    • 기술격차 벌리고 제품력·마케팅·유통 역량 키워야
    ‘중간재’ 시대는 끝 중국 소비자를 유혹하라!
    중국이 서해 건너편이 아니라, 유럽이나 미주대륙 부근에 있었다 치자. 이렇게 많은 한국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 조업할 수 있었을까. 저임의 풍부한 노동력, 외국자본에 대한 파격적인 혜택 등은 한국기업이 너나없이 중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중요 배경이지만, ‘지근거리(至近距離)’가 아니었다면 중국행은 쉽지 않았을 터다. 오히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의 저가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공산이 높다.

    한중 간 끈끈하게 짜인 현재의 분업구조도 물류비용이 대만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저렴했기에 가능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인천~베이징의 비행거리는 베이징~상하이보다 훨씬 짧다. 전남 광양~상하이의 뱃길은 상하이~충칭(重慶)의 절반이다. 물류비의 중요성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중국의 수많은 저임 연해 거점 중에서도 유독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산둥(山東)성에 많이 포진해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천혜의 경제지리적 우위 덕택에 1990년대 들어 토지 및 인건비 상승으로 도산위기에 몰렸던 한국의 많은 노동집약형 기업이 생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중국이 제공한 글로벌 최저가 생산거점에서 한국산 부품과 원자재를 투입, 최종제품을 생산해 미국 유럽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이른바 ‘중국 특수’를 누려왔다. 제품은 중국 항구에서 세계로 나가지만 상당한 부가가치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시장’으로 변모해가는 지금도 이 같은 특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제품의 최종 목적지가 중국시장으로 변해갈 뿐이다.

    이밖에 중국산 농산물이나 공업제품 역시 국내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해온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경제가 누려온 중국 특수는 크게 ▲중국향(向) 수출품이 국내에 떨어뜨리는 부가가치 ▲중국산 수입품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안정 효과로 양분된다. 다만 중국산 수입품은 국내 부가가치를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효과 또한 있다.

    이 보고서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제품이 한국에 남기는 부가가치 분석에 집중해서 쓰고자 한다. 우선 중국 특수의 변화 양상을 자세히 살펴보자.



    ‘중간재’ 수출 많아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으로 돌아선 이후 한국의 대중 수출은 급격히 늘어왔다. 1980년 1500만 달러에 불과했던 대중 수출액(본토 기준)은 2011년 1342억 달러, 2012년 1222.9억 달러(1~10월)로 연평균 34%씩 증가해왔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12%씩 증가했다는 점과 비교해도 ‘중국 효과’를 간단히 짐작할 수 있다.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상승해왔다. 1980년 0.1%였던 대중국 수출비중은 1992년 수교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2000년 11%, 2012년 24%로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1980년 이후 국가별 수출 비중에서 미국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2003년 이후엔 중국이 더 높아진다. 특히 중국이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린 2003년과 세계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중국 정부의 재정투자가 크게 확대된 2009~2011년에 대중 수출 비중이 3%p나 급상승했다.

    대중 수출의 성격 중 부가가치 면에서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하는 점은 ‘어느 정도의 가공을 거쳐 수출되는가’이다. 2011년의 경우 부품부분품-반제품-소비재-자본재-1차 산품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곧바로 소비나 투자에 쓸 수 있는 제품보다 중간재의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이다.

    반제품의 비중은 2001년 57%에서 꾸준히 하락해 36%(2011년) 수준이며, 부품부분품은 25%에서 49%까지 상승했다. 소비재는 2000년부터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11~12%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자본재는 2000년대 후반부터 3~4% 내외에서 정체 내지는 하락하는 추세이다.

