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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재구성 ⑦

왜 그녀의 후손은 범죄자가 되었나

우생학·골상학의 시대

  • 이창무│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형사사법학 jbalanced@gmail.com

왜 그녀의 후손은 범죄자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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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녀의 후손은 범죄자가 되었나

독일 나치 정부의 탁아소.나치는 아이들에게 “우성·열성인자를 가진 민족이 따로 있다”고 가르쳤다.

헨더슨 같은 우생학적 주장을 내놓은 이들의 시각에선 범죄를 저지를 소지가 크다고 판단되는 누범자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국가와 사회에 커다란 비용을 부담시키는 일종의 재앙이었다. 쉽게 말해 애더 주크 한 명만 불임시켰으면 범죄자 후손들로 인해 발생한 수백만 달러의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며 정부가 그 예산을 다른 필요한 곳에 썼다면 훨씬 큰 효용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범죄가 유전된다는 주장은 우생학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그리스어로 ‘잘 태어난’이란 어원을 가진 우생학(eugenics)이란 용어는 영국의 프랜시스 골턴이 1883년 처음 고안해냈다. 우생학은 더 우수한 인류를 만들고자 유전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열악한 유전인자를 가진, 즉 결함을 가진 사람을 결정하는 인자가 무엇인지를 집중 연구한다. 이 같은 우생학적 관점에서 20세기 중반까지도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정신질환자 등 열성인자를 가졌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강제로 불임시키는 단종법(斷種法)을 은밀하게 실시한 바 있다. 싱가포르 같은 국가는 지금도 공공연하게 우생학적 관점에서 불임을 강요한다.

우생학은 19세기 후반 유럽 정서를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이즈음부터 유럽에서 진화론이 득세했다. 진화론은 당시의 자유방임적 시대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기에 단지 생물학뿐만이 아니라 사회현상 등 여러 곳에 적용됐다. 허버트 스펜서로 대표되는 사회다윈주의(Social Darwinism)도 그중 하나다.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것이 적자생존 법칙에 위배된다는 사회다윈주의의 주장은 진화론에 편승해 꽤 먹혀들었다. 좋은 종자만 골라 키우자는 우생학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설 만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던 것. “인간은 스스로의 진화에 책임이 있다”고 한 골턴의 말대로 우생학자들은 육종가가 원하는 형질을 선택적으로 강화하는 것처럼 인간도 인위적으로 개량할 수 있다고 봤다. 마치 정원의 잡초를 뽑아내야 꽃이나 나무가 잘 자라듯 열등한 인간의 번식을 막아 인류의 퇴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게 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위험했지만 호응 또한 대단했다.

환경 영향 간과한 결론

미국에서 헨더슨 등이 우생학적 주장을 강하게 편 데는 19세기 말부터 미국에 몰아닥친 이민 열풍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남유럽과 동유럽 등지에서 밀물처럼 건너온 이민자는 거의 대부분 구교도였고 음주 문화에 관대했다. 그렇다보니 도시에서 술주정을 하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이들은 주류 기득권 계층보다 교육 수준이나 경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변변치 않고 생계가 고단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터 잡고 살아온 프로테스탄트 처지에서 볼 때는 심각한 문제였다. 당시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대놓고 우생학적 주장을 지지한 데는 이런 사회적 배경이 깔려 있다.



물론 헨더슨은 “이민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명 생활을 할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의 이민을 허용하지 말자는 것일 뿐이며 불임 정책이 실현되면 더 많은 사람이 훨씬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그를 비롯해 당시 우생학적 관점에서 범죄의 유전성을 강조하고 불임 정책 등을 밀어붙인 학자들 사이에는 미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폭넓게 퍼져 있었다.

또 다른 우생학적 범죄이론가 헨리 고다드 역시 강제 불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누범자는 물론 지적 장애인이나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후손을 갖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다드 역시 헨더슨처럼 실증적 근거를 제시했다. 덕데일이 주크의 후손을 조사한 것처럼 고다드는 마틴 칼리캑의 후손을 중점 조사했다. 칼리캑은 미국 독립전쟁에 참전한 명망가인데, 첩을 두고 있었다.

고다드는 퀘이커교 신자인 본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하녀 출신 첩이 낳은 자식들을 비교했다. 본처가 낳은 자식들의 후손은 대부분 유복한 생활을 이어갔고 범죄와의 관련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첩이 낳은 자식들의 후손 중엔 범죄자나 사회 부적응자가 많았다. 고다드는 아버지가 같더라도 어머니의 유전인자가 범죄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고다드는 얼굴 생김새만으로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식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다드의 조사에는 문제가 많았다. 우선 칼리캑이란 사람의 존재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 칼리캑은 고다드가 사용한 가명인데, 실존 인물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실존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본처와 첩의 자손이 훗날 다르게 성장하는 것은 유전적 문제라기보다는 환경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학문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없었다.

이는 주크의 후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후손 중 상당수가 범죄자가 된 것은 주크의 범죄 성향이 그대로 전해져서가 아니라 자식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혀 있는데 어떻게 자식을 제대로 돌볼 수 있겠는가. 방치된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교육받을 기회를 갖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어른이 된 이들이 그럴듯한 직업과 생활수준을 가질 리 만무하다. 그래도 결혼은 할 테고 또 자식을 낳게 된다. 생계 수단이 막연하다보면 결국 범죄의 길로 접어들기 쉽고 대를 이어 범죄자가 될 소지가 크다. 빈곤과 함께 범죄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가 대를 이어 유전된다고 단순하게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범죄의 유전 효과를 정확하게 입증하려면 환경 등 다른 개입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한 채 오로지 유전적 요인의 효과만을 보여줘야 한다. 더욱이 최근 뉴욕주립대 도서관에서 발견된 당시 기록에 따르면 덕데일이 범죄자로 분류한 사람 중 상당수는 범죄자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일부는 당시 꽤나 명망 있는 인사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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