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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살인적 다단계 하도급에 무너지는 IT 근로자들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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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업체의 횡포

인건비 떼먹는 ‘IT 보도방’ 극성 원청 대기업은 ‘법적 책임 없다’ 발뺌

지난해 9월 15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환경미화원들을 찾아 “사내 하도급 근로자보호법 등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했다.

IT 인력 하도급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엔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인력파견업체도 등장했다. IT 인력파견업은 IT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도 영업사원 한두 명만 있으면 회사를 차릴 수 있는 데다 가만히 앉아서 매달 수천만 원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 SI업체 김 대표는 “디지털단지에는 이들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고 모 인력파견업체는 인력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빌딩을 샀다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중소 SI업체를 운영 중인 박모 사장은 최근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인력을 찾던 중 ○○○○산업이라는 인력업체에서 개발자 3명을 파견 받았다. 프로젝트 진행을 하던 중 검수에 문제가 생겼다. 검수가 완료될 때까지 원청 업체의 대금 지급이 다소 늦어졌다. 그러자 ○○○○산업 대표 이모 씨가 원청 업체를 찾아가 문신을 보여주며 “내가 조폭인데 너희들 다 죽고 싶냐. 왜 개발자 보수를 제때 주지 않느냐”고 온갖 욕설을 하며 행패를 부렸다. 박 사장은 급한 대로 빚을 내서 파견 개발자의 보수를 대신 지급하고 일을 수습했지만 IT 업계에서 더는 발붙이기 힘들게 됐다.

이처럼 다단계 IT 하도급 구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개발자 등 IT 근로자들이다. 인력파견업체가 도급 단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임금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프로젝트별로 고용되다보니 IT 근로자의 삶에는 저녁과 휴일이 없다. 매일처럼 야근에다 토·일요일 없이 일하지만 시간외수당이나 야근수당, 주휴수당,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각종 보수를 지급하는 업체는 드물다. 여기에다 도급 프리랜서에 대한 원청 업체나 상위 도급 업체 직원들의 횡포, 업주들의 임금 체불은 개발자들을 병들게 한다. 온갖 질병에 시달리다 장애인이 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산업재해 보상조차 받기 힘들다.

2010년 4월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이 IT 근로자 16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IT노동 실태 긴급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그들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주당 평균 노동시간 61.7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 휴일 출근 한 달 평균 3.3일, 연간 3000시간의 살인적 노동. 이는 1일 8시간 노동 일수로 환산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근로자 평균보다 154일을 더 일하는 것이다. 야근수당조차 전혀 못 받는 경우만 76.5%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대로 야근수당을 받는 경우는 2.3%에 불과했다. 이 설문에 참가한 IT 근로자의 80% 이상이 정규직임을 감안하면 하도급 파견 IT 근로자의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IT 근로자는 항상 아프다

이렇듯 살인적인 노동조건에서 IT 근로자 대부분이 만성피로(82.2%), 근골격계 질환(79.2%), 거북목 증후군(73.1%), 두통(69%) 등 각종 질병을 호소하고 있다. 과다한 업무와 무리한 야근으로 인한 폐렴으로 폐 일부를 잘라내거나 갑작스러운 경추 디스크로 전신마비가 된 경우에도 산업재해로 인정돼 보상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2010년 2월에는 국민은행 전산팀장이 한강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오영택 노무사는 “업무과다와 무리한 야근을 증언과 증거 등으로 증명할 수 있으면 산업재해 보상은 물론, 각종 수당도 소송을 통해 받아낼 수 있다. 최근 모 대기업에서 일하다 반신불수가 된 IT 근로자가 산업재해 소송을 벌여 승소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은 대선 당시 차세대 신성장동력 공약으로 IT와 BT의 융·복합을 꼽았다.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서는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IT 분야의 하도급 불공정 계약을 막아 중소 사업자의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공약에 하도급 불공정 계약의 최대 피해자인 IT 근로자에 대한 내용은 없다. 새 정부에서도 IT 근로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세계 1위 IT 강국의 명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신동아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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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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