    소비재 비중이 최근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산에 투입되는 중간재인 반제품과 부품부분품의 비중이 84.3%(2011년)로 매우 높다. 이 사실은 한국이 중국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고객가치를 제공하기보다는, 중국에서 조업하는 기업(한국기업 포함)에 기여하는 비중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떠오르는 중국의 소비재 시장이나 해외시장을 겨냥한 중국 내 기업에 수출함으로써 시장 성장 기회를 간접적으로 활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 제조’ 부가가치 크지 않아

    이런 대중 수출의 성격이 한국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일본이나 대만 기업들도 원가경쟁력이 뛰어난 중국에서 생산거점을 육성해왔고, 그 결과 일본이나 대만의 대중 수출에서도 중간재 비중은 매우 높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은 물류비 부담이 큰 까닭에 중국 내수시장용 생산거점을 세운 뒤 중간재를 들여오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대중 수출품을 산업별로 나눠보면 전기전자 제품 비중이 가장 높다. 2001년 30%에서 10년 만에 47%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전기전자 수출품 역시 가공단계로 분류해보면, 최종소비재(14.2%)보다 부품부분품의 비중(83.3%)이 압도적으로 높다(2011년 기준). 한국산 중간재가 중국 현지 조립라인에 투입돼 최종 완성된 뒤 중국시장은 물론, 제3시장으로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비중이 높다. 전기전자 다음의 주력 수출 품목은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17%)이며, 이밖에 석유류 제품과 자동차, 조선 등 수송기계가 각각 10%, 8%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중간재’ 시대는 끝 중국 소비자를 유혹하라!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옮기면 국내의 부가가치가 그만큼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 내 노동이 중국 노동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2001~2010년 한국의 대외 직접투자 중 중국으로 흘러간 금액은 모두 268.4억 달러로 전체 금액의 19.8%였다.

    중국으로의 이전은 산업발전 단계에 비춰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대개 가치사슬 중 부가가치가 낮고 경쟁이 치열한 부분을 중국으로 옮기고, 국내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전체적인 가치사슬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가치사슬을 추적한 여러 연구를 보더라도 전체 부가가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주요 부품 생산국인 일본, 마케팅을 책임지는 미국 등의 몫이 훨씬 크다.

    애플이 판매하는 아이팟(iPod)과 레노보가 판매하는 노트북 PC를 예로 들어보자. 2008년 연구에 따르면 아이팟 판매가격 299달러 중 중국 내 조립비용은 4달러에 불과했다. 1479달러에 팔린 Think Pad 노트북의 경우 중국 내 조립비용은 21.86달러였다. 판매가에서 조립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부가가치는 부품업체, 디자인, 유통업체 몫으로 나뉘어 흘러갔다. 이들 기기에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한국은 대중 수출로 부가가치를 남기는데, 그 부품을 생산하는 데 일본산 소재와 장비가 들어가는 만큼 한국 생산에서 유발된 부가가치의 일부는 다시 일본으로 이전된다.

    이처럼 생산과정이 단일 경제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 걸쳐 나뉘어 있기에 대중 수출금액이나 물량만으로 부가가치를 따질 수 없다. 한국이 중국에 보내는 제품의 최종 소비지역도 따져야 하고, 한국 내 생산 시 부가가치의 분배 경로도 살펴봐야 한다. 이 보고서는 우선 한국산 대중 수출품이 중국에서 최종적으로 소비되는지, 아니면 중국에서 재수출되는 품목에 투입되는지 나눠 분석해봤다.

    금융위기 직후 성장 90% 중국의 기여

    중국을 둘러싼 산업 간 가치사슬을 잘 보여주는 객관적 데이터는 국제 간 투입산출표(input-output table)이다. 1995~2009년 작성된 세계 40개국의 공급-사용(supply and use) 표를 이용해 한국-중국 간 투입산출표(input-output table)를 만들었다. 40개국엔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중국산 수출품의 주요 목적지인 미국과 유럽국가들 역시 포함돼 있다. 이 투입산출표를 바탕으로 한국경제의 총 부가가치 중 중국의 내수, 투자, 수출 수요에서 비롯된 부분을 추려낼 수 있다.

    우선 최초 분석 시점인 2000년, 중국의 최종수요 한 단위는 한국에 0.0104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이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2004년 0.0138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해 2009년엔 0.01로 주저앉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중국에서 1000달러어치의 최종수요가 일어나면, 2000년에는 한국에 10.4달러, 2004년 13.8달러, 2009년 10달러만큼의 부가가치가 창출됐다는 뜻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작아지는 것은 ▲중국 산업기술의 발달로 한국산 제품을 대체하는 중국기업 제품이 생겨나고 있거나 ▲한국기업의 생산거점 이전 등이 작용한 때문일 것이다.

