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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2020년, 달 따러 간다

나로호, 그 후…

  • 이재웅 | 동아이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2020년, 달 따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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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텃세 심해

“2단 로켓을 공짜로 줄 테니 우리 걸 그대로 쓰는 게 어떻겠소?”

당시 흐루니체프의 사장이던 블라디미르 네스테로프는 한국이 2단 로켓을 자체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2단 로켓도 가져다 쓸 것을 제안했다. 한국이 만든 2단 로켓이 잘못될 경우 1단 로켓이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우주 사업에서 중요한 고객인 한국이 우주과학 기술을 쌓아가는 것도 마뜩잖았다.

조 단장은 이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2단 로켓을 자체 개발해 나로과학위성을 목표 궤도에 정확하게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확보해야 할 우주과학 기술은 새로운 것을 만든다기보다 앞선 나라가 쌓아올린 기술을 따라잡는 측면이 강하다. 방송통신 서비스, 지리정보 시스템 등 우주과학 기술의 활용 범위는 넓어지고 있지만 새롭게 진입하려는 국가에 대한 선진국의 텃세와 견제가 여간 심하지 않다.



이 때문에 한국과 기술협력 계약을 맺은 러시아는 처음부터 기술 이전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다. 실례로 러시아 측이 ‘지상 검증용 기체(GTV)’를 한국에 제공한 적이 있는데, 엔진만 빠졌을 뿐 1단과 똑같은 로켓을 무상으로 넘겨준 것이다. 러시아 측은 이와 관련해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책임을 물어 계약 책임자를 해임하고 말았다.

돈을 주고도 러시아 측의 일정에 끌려 다녀야 했던 비애는 한국 우주개발 역사에서 잊어선 안 될 과거로 남았다.

“2018년이나 2019년 한국형 발사체를 발사하고, 2020년에는 달에 가는 것도 시도해보겠습니다.”

나로호 발사 한 시간 뒤, 발사 성공을 공식으로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승조 항우연 원장은 한국의 우주개발계획 일정을 2~3년 앞당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달로 가자!

2020년, 달 따러 간다

나로호 발사에 참여한 러시아 연구진.

기존 계획은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600~800㎞ 궤도에 올릴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를 2021년 발사한 뒤 2023년 달 궤도선, 2025년 달 표면 착륙선을 쏘아 올리는 것이었다. 달 궤도선이나 착륙선은 한국형 발사체에 킥모터(고체연료 엔진)만 하나 더하면 올려 보낼 수 있으므로 한국형 발사체만 앞당겨 개발하면 이후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형 발사체는 2단인 나로호와 달리 3단으로 구성된다.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추진력 300t을 내는 게 목표다. 2단에는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 1기를 올려 완성한다. 결국 75t급 액체엔진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다행히 한국은 나로호 개발 사업과 별도로 30t급 액체엔진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연소기, 터보펌프, 가스발생기 등 핵심 부품 개발을 완료하고 각각의 성능 점검도 마쳤다. 다만 30t급 액체 엔진 전체를 조립한 채 시험은 하지 못했다. 75t급 엔진도 핵심 부품의 시제품이 나올 정도로 개발이 진척된 상태다.

박태학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단장은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230개로 나눠 분석한 결과 54개는 나로호를 통해 확보했고 156개는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4개의 엔진을 하나로 묶어 제어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처럼 중요한 20개 기술은 국제협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협력대상국을 정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러시아와는 지금까지처럼 공조체계를 유지하되 향후 우크라이나와 협력을 강화해 국제협력의 다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우주정거장을 발사하는 등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과도 앞선 인공위성 기술을 내세워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우주 전문가 1000명 확보 예정

항우연은 기관 고유사업으로 달 탐사 연구에 3~4년간 1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다. 달 탐사 계획은 달 주변을 50~100㎞ 고도로 돌며 지질자원을 관측하고 대기를 측정하는 달 궤도선과 달 표면에 직접 착륙해 토양을 분석하는 달 착륙선으로 나뉜다.

앞서 달 탐사를 진행한 나라의 우주개발 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3년 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탈 탐사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한국의 발전된 정보통신(IT) 기술을 바탕으로 탐사선 제어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주면서 부족한 경험을 습득하려는 것이다. 일본에도 협력을 제안했다. 지질분석 실험장비 등의 부품을 제공하고 우주 관련 노하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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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 동아이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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