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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위기 탈출의 정치학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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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살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정치인도, 평범한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위기는 고의나 과오로 본인이 자초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주변의 음해나 오해에 의해 덧씌워진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많은 것을 잃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미리 대비하고, 담대히 반격하고 ‘억울한 피해자’ 되라
한번도 위기를 겪지 않고 성공에 도달한 사람은 없다. 태어난 순간부터 승승장구를 거듭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자연의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오히려 갑의 지위에 오른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 비해 더 많은 위기를 겪었다고 봐야 한다. 시키는 일만 잘해서는 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좀 더 도전적이었을 것이며 그만큼 더 자주 위기에 노출됐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 진면목 드러나

누구에게나 닥치는 위기지만 그것을 대하는 자세는 천차만별이다. 위기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무심한 사람부터 결정적 위기가 아닌데도 화들짝 과민반응을 보이는 사람까지. 사실, 위기를 맞았을 때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멘붕’ 상태에서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도 있고, 자기 살길만 찾겠다고 애꿎은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사람도 있다. 반면 냉정하게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 기필코 살길을 찾아내는 사람도 있다.

연애를 할 때도 한창 좋을 때는 상대의 진면목을 알기 어렵다. 권태기가 오거나 외부 위협요인이 닥쳐 헤어질 위기에 처할 때 이른바 ‘바닥’이 드러난다. 결국, 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헤어질 때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잠재력과 됨됨이를 본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위기 대처법은 도망치는 것이다. 피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임모 여인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는 게 떠오른다. 피하는 것은 그저 결론을 유보하는 일일 뿐이다. 자꾸 도망치는 사이에 함정은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



“피한다고 될 일 아니다”

위기가 한 번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크고 작은 위기가 전후좌우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집안에서 터진 사고를 처리하고 나면 연이어 회사에서 사고가 터지는 식이다. 때로는 동시다발로 발생해 몸이 하나인 것이 한스러울 때도 많다.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운에 기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성공할 수 없고 성공해서도 안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짐만 되기 때문이다.

위기를 맞으면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나마 한번 위기를 겪고 나면 다른 위기를 극복하기가 수월하다. 항체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위기는 분명 기회지만, 안락함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은 일단 위기를 거부한다. 회피와 정면대결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정면대결을 택하기로 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마주하기로 한 다음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괴멸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압도적인 적의 화력 앞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다. 어떠한 위기든 극복할 방법은 반드시 존재한다.

물론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위기도 많다. 질병이나 천재지변이 그러하다. 하지만 인간사 위기의 대부분은 누군가의 도발에 의해 시작된다. 전쟁, 낙선, 파산, 실직, 좌천, 명예훼손 모두 마찬가지다. 적은 상대 정당일 수도 있고 경쟁업체일 수도 있고 같은 직장 구성원들일 수도 있다. 위기관리의 핵심은 도전에 대한 응전, 곧 반격에 있다. 거침없이 진격해오는 적에게 유효한 반격을 가해야 비로소 위기에서 벗어날 계기를 얻는다. 반격의 목표는 분명하다. 첫째 적의 진격을 저지하고, 둘째 후퇴를 이끌어내고, 셋째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다.

공격의 진원지 파악

반격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공격의 원점, 그 진원지다. 그다음에 알아야 할 것은 상대의 전략이다. 그들이 나를 공격하려고 준비한 전략 말이다. 이때 유념해야 할 불편한 진실 한 가지는 세상 모든 것의 이면에는 전략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 사고를 제외하고 그냥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구매라는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소비자가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 대개는 그에 앞서 유사 상품들을 놓고 비교한다. 그리고 가격 대비 자신의 욕구를 최대로 충족하는 전략에 의해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어떠할까. 이들은 수도 없이 많은 기획회의를 거쳐 상품 판매 전략을 구상했을 것이다. ‘유사 상품들 속에서 우리 상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고객의 소비 전략을 역산해 판매 전략으로 삼는 셈이다. 즉, 상대의 전략을 읽을 수 있어야 나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딸이 “아빠는 이제 늙어서 운전하기 싫어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을 수 있다. 이 말에 빈정이 상한 당신은 겉으로 태연한 척, 아니라고 말하며 아내와 딸을 백화점까지 태워줬을 수 있다. 딸은 뛰어난 전략가다. 아빠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히 들여다보고 말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빠는 분명히 저렇게 반응하겠지? 딸의 전략적 승리다. 아내는 기본적으로 전략가이기 때문에 그동안 당신이 당한 것들은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일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언제나 전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바쁜 일상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보기 원하는 것만 보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 연장선에서 우리는 본인에게 이미 닥쳤거나 곧 닥칠 위기를 제대로 보려하지 않는다. 그러다 재앙을 맞곤 한다. 잊지 말자! 여러분이 모르는 사이 집안 한쪽을 차지한 주방기구에도 아내의 전략적 노림수가 담겨 있다! 위기 탈출의 8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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