    이제 중국의 최종 수요를 소비, 투자, 수출로 나눠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살펴보자. 중국 소비수요의 한국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2000년 0.0081에 이어 마찬가지로 2004년 최대치(0.0099)를 찍은 뒤 2009년 0.0065까지 내려갔다. 투자의 경우 같은 시기 각각 0.0129→0.0184→0.0128 등으로 비슷한 추이를 나타냈으나, 소비보다는 창출효과가 컸다. 최종수요 중 한국에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남긴 것은 역시 중국의 수출 수요였다. 세 시기에 걸쳐 0.0152→0.0174→0.0127로 나타나 소비 창출효과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중국의 한국산 최종재에 대한 수요 한 단위 증가는 한국에 0.6366→0.6200→0.5892 정도씩 부가가치를 남겼다. 한국 최종재에 대한 한 단위 수요 증가가 한국에 60% 정도의 부가가치밖에 남기지 못하는 것은, 그 최종재 생산에 일본 등의 장비나 소재가 쓰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세계화가 진전되고 다국적 가치사슬이 형성될수록 이 같은 추이는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중국 수요가 한국에 발생시킨 부가가치가 역사적으로 한국의 총 부가가치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 살펴보자. 즉, 대중 수출품이 국내에 발생시킨 중국 특수가 당시 한국 GDP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비교해본다.

    한국의 GDP가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중국으로 수출해서 벌어들인 부가가치가 5라고 한다면 중국의 기여율은 5%가 되고, 그 다음해 한국의 GDP가 110이 됐는데 중국의 기여율이 8%가 됐다면 GDP 증가율 10% 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가 된다. 중국을 통해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00년 2.51%였으나 2005년에는 4.4%, 2009년에는 6.54%로 10년 사이 2.5배 정도 늘었다. 부가가치 유발계수는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우리나라에 창출되는 부가가치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간재’ 시대는 끝 중국 소비자를 유혹하라!
    같은 기간 중 증가한 부가가치, 즉 경제성장률로 환산하는 경우 2001년 대중국 수출의 우리 경제 성장률 기여율은 6%, 2005년 10.6%에 그쳤으나, 2008년 75%, 2009년 298%에 달했다. 2008년과 2009년을 합할 경우 성장의 90%가 중국의 기여로 설명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선진국의 수입수요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의 비중이 높아졌고,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상대적으로 견조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에 의한 부가가치 유발 비중을 각 수요부분별로도 분해할 수 있다. 부가가치 유발에서 가장 큰 부분은 투자다. 이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6.7%, 2005년 44.6%, 2009년 49.9%로 상승하는 추세다. 수출의 경우에도 그 수치는 15.8%, 21.7%, 22.2%로 역시 증가하고 있다. 반면 민간소비의 비중은 낮아져 각각 46.5%, 32.3%, 26.8%였다. 이는 전체 중국의 GDP 중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산업과 연관성이 낮은 부분이 성장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시장 커져 ‘적신호’

    향후 10년 한국의 중국 특수는 기본적으로 중국경제의 변화 방향에서 구해야 할 것이다. 중국경제는 전임 후진타오 시대까지 30년에 걸친 고도성장을 구가했지만, 이제 ‘안정성장’ 국면이 불가피하다. 성장을 이끌어온 인구 보너스가 소멸되고 있고, 자본수익률이 하락하면서 투자 열기가 누그러졌다. 대외여건도 불투명하다. 글로벌 경제가 선진국 경제의 침체 장기화로 저성장 기조가 완연한 데다 중국산 제품을 견제하려는 보호주의 움직임이 드세지고 있다.

