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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 담당·최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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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한국사회와 그 적들 | 이나미 지음, 추수밭, 30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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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심리학자로서, 개인적인 생각을 지면이나 강연에서 드러내다보면 분석 상황에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의사의 사생활이나 의견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을수록, 내담자들이 철저하게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기가 더 용이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분석가의 책을 읽으면 분석가에게 투사하는 전이(Transference)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전이현상 역시 분석의 좋은 재료가 되기 때문에 꼭 치료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분석가의 글에 영향을 받아 지적인 측면만 너무 강조한다든지, 혹시라도 자신의 문제를 외부에 노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20여 년 전, 처음 책을 낼 때는 이런 복잡한 상황까지 예측하지는 못했다. 시부모님을 모시며 아이 둘을 키우는 여자 정신과의사로서 살아남는 것 자체가 다급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뿐이다. 가사 도우미 없이 살림하고, 1년에 열두 번 제사를 지내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썼던 것은 거창한 목적이 아니라 일종의 오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만 해도 글쓰기는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작업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런저런 인연들이 내 글쓰기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놓게 된다. 이 책 역시 한 일간지에서 ‘이나미의 마음엿보기’란 칼럼 게재를 제안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다. 2000년 후반부터 사회가 지나치게 물질지상주의에 경도되면서 고유의 전통과 도덕은 부정하는데 새로운 가치기준도 확립되지 않은 현실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공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낼 기회가 없다면 그저 사석에서 몇 마디하고 말았을 터이다. 개인의 콤플렉스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콤플렉스가 공고하다는 것을 임상에서 아무리 절감해도, 사회 전체의 개혁이나 변화를 가져오는 데까지 힘이 미치지 못하는 데 대한 무력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돈과 권력에 집착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지나치게 허식에 빠지고, 의식화의 노력 없이 마치 단세포처럼 행동하는 등, 의사로서 좀 더 정치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싶어도 일개 의사가 어떻게 그 모든 것에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을 개인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의사의 한계다. 융 분석심리학을 임상에 적용하면 할수록, 사회의 집단의식과 무의식이 결국엔 개인의 자아실현과 개성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므로 더 좌절감이 들 수도 있다.



사회가 변하지 않고는 개인이 변할 수 없고, 개인이 변하지 않으면 집단도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이 과연 얼마나 많은 개인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부족한 면이 많은 난삽한 개인적인 생각들이 좋은 편집자들을 만나 분류되고 통합되어 세상과 소통하는 귀한 기회를 누리게 된 것이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훌륭한 편집자들이 나를 선택해줬듯, 훌륭한 독자들이 내 생각을 함께 나누어줬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이나미 | 한국융연구소 교수, 이나미 라이프코칭 대표 |

New Books

통섭적 인생의 권유 | 최재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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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등의 저서를 통해 ‘통섭의 대부’로 떠오른 최재천 교수가 사회를 향해 던진 발언을 12개 어젠다로 분류했다. 인간의 이해, 생물 다양성, 환경 살리기, 반려 동물, 그린 비즈니스, 의생학, 21세기 교육, 미래형 인재, 기획 독서, 여성 시대, 제2의 인생, 경계를 허무는 삶 등이 그것.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21세기가 원하는 통섭형 인재에 다가서는 방법을 조금은 체득하게 될 것이다. 공이 날아올 때마다 재지 말고 방망이를 휘두르다보면 단타도 치고 때로는 만루 홈런도 치게 되는 것처럼, 저자는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통섭적 인생을 살기 위한 태도를 갖추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철학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읽어볼 것을 강추한다. 명진출판, 236쪽, 1만3000원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 |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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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심리학자인 저자는 심리학을 토대로 신데렐라의 심리를 파헤친다. 그는 신데렐라의 낮은 자존감은 병약했던 친어머니 때문에 기인했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귀찮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 동시에 자신이 태어난 것 자체가 어머니에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는 죄책감이 신데렐라의 독특한 성격을 만들었다는 것. 악녀로 치부돼온 계모에 대해서도 색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솔직한 항의로 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차라리 고독한 침묵 속에 웅크리고 있는 소녀와 어떤 어머니가 원만하게 지낼 수 있겠는가’라고. 이외에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 ‘라푼첼’ 등 다른 동화도 낱낱이 해부해 동화에 숨은 불편한 진실들을 펼쳐 보인 뒤, 인간의 어두운 자화상을 그려낸다. 교양인, 568쪽, 2만8000원

궁녀의 하루 | 박상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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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를 바탕으로 조선 궁녀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 위원인 저자는 역사에 남아 있는 궁녀들의 목소리를 빌려 그들의 삶을 낱낱이 소개한다. 1부 ‘하루로 읽는 조선 궁녀의 일생’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우정을 나눴지만 임금 저주 사건에 휘말려 함께 죽음을 맞이한 기옥과 서향 등 특이한 궁녀 이야기를 조명한다. 궁녀들에게 입조심을 시키기 위해 횃불을 입 주변에 갖다 대는 ‘쥐부리 글려’풍습 등 궁녀들만의 독특한 통과의례를 적절히 녹여낸 것이 특징. 2부에선 분업으로 전문화된 궁녀들의 일을 다루고 있는데, 궁녀들의 재테크와 은밀한 성 문화가 재미있게 읽힌다. 3부에선 구한말 세계기록유산 ‘직지’를 프랑스로 가져갔던 조선 궁녀 리진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궁녀 이야기를 소개한다. 김영사, 312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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