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코이카 스타일’ 원조로 ‘매력 한국’ 이미지 각인”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13-02-21 17: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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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에 대외원조 규모 3배 늘려
    • 사하라 사막에서 새우 농사…‘아이디어맨’
    • 국제원조학과 개설, 세계원조기관협의체 구상
    “‘코이카 스타일’ 원조로 ‘매력 한국’ 이미지 각인”
    박대원(66) 한국국제협력단(KOIC A·코이카) 이사장은 외교관 출신이다. 1974년 외무고시(8회)에 합격한 뒤 30년 가까이 외무부에 몸담았다. 모로코·제네바 참사관, 토론토 총영사, 알제리공화국 특명전권대사 등을 지냈다. 외무부를 떠난 뒤에도 서울시 국제관계 자문대사(2005년), 이명박 대통령후보 외교특보(2007년)를 지내며 외교 무대를 지켰다. 2008년 5월 코이카 이사장에 올랐다.

    박 이사장이 재직한 5년간 코이카는 급성장을 거듭했다. 20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던 코이카의 사업 규모는 5500억 원대로 대폭 늘었다. 정부 각 부처가 제각각 맡아 하던 대외원조 관련 업무가 코이카로 집중됐다. 대외원조의 내용도 단순 자원봉사에서 교육, 보건의료, SOC(사회간접자본) 등으로 확대됐다. ‘현장화, 전문화, 성과중심’을 강조한 박 이사장은 세계를 누비며 각종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본 것인지, 코이카는 ‘2012년 공공기관 체감도 조사’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알제리에 머물던 2006년, 박 이사장은 알제리의 미래를 담은 책 ‘알제리 2028 부자나라 부자국민’을 발간해 알제리 정부가 주는 최고 저술상을 받기도 했다. 박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이 책 얘기로 시작됐다.

    ▼ 어떤 책인가요.

    “알제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비책이 담긴 책입니다. 알제리는 하루 15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해 연간 60억 달러(2005년 기준)를 벌면서도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돈은 많은데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는 거죠. 1752km에 달하는 지중해 해안선을 갖고 있으면서도 관광산업이 빛을 못 보고 있으니 답답할노릇이죠. 그래서 ‘이렇게 하면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책을 준비했습니다.”



    ▼ 반응은 어땠나요.

    “알제리 대통령이 제 책을 공무원 필독서로 선정했다고 해요. ‘왜 한국 대사가 이런 연구를 하도록 하느냐’며 공무원들을 질책했다고 들었어요. 초판 1만 부가 금방 다 나갔죠. 인세는 모두 알제리 테러 희생자를 위한 자선단체에 기증했습니다.”

    박 이사장에겐 아이디어가 많다. 이 책에 소개된 것 말고도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넘쳐난다. 대표적인 것이 사하라 사막의 새우 농사다. 박 이사장은 알제리 사하라 사막의 지하에 흐르는 염수 활용방안을 오랫동안 연구한 뒤 새우 농사를 생각해냈다. 그리고 코이카 이사장이 되자 마자 원조사업의 일환으로 이 사업을 지원했다. 이제 얼마 후면 사하라 사막에서 새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대한민국 봉사 브랜드’

    ▼ 2008년 코이카 이사장을 맡은 이래 주로 어떤 사업에 역점을 뒀습니까.

    “교육, 보건의료, 행정제도 개선, 산업에너지, 농어촌개발사업 등입니다.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우리나라가 생생한 경험으로 축적한 것들이죠. 기업들의 해외원조 활동을 지원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2010년부터 올해까지 18개 기업, 11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38개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이 진행됐어요. 특히 분쟁지역, 취약 국가에 대한 지원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 구축 노력에 동참한 것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 코이카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종합 외교 활동입니다. 지금까지 코이카가 개도국에 지어준 병원만 120개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형편도 넉넉지 않은데 왜 남의 나라에 병원을 지어주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생각해보세요. 병원이 들어서면 의료진과 의료장비가 들어갑니다. 병원을 짓기 위해 우리 건설 기업도 진출하죠. 자원봉사자들도 현지에 진출해 한글과 태권도를 가르칩니다. 단순한 원조사업으로 볼 게 아닙니다.