    향후 10년간 지속될 시진핑 지도부의 정책 방향은 크게 ▲경제체제 개혁 ▲산업경쟁력 제고 ▲경제구조 전환 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다시 최종 수요 및 성장산업의 관점에서 구체화하면, 1) 최종수요에서 소비의 비중이 높아지는 반면 수출 및 투자 비중 감소 2) 서비스산업, 특히 사회복지 및 도시생활 서비스의 확대 3) 노동집약적 전통산업 비중의 감소 4) 지역적으로 중부 내륙의 최종수요 비중 증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향후 중국 특수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중국경제가 2020년까지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최종수요 구성에서 소비 비중이 매년 1%p 상승하는 반면 투자 비중과 수출비중은 각각 0.5%p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2020년 중국경제의 최종수요 규모는 2009년 7조1000억 달러보다 두 배 이상 커진 15조 달러가 되며, 이 중 소비와 투자, 수출은 각각 55%, 34%, 11%가 된다.

    만약 ‘중국 최종수요 항목별로 한국에 남기는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2009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2020년경 한국이 중국에 수출해서 남기는 부가가치는 대략 1600억 달러가 될 것이다. 2020년까지 경제성장률이 3%를 유지하는 경우 한국의 GDP는 1조1500억 달러이며, 이중 대중국 수출에 의한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2.1%에 달해 2009년의 두 배에 달하게 된다. 이를 2020년의 연 성장률 기여율로 환산하면 28.6%에 달한다.

    이는 단위당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큰 수출 투자의 비중이 줄고, 소비의 비중이 늘어난 ‘구성비 변화’의 결과다. 중국 특수는 해가 갈수록 위축되는 셈이다. 가정과 달리 중국 최종수요의 대(對)한국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지금까지의 추세처럼 줄어든다고 한다면 중국 특수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위에서 중국경제가 연평균 7%씩 성장한다고 가정했다. 이는 중국경제의 구조개선이 투자 및 수출 확대보다 소비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도 전반적인 성장동력이 훼손되지 않는다는 가정과 마찬가지다. 지난 3, 4년을 돌이켜 볼 때 향후 경제구조 개선 과정에서 성장률은 다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최종수요 전체 규모의 신장세가 낮아진다면, 한국의 중국 특수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류 특수’ 지속 여부 미지수

    두 번째로 산업구조 변화의 영향을 살펴보자. 대표적인 변화는 서비스산업의 비중 상승이다. 2009년 43%대에 머물던 서비스산업 비중은 2020년엔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도시화는 주거, 전기, 용수, 도로망 등 도시형 인프라와 교육, 문화, 의료 등 생활서비스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아울러 민생보장 차원에서 각종 사회보험 보장 영역도 크게 확충될 것이다.

    반면 이제까지 한국 특수가 집중됐던 제조업, 그중에서도 전기전자 제품 산업의 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7대 신흥산업은 대부분 첨단기술, 신소재 기반으로 몇몇 분야를 제외하면 한국의 경쟁우위가 뚜렷하지 않다. 노동집약적 산업은 이미 11차 5개년 규획 기간(2006~2010년)부터 정책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시작했고, 화공 철강 등 전통 기간산업도 규모의 경제, 환경보호, 에너지 절약 등을 기준으로 통폐합하고 있다.

    문제는 서비스산업의 특성상 한국과의 부가가치 연결고리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의 대중 수출 외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지한파 중국인들 사이엔 혐(嫌)한류 정서도 만만치 않은 만큼, 한류 특수가 오랜 기간 지속될 지도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중국 서비스시장에 ‘거주자’로 참여한 한국기업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중국 특수를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상품교역이 수반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수입, 자문료 등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수입, 이익의 과실송금 등이 유력한 중국 특수 이전 방법일 것이다.

