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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 경제인맥으로 재벌-中企 투 트랙 줄타기

박근혜 당선인의 재벌개혁 본심은?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광폭 경제인맥으로 재벌-中企 투 트랙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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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경련에선 재벌 군기 잡았지만…
  • ● 인수위 경제·고용·복지분과 보수 성향 일색
  • ● 청와대-내각 인사도 같은 기조?
광폭 경제인맥으로 재벌-中企 투 트랙 줄타기

지난해 12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전경련회관에서 대기업 회장단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저만 웃고 찍는 것 같네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찾아 기념촬영을 할 때 재벌 총수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러자 박 당선인이 던진 농담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 기간 재벌을 압박하는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세웠다. 이날 전경련 방문에서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통 분담에 나서달라” “글로벌 해외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야지 우리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영역을 뺏어선 안 된다”는 경고를 쏟아냈다. 비공개 간담회에선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대기업 신규 순환출자 금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놓고 긴장이 흘렀다고 한다.

자존심 상한 전경련

전경련 처지에선 자존심이 상한 날이었다. 박 당선인은 당선 후 처음으로 경제단체를 순회하면서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단체연합회→전경련 순으로 방문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첫 번째 외부 활동으로 전경련을 찾은 것과 비교된다. 당시 현대건설 회장 출신 대통령당선인과 재벌 총수들의 첫 만남에선 오찬을 겸한 2시간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 반면 박 당선인이 전경련에 머문 시간은 40분에 불과했고 분위기도 냉랭했다.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해서 제가 제일 먼저 왔어요.” “당선된 순간에 여러분(소상공인) 생각이 제일 많이 났습니다.”

전경련에 앞서 방문한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단체연합회에선 달랐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9988’(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 수가 99%, 전체 근로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가 88%)이라고 하니 더 말할 필요 없다. 9988이면 다잖아요.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조연이 아니라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들의 박수와 웃음이 쏟아졌다. 박 당선인은 “소상공인 여러분이 우리 사회의 뿌리이자 민생의 바로미터다. 여러분이 ‘하하’ 활짝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의 소원”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설치 등 선물보따리를 풀어 열렬한 환호도 받았다.

이렇듯 상반된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의 실물경제 정책 방향을 짚어볼 수 있는 상징적 척도다. 박 당선인은 대기업 수출에 의존하는 ‘외끌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가고 수출과 내수가 공존하는 ‘쌍끌이’로 방향을 바꿀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상대적으로 소외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적극적 지원 의지도 밝혔다. 반면 대기업에 대해선 정리해고와 과도한 부동산 매입 등 기존 관행의 변화를 강하게 촉구하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그렇다면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라 볼 수 있는 ‘근혜노믹스’는 대기업 개혁의 강도를 어느 정도로 가져갈까.

근혜노믹스의 핵심은 대기업 규제를 통한 부조리 척결, 계층 간 자원 재분배로 요약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 당선인은 정권에 힘이 실리는 임기 초반부터 재벌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투 트랙으로 함께 추진하며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는다.

따라서 대선 때 공약한 경제민주화의 각론들이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민주화의 요체인 대기업 6대 규제책은 △대기업 오너의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나 사면 불가 △대기업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부당 내부거래 금지 및 부당이익 환수 △신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 소송제 도입이다. 이런 정책이 한꺼번에 완전히 발동되면 대기업 그룹에 강력한 압박이 될 것이다.

배제된 경제민주화론자들

박 당선인의 재벌개혁 강도는 본인의 의지와 주변 측근, 경제 브레인들의 성향에 달려 있다. 일단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현실적으로 경제 브레인들의 재벌에 대한 마인드, 개혁 의지가 성패를 좌우한다. 실제 정책이 입안되고 실행되는 과정에서 대기업의 조직적 반발이 일 것임은 불 보듯 훤하다. 여권 내 정통 보수세력의 견제도 예상된다. 이를 극복하거나 절충점을 찾는 역할은 경제 브레인들이 맡을 수밖에 없다.

아직 경제부처 조각(組閣)이나 청와대 경제참모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박근혜 정부 경제 정책을 이끌어 갈 핵심 멤버들의 면면은 거의 드러나 있다. 박 당선인에게 ‘경제 과외공부’를 지도한 그룹, 대선 과정에서 경제 공약을 입안한 선대위원단, 대통령직인수위에 합류한 경제통들이 그들이다. 서로 겹치기도 하는 세 부류의 인맥에는 친(親)재벌과 반(反)재벌 성향이 섞여 있다. 따라서 박 당선인이 취임 후 청와대와 경제부처에 어떤 인물들을 기용하느냐에 따라 재벌개혁의 속도와 수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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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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