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호

모든 의혹의 종착역 ‘도곡동 땅’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퇴임 후 MB’의 아킬레스건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3-01-23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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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 주변과 관련된 잡음을 따라가다보면 어김없이 도곡동 땅에 도착한다.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를 밝히는 것은‘문제 낸 사람만 풀 수 있는 난제’라는데…
    모든 의혹의 종착역 ‘도곡동 땅’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이명박(MB) 정부 5년은 차후 어떤 평가를 받을까.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 중 한 사람으로 MB 정부의 요직을 지낸 A씨는 ‘실패한 정부’라는 일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확신에 찬 그와 몇 마디 주고받았다.

    ▼ 지난 대통령선거 때 박근혜, 문재인 여야 후보가 모두 MB 치세를 가리켜 ‘실정(失政)’이라고 표현했다.

    “성과가 있더라도 정권 재창출을 못하면 실패한 정권이다. 잘못했으니 바꿔야 한다는 게 국민 뜻인 거다. 우리는 정권을 재창출했다. 국민은 MB 정부가 추진해온 국정 기조가 지속되기를 희망한 것이다. 정부의 성과가 굉장히 많은데도 잘못했다고 꼬집는 것 중 하나가 인사(人事) 실패다. 발탁한 분이 일을 한 결과물이 정권의 성과인데, 인사 실패를 말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 당신을 포함한 몇몇 인사를 제외하면 MB 정부 실세 대부분이 교도소에 가 있다.

    “그 점 때문에 정권이 실패했다고 규정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운영에서 일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과거엔 관행처럼 여기던 일이 사회가 엄격해지면서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또한 검찰이 과거처럼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한 결과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는 “다만 과욕을 부린 데서 일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

    “일하다가 잘못된 것으로 한반도 대운하가 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때는 청와대와 정부가 좀 더 설명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어야 했다. 세종시 문제도 정교한 로드맵을 갖고 접근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MB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으로 본다. 국정을 잘 꾸려서 제대로 된 나라를 다음 정부에 인계해주면 성공한 것 아닌가. MB 정부 5년간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국격(國格)이 높아졌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다만 고비고비에 소통이 덜 된 감정적 부분에서 문제가 일부 있었다. 또한 ‘공정한 사회’를 어젠다로 내놓다보니 과거에는 관행이던 일도 비판 대상이 됐다. 그것은 성장통이라고 본다.”

    그의 주장은 여론과는 엇갈리는 측면이 있지만 일리가 없지는 않다. MB 정부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극복했다.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핵안보정상회의,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면서 국가 위상을 높였다. 또한 주요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 영토를 넓혔다.

    하지만 측근 비리를 막지 못한 것, 소통에 소홀했던 것,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단행한 것 등이 이러한 치적을 가려버렸다. MB 정부는 임기 중 대통령 최측근 가운데 구속된 인사가 가장 많은 정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MB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는 수사(修辭)를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는 생어(生語)로 비틀어낸 이외수 씨의 언급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공간을 휘어잡았다.

    헌법 84조 보호막 사라져

    1987년 민주화 이후 신(新)권력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구(舊)권력의 비리 혹은 실정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도 죽은 권력에 칼을 대는 데는 거침이 없었다. 이종(異種) 세력 간 정권교체는 물론이고 동종 세력 간 정권교대 때도 전직 대통령과 구정권 인사가 수난을 겪었다. 노무현 정부가 대북 불법 송금 특검을 받아들여 결과적으로 김대중 정부를 망신 준 게 대표적이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퇴임 후 대체로 불행했다. MB는 어떨까. 퇴임 후 그의 아킬레스건이 될 소지가 있는 이슈로는 어떤 게 있을까.

    퇴임 후 MB가 정책 측면에서 거세게 공격받을 것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일부 정책 사안에서 잘못이 드러날 수는 있겠지만 파괴력 큰 이슈가 불거질 소지는 낮다는 것. MB 정부 인사들의 비리가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겠지만, 이것 또한 MB에게 직격탄이 되는 것은 아니다.