    ▼ 2009년 ‘월드 프렌즈 코리아’를 출범시켰는데요.

    “‘월드 프렌즈 코리아’는 대한민국 봉사 브랜드입니다. 그동안 정부 각 부처가 별도로 진행하던 봉사사업을 코이카로 통합하면서 브랜드화한 겁니다. 이를 통해 매년 40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를 해외에 파견하고 있어요. 국내 창업 지원기관의 협력 아래 2년간의 활동을 마친 봉사단원이 현지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시니어 봉사단도 운영하고 있고요. 퇴직한 우리 고급 인력을 해외로 파견해 저개발국을 돕는 사업입니다. 2010~12년 120명가량이 참여했습니다. 등산이나 하면서 소일하는 것보다야 훨씬 의미 있는 일이죠(웃음).”

    박 이사장은 “외교와 기업활동, 순수 원조가 동시에 이뤄지는 게 좋은 원조”라고 강조했다. 돈을 주기보다는 돈 버는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에 관개시설을 만들어줘 1년 3모작이 가능케 한 것도 그런 차원이었다. 베트남에는 학교를 세웠다. 베트남전쟁 때 우리 군의 작전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지역을 찾아내 지원하기도 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주변에 만든 ‘코리아 링 로드’도 박 이사장의 아이디어였다. 이 도로 덕분에 무너져 내리던 앙코르와트가 보존될 수 있었다.

    저개발국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

    요즘 박 이사장은 정전(停戰) 60년 기념사업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각해낸 것이 6·25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도운 나라 가운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리핀, 에티오피아, 콜롬비아를 지원하는 일이다. 필리핀에는 RPC(미곡종합처리장) 설치를 지원해 30% 이상의 식량증산 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에티오피아 참전 용사들의 후손 120명이 코이카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박 이사장은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서쪽 군사분계선보다 동쪽 군사분계선이 북으로 더 올라가 있잖아요. 그건 에티오피아 군대가 휴전 막바지까지 치열하게 싸운 덕분입니다. 절대 잊어선 안 될 일이죠”라고 말했다.

    ▼ 코이카 원조활동의 강점이랄까, 차별화 요소라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성장한 우리 특유의 노하우죠.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원조금액이 연간 1300억 달러 이상입니다. 그런데도 성과가 그리 크지 않아요. 왜 그런 줄 아세요? 원조사업을 주도하는 선진국이 저개발국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저 돈만 갖다주면 해결되는 줄 알아요. 그런데 우리는 다릅니다. 다른 나라들로부터 원조를 받아 나라를 일으킨 경험이 있잖아요. 저개발국이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는지 우리는 알아요. 그래서 차원이 다른 원조가 가능한 겁니다.”

    ▼ 우리의 경험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네요.

    “그래서 세계원조기관협의체 구성을 각국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도해서, 대한민국과 코이카가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전파할 때가 됐어요. 올해 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입니다.”

    박 이사장은 지난 5년간 우리의 대외 원조액을 국민총소득(GNI)의 0.16%로 늘렸다. 2015년에는 0.25%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약 3조 원이다. 박 이사장은 원조금액만큼이나 원조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제원조 분야는 블루오션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대학들엔 이걸 가르치는 학과나 교육인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코이카가 주도해 만들려고 합니다. 세계 원조시장에서 활동할 전문가를 빨리 키워야 합니다. 현재 몇몇 대학과 원조 학과 개설을 논의 중입니다.”

    코이카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등이 국제개발협력학과 개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코이카는 올해 11억 원가량을 들여 강의를 개설하고 대학과 연계해 각종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학과가 개설되면 코이카는 예산과 인적 자원을 지원한다.

    ▼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개발도상국에 대한 개발협력을 통해 국력에 걸맞은 국제원조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무상원조 확대를 통해 전 세계에 ‘매력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신정부 외교의 핵심인 ‘신뢰 외교’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우리의 경험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도 매력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새마을운동 같은 개발경험을 효과적으로 전 세계에 전파할 수만 있다면 국가 이미지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새 정부가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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