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했으나 공공요금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는 사실상 접었다.
오는 2월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전력산업 민영화를 주장하는 시장론자와 과거처럼 한전 중심의 일원화한 구조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재통합론자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공공성 vs 효율성

2012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교보타워 일대에 정전사고가 일어났다.
시장론자들은 전기라고 해서 시장 원리를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만큼 2004년 중단한 민영화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전 자회사들을 시장에 내놓고, 민간자본을 발전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시키자는 것이다. 시장론자들은 배전과 판매부문에도 경쟁을 도입하는 게 옳다고 본다. 시장 논리를 도입하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데다 경쟁을 통해 전기요금 또한 떨어져 소비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다.
전력거래소와 발전사들을 한전으로 다시 통합해 ‘원 켑코(One KEPCO·하나의 한전)’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재통합론자들은 필수재를 시장에 맡기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본다. ‘뇌’와 ‘심장’ ‘핏줄’이 따로 노는 기형적 전력산업 구조가 전력 수급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재통합론엔 “전력산업을 민영화하면 대기업 배만 불리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따라붙는다. 재통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한전이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형태로라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여론조사 결과 국민 대부분(96.4%)은 전력이 부족하다는 보도 등을 접한 경험이 있어 실제 위기를 체감하지는 않더라도 전력 수급이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최근 전력 부족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책임(34.2%)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전력 정책(53.4%) 탓에 야기된 문제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공공성 중심으로 운영해야”
전력산업 민영화에 대해선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공공성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63.9%)이 “시장 논리를 도입해 효율성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26.5%)는 응답보다 많았다. 또한 ‘대기업이 발전사업에 뛰어드는 민영화보다는 한전이 중심이 돼 발전사업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동의한 국민이 79.1%로 대다수 국민은 한전 중심의 전력 공급체계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1.3%에 달했다. 전력산업 민영화는 현 상황에서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뇌(전력거래소), 심장(발전사), 핏줄(한전)로 나뉜 현재의 전력산업 관리체계를 한전 중심으로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68.5%,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22.0%로 나타났다. 국민 여론은 재통합론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민 여론은 이렇듯 효율성을 강조하는 민영화보다 국가 중심의 전력산업 체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선 분야별로 나눠진 관리체계를 한전 중심으로 통합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2004년 중단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다시 시작하거나 한전의 발전 자회사를 민간에 매각하는 정책은 반대 여론이 많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