    MB는 측근 비리가 터졌을 때 “너무나 화가 납니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라고 개탄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는 자신감처럼 MB가 재임 중 형사 소추될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아내와 자식이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면 그의 아킬레스건은 딱 하나다. 서울 도곡동 땅이 그것이다. 법조계에서는 “MB 정부는 ‘곡’으로 시작해 ‘곡’으로 끝났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첫 번째 ‘곡’은 ‘도곡동 땅’, 두 번째 ‘곡’은 ‘내곡동 땅’을 가리킨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한 이광범 특별검사는 지난해 11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 헌법 제84조에 따라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헌법 84조에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 2월 24일까지다. 이튿날부터는 헌법 84조라는 보호막이 사라진다.

    모든 의혹의 종착역 ‘도곡동 땅’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지난해 10월 25일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 씨가 서울 서초동 ‘내곡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현직 대통령 아들로선 처음으로 특검 소환 대상이 된 시형 씨는 이날‘피의자’로 불리며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다스 및 BBK 실소유주 의혹 등 MB와 관련된 갖가지 잡음을 쫓다보면 어김없이 도곡동 땅에 다다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 언론인이 이회창 당시 무소속 후보를 만난 후 쓴 것으로 알려진 칼럼이 정치권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면 이렇다.

    “이회창 씨는 명석한 분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회창 씨의 선거 참여는 그 방식과 절차에 있어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씨는 근자에 몇몇 지인(知人)에게 ‘정권교체도 중요하지만 정권교체의 질(質)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 말은 이명박 후보의 정권교체자로서의 자질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범여권은 이명박 씨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고 했다. 어쩌면 이회창 씨는 그 ‘한 방’의 실체를 알고서 저러는 것이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다.”

    도곡동 땅은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언제든 MB에게 ‘한 방’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는 당시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이 이명박 의원이 1993년과 1994년 세 번이나 찾아와 (도곡동 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도 “2007~2008년 포스코건설 세무조사 과정에서 도곡동 땅의 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자료를 봤다”고 폭로했다. 포스코건설 내부 서류에 ‘실소유주 : 이명박’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MB가 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거나 실소유주가 MB라는 메모가 있다는 것은 정황일 뿐이다. 금융 사기꾼으로 드러난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 김경준 씨의 증언도 신뢰가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다스의 절묘한 지분 구조

    숱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도곡동 땅은 난공불락의 수수께끼다. ‘문제 낸 사람만 풀 수 있는 난제’라는 촌평도 있다.

    도곡동 땅의 소유권 이전 과정은 단출하다. MB의 큰형인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1985년 15억6000만 원에 도곡동 땅 4240㎡를 매입한 후 1995년 263억 원을 받고 포스코건설에 매각했다. MB가 형과 처남의 명의를 빌려 땅을 샀다는 게 의혹의 핵심. 이 씨와 김 씨가 땅을 판 시점은 김영삼 정부가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해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를 의무화했을 때다.

    검찰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 규명에 맨 먼저 도전했다. 검찰은 2007년 8월 “이상은 씨가 갖고 있던 도곡동 땅의 지분은 이 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은 제3자가 누구인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MB가 실소유주라는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

    MB는 대통령 취임 열흘을 앞두고 출범한 정호영 특검검사팀의 조사도 받았으나 BBK 주가조작 의혹, 도곡동 땅·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MB와 특별검사가 꼬리곰탕을 함께 먹으면서 조사가 이뤄져 ‘꼬리곰탕 특검’이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특검팀은 “이상은 씨가 목장 경영 등을 통해 땅을 구입할 자금력이 있었다”고 봤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일부는 ㈜다스로 흘러들어갔다. ㈜다스는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가 일하는 회사다. 김재정 씨의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의 상당액이 ㈜다스 출자금으로 사용됐다. ㈜다스 본사가 있는 경북 경주시에선 오래전부터 이 회사가 MB 소유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비상장 회사인 ㈜다스의 과거 지분구조는 흥미롭다. 이상은 씨가 46.85%, 김재정 씨가 48.99%, 이 대통령의 친구인 김모 씨가 4.16%를 소유하고 있었다. MB의 형, 처남, 친구가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었던 것. 한 회사법 전문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다스의 지분구조에선 특정인이 회사를 차명으로 보유할 때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나타난다. A와 B에게 50%에 조금 못 미치는 지분을 나눠주고 또 다른 믿을 만한 사람에게 약간의 지분을 주는 것이다. A와 B 중 한 명이 배신하더라도 과반 지분을 갖지 못했기에 C를 통해 방어할 수 있다.”