    셋째, 지역적으로 중부 내륙의 성장동력이 강화되는 것은 한국의 중국 특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동부 및 남부 연해 지역경제가 수출 및 투자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려온 반면, 중서부 지역은 경제지리적으로 소비의 성장기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권역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전체에서 중부 내륙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질수록 전체적으로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높아진다는 의미이며, 이는 한국의 중국 특수 키우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국의 경제 대국화가 진행되면서 한국경제에 미치는 구심력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만 머물러 있다면 한국이 중국 특수를 유지하기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내수시장과 유리된 경제특구나 경제기술개발구를 통해 한국기업들은 수출조업을 하게 되고, 이는 본국에 남겨놓은 가치사슬과 연계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내수시장의 잠재력이 발현될수록 한국기업은 시장에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 요체는 원가경쟁력 및 시장 적기 대응력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더 많은 한국 기업이 더 중요한 부가가치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게 된다. 해당 기업의 전체 가치사슬 중 한국에 남기는 부분은 줄어들 것이다.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진행된 한국 중소기업들의 중국행은 국내에 ‘제조업 공동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렇다고 기업에 여전히 원가경쟁력이 개도국 못지않고, 생산집적 효과가 높은 중국 생산거점을 포기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성을 약화시키는 선택일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접근법은 중국으로 이전하지 않고도 중국기업들과 경쟁하거나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다. 핵심 기술이나 소재가 내재화한 부품이나 중간재 분야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첨단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자동차 엔진의 핵심 제조역량처럼 중국 산업체인에 투입되는 ‘블랙박스’를 여러 분야에서 육성하고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전자업체가 반면교사

    2000년대 중반까지 글로벌 최강이었던 일본 전자기업들은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첨단 부품이나 원료를 내재화하지 않고 시장에서 유통시키는 바람에 한국 대만 등 후발기업에 따라잡힌 전례가 있다. 적절한 내재화를 통해 차세대 연구개발(R·D)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기술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격차가 곧 중국 특수를 발생시키는 연결고리다. 중국 정부도 2000년대 중반부터 자주창신(自主創新)에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R·D 규모가 작은 한국으로선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될성부른’ 분야에 연구개발 자원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해법은 중국경제의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중국의 최종수요가 한국에 떨어뜨리는 단위당 특수는 줄지만, 최종수요 증가율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따라서 중국 내에 가치사슬을 적극적으로 옮겨, 그곳에서 얻는 가치를 한국으로 옮겨올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미 많은 한국기업이 중국 로컬기업과 합작 및 합자기업 형태로 진출해 있다. 그동안 라이선스 요금, 수출 대행료 등 상품교역 이외의 방법으로 투자 과실을 이전하곤 했으나 갈수록 여의치 않다. 특히 중국 서비스시장은 외자의 단독 진출을 불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투자이익을 송금하는 게 거의 유일한 부가가치 이전 방법이다. 향후 한중 FTA 협상에서 이 점은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접근법은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게 될 소비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앞서 지적했지만, 대중 수출품에서 최종 소비재 비중은 10.8%(2011년 기준)에 불과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소비시장 확대에 대비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이 한국기업의 화두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소비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지 못한다면, 떠오르는 중국시장은 ‘그들만의’ 시장이 된다는 뜻이다.

    최종 소비재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침투율을 높이는 가장 주요한 과제는 ▲제품 경쟁력 향상과 함께 ▲유통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국산 제품이 비슷한 기능과 품질로 중국산 제품보다 저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산의 제품 경쟁력은 탁월한 기능과 품질에 한국산만이 줄 수 있는 감성적 고객가치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한국기업은 일본이나 대만계 기업보다 중국 내수 유통시장에 대해 정보도 제한돼 있고, 시장진출도 늦었다. 최근 불기 시작한 온라인 유통 등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중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중국산 수입품 탓에 줄어드는 부가가치 부분이다. 대중 수출액의 증가세만큼 중국제품 수입액도 크게 늘어왔고, 한국 내 부가가치 증가세에 부정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산 수입품을 가공 단계별로 나눠볼 때 소비재의 비중이 31.3%(2011년)로 추세적으로 상승해왔다는 점이다. 국내 소비자의 중국 제품 의존도가 점차 심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품목별로 살펴봐도 과거 중국산 제품의 주종을 이뤘던 섬유류의 비중이 8%대까지 떨어지고, 대신 전기전자, 화공, 석유류, 수송기계, 철강 등 한국의 주력산업 제품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중국 특수를 유지하고, 중국과 효율적 분업구조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국기업에 국내의 부가가치를 빼앗기지 않는 ‘방어’의 중요성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