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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자살 예방 전문가’ 이광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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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겐 ‘화풀이 교육’ 필요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이광자 원장은 고교 시절 친구의 자살 시도를 겪은 것을 계기로 정신간호학의 길로 들어섰다.

▼ 자살에 빠져들기 쉬운 한국인만의 특성이 있나.

“이성을 초월하는 감성의 문화, 즉 정(情)과 한(恨)의 문화가 강한 탓도 있다. 이는 분노 표출 방법과도 관련이 있는데, 평소 참을 대로 참다 한꺼번에 욱하고 분출하는 게 문제다. 분노가 자기 내부로 향하면 자살, 외부로 향하면 타살로 이어지곤 한다. 1900년, 러시아인들이 한반도에 관해 출판한 정책자료를 보면 우리 민족의 성격을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한국인들은 극도로 고집이 세며, 성질이 급하고, 복수심이 강하며, 자주 강렬하고 제어하기 어려운 분노를 터뜨린다. 분노가 폭발했을 때 한국 사람들은 믿기 어려울 만큼 쉽사리 목을 매달거나 물에 빠져 죽는다. 조그마한 불만, 모욕적 언사, 사소한 일들이 그들을 자살로 이끄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자아실현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박탈당할 때 한 맺힌 감정을 표현했던 우리 민족의 대응방식을 단편적으로 나타낸다. 따라서 우리에겐 화난 마음을 건강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종의 ‘화풀이 교육’이 필요하다.”

▼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이도 점점 느는 듯한데, 그들의 심경을 어떻게 분석하나.

“그것도 한국인의 사회문화적 특성 중 하나다.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하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하면 ‘동반자살’이 아니다. ‘가족 살해 후 자살’이다. 자식을 ‘내 것’이 아니라 개개인으로 대하는 서양인은 그래서 그런 면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가족 간에도 분리화, 개별화가 되는데, 우리는 부모 자식 관계가 ‘너’와 ‘나’가 아니라 ‘=’다. 자살을 결심할 때도 ‘내가 죽고 난 후 자식이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는 우리나라 사회복지 시스템이 미국 등 서구에 비해 크게 미흡한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 노인 자살도 마찬가지다. 배우자를 간병하다 살해한 후 자살하는 것도 부부 간 관계가 분화되지 않아서다. 낯선 사람끼리 인터넷을 통해 만나 모텔 등지에서 함께 자살하는 것도 의존 욕구가 강해서라고 봐야 한다.”



▼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 인사의 자살에 따른 모방·추종 자살도 큰 문제이지 않나.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자살을 본떠 일반인이 따라 하는 자살)’의 속설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논문이 있다. 2012년 신상도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연예인 자살이 모방 자살 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다. 당시 연구팀은 2005∼2008년 전국 주요 대형병원 응급실 85곳에 온 환자 545만여 명 중 자살 시도 환자 2만7605명을 분석했다. 해당 기간에 자살한 이은주, 유니, 정다빈, 안재환, 최진실 씨 등 연예인 5명이 죽기 2주 전부터 4주 후까지의 자살 시도 환자 수를 비교했더니 연예인 자살 사건 1, 2주 후 자살 시도가 실제로 늘다 사건 이후 3, 4주 지나자 조금씩 줄었다. 이는 비록 나쁜 일이라도 동질감을 느끼고픈 대상이 하면 자신도 받아들이려 하는 심리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진실, 이은주 씨가 세상을 뜬 2008년 10월과 2005년 2월엔 자살자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2009년 5월 직후에도 모방 자살이 잇따랐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자살은 계절보다는 그달에 어떤 유명인이 자살했는지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공인의 목숨은 자기만의 것이 아니다. 언론도 유명인 자살 보도와 관련해 선정적 특종 경쟁을 자제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진실 자살의 경우 바로 다음 날 자식들 사진까지 공개되고,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보도됐지 않나.”

통계로 입증된 모방 자살

“자살 줄일 최선의 방책은 ‘심리적 부검’ 도입”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SOS 생명의전화기’. 자살 충동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설치됐다.

2011년 입법조사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자살 또는 자살 시도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9년 기준으로 적게는 2조4149억 원에서 많게는 4조9663억 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2011년 3월 자살 예방법을 제정해 자살 예방사업 수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012년 3월부터 시행 중이다. 게이트키퍼 양성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하는 게 입법 취지다.

▼ 국내 자살 예방 시스템에 아쉬운 부분은 없나.

“미흡한 게 많다. 자살 예방 관련 예산부터 너무 적다. 한때 이웃 나라 일본의 자살사망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았는데 현재는 많이 떨어졌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 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이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편성돼 일반회계에 비해 예산의 대폭적 증액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자살 예방법이 도입되면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뒤따르려니 기대했는데,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에다 광역시·도마다 자살예방센터가 있음에도 운영 예산이 자살사망률 1위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너무 낮게 책정돼 있는 게 문제다.”

▼ 연령대별로는 자살에 어떤 차이를 보이나.

“자살은 10~30대의 사망 원인 1위이고, 40~50대에선 암에 이어 2위(2010년 기준)다. 10대는 인지 기능이 발달하는 단계여서 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에서 사고가 왜곡될 수 있고 감정적이어서 때론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하므로 분명히 고위험군이다. 하지만 자살 시도가 충동적이어서 사망으로 이어지는 확률은 노인보다 낮다. 반면 노인은 충동성은 적지만 계획적이고 치밀해서 자살을 시도하면 사망 확률이 높아 훨씬 위험하다. 게다가 젊은 사람들처럼 쉽게 죽고 싶다는 경고 사인을 내비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예방하기 훨씬 어렵다. 노인 자살자는 인구 10만 명당 100명이 넘는다.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지방 거주 남성 독거노인의 경우 자살사망률이 일반인의 5배나 된다. 30~40대 자살사망률은 10대와 노인층의 중간인데, 이들은 대개 상담만 적절히 받으면 이내 생각을 바꾼다. 이 같은 자살의 특성상 젊은층, 노인, 남녀 등으로 세분화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이 이뤄져야 실효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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