    현재 ㈜다스의 최대 주주(46.85%)는 이상은 씨다. 김재정 씨가 사망한 후 김씨의 부인 권모 씨가 주식의 5%(100억 원 상당)를 청계재단에 기부하면서 최대 주주 자리를 내놓았다.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 부부가 출연해 세운 장학재단. 권 씨는 상속재산세를 주식(다스 지분 19%)으로 물납하면서 2대 주주(24.26%)로 내려앉았다. 청계재단은 지분 5%로 3대 주주가 됐으며 4대 주주는 지분 변동이 없는 이 대통령 친구 김 씨다.

    MB와 김경준, 싸우는 척만?

    검찰 및 특검 수사 결과 이상은 씨와 김재정 씨는 도곡동 땅 매각대금을 생명보험사 3곳에 나눠 맡겼다. 이 씨의 계좌로 들어간 돈 중 일부가 2000년 12월 29일 출금됐는데, 하루 전인 28일과 이튿날인 30일에 ㈜다스는 BBK 계좌로 투자금 90억 원을 송금했다. 이 때문에 ㈜다스의 자금이 아니라 MB의 자금(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MB일 경우)이 BBK에 투자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서류상으로는 ㈜다스가 투자한 것으로 돼 있다. 검찰은 2007년 12월 “BBK의 실소유주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라는 주장은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주가 조작 사건으로 BBK가 영업정지를 당한 후 김경준 씨는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반환했다. ㈜다스는 투자금 중 14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하다가 2011년 2월에야 김 씨 측으로부터 되돌려 받았다. 결과적으로 ㈜다스는 BBK 사건과 관련해 손해 본 게 없는 셈이다. 김 씨가 광은창투를 인수한 후 이름을 바꾼 옵셔널캐피탈의 변론을 맡고 있는 메리 리 변호사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면합의설을 제기했다. “MB와 김경준, 에리카 김은 겉으로 싸우는 척하면서 주거니받거니 했다”는 주장이다.

    도곡동 땅은 내곡동 땅 의혹의 뿌리 격이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 씨가 조카 시형 씨에게 빌려줬다는 6억 원 역시 출처가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기 때문이다.

    “시형 씨는 특검조사에서 ‘내가 실제 살려고 했다. 아버지와 상의 없이 큰아버지(이상은 씨)에게 6억 원을 빌렸다’고 말했으나 지난해 5월 24일 시형 씨에게 현금을 직접 건넸다는 큰어머니 박청자 씨는 압수수색을 나온 특검팀 수사관에게 ‘내가 돈을 줬다고 하던가요? 누가 그러던가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50㎏이나 되는 현금 다발을 건넸다면 그렇게 말할 리 없다. 박 씨 집 경비원은 인터뷰에서 ‘검찰이 주차기록과 카메라 기록을 다 가져갔는데 그날 그 사람(시형 씨)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차용증도 문제였다. 특검이 실제 작성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 차용증의 원본 파일 제출을 요구하자 청와대는 ‘삭제됐다’고 답변했다.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이쯤 되면 ‘큰어머니에게서 돈을 받아왔다’는 시형 씨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몇 안 돼 보인다. 특검 주변에서 ‘이 대통령의 돈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 건 그래서다”(‘동아일보’ 11월 16일자 ‘딱한 아들, 이시형’ 제하 칼럼 참조).

    허위 재산신고, 불법증여?

    난해한 수수께끼가 풀려 세간의 의혹대로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MB로 드러나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재산신고를 허위로 한 것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뿐더러 도곡동 땅에서 갈라져 나온 의혹의 일부 혹은 전부가 사실로 드러날 수 있다. 또한 MB가 아들이 내곡동 땅을 구입할 때 숨겨놓은 돈을 불법으로 증여한 꼴이 된다.

    결론이 이렇게 나면 MB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A씨의 평가 혹은 바람은 부질없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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