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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종합예술, 맛있게 즐겨야 삶의 질 향상”

박혜성 (사)행복한 성 이사장의 ‘웰빙 섹스’論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섹스는 종합예술, 맛있게 즐겨야 삶의 질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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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성학(Sexology)은 통합의학, 통합학문
  • ● 섹스만 잘해도 황혼 이혼 안 당한다
  • ● 파트너만 빼고 장소, 체위 다 바꿔라
  • ● 따뜻, 촉촉, 수축 좋은 ‘명기’ 누구나 가능하다
  • ● 정상적으로 섹스하는 사람은 절대 자살 안 해
“섹스는 종합예술, 맛있게 즐겨야 삶의 질 향상”
박혜성 (사)행복한 성 이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12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성과 사랑’이란 워크숍을 취재하면서였다. 세계적인 성학자인 홍성묵 웨스턴시드니대 교수가 1박2일 동안 진행한 이 워크숍은 국내에서는 처음 성에 대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파격적인 ‘19금(禁)’ 행사였다. 워크숍 주최자가 바로 박 이사장이었다.

대한성학회 정회원인 그는 ‘성 상담 전문의’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2008년엔 맞춤 성 코칭서 ‘사랑의 기술’을 펴냈는가 하면, ‘오르가슴의 기술’ ‘인간의 성’을 공동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해서도 민감한 성 이야기를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한다. 하지만 탄탄한 성 이론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외설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국민 성교육 강사’ 구성애 씨와는 다른 차원의 ‘성 전도사’로 불리는 이유다.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그는 최근 마광수 교수의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영화로 만든 임장미 감독, 섹스칼럼니스트 이여명 씨와 함께 팟방(팟캐스트를 모아둔 인터넷사이트)에서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를 진행한다. 시작한 지 보름 만인 지난 2월 9일 현재 6500개가 넘는 팟캐스트 중에서 40위권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화제다

박 이사장은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20년 넘게 해성산부인과를 운영해왔다. 서울 강남에도 진출해 ‘비엘여성의원’을 열기도 했다. 산부인과는 특성상 ‘성’과 관련이 깊지만, 그렇다고 모든 산부인과 의사가 ‘성 전문가’는 아니다.



▼ 성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지인의 소개로 홍성묵 교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게 인연이 돼 성 워크숍도 주최한 것이다. 내용이 너무 좋았다. 학문인 동시에 실전이었다. 환자에게 적용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성학(sexology)을 배우기 시작했다.”

▼ ‘성 워크숍’이 큰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충격이었다. 그런 분야가 있는 걸 처음 알았다. 성학을 배우고는 나 자신은 물론 환자를 상담하는 내용도 달라졌다.”

▼ 어떤 점이 달라졌나.

“전에는 환자의 아픈 곳을 치료하는 것으로 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학을 배운 후로는, 예를 들어 염증 때문에 오면 성교통(痛)은 없는지, 갱년기 증상으로 오면 성관계 때 애액은 잘 나오는지를 묻는다. 단순히 드러난 질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근본 원인인 성 문제까지 조언해주니까 환자도 좋아한다.”

성학(Sexology)

▼ 성학이 뭔가.

“내가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섹스를 단순히 피스톤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섹스는 존재하는 모든 것(everything)이다. 통합의학이고, 통합예술이고, 통합학문이다. 모든 게 다 연결돼 있다. 우선 산부인과, 비뇨기과, 정신과 등 다양한 의학과 관련돼 있다. 그렇다고 성 문제가 약이나 수술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리상담이 필요하다. 여기에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말솜씨, 몸매, 애무 기술 등 다양한 도구와 지식이 필요하다. 또한 즐거운 섹스를 위해선 시각, 촉각, 후각 등 다양한 자극을 활용해야 한다. 이처럼 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히 행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를 함께 유기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하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학과가 개설돼 있을 정도로 이미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미국, 호주의 경우 성학에 의한 성 치료가 이뤄진다. 의사와 남녀치료사가 한 팀이 돼 활동한다. 발기부전 환자라면 여성치료사가, 불감증 환자라면 남성치료사가 치료를 도와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현 제도상 불가능하다. 의사 면허가 없는 치료사가 치료에 개입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모든 걸 의사가 직접 해야 한다. 더구나 성치료에 대한 의료수가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니 비뇨기과 의사든 산부인과 의사든 간단하게 수술로 해결하려 하고, 의사가 아닌 사람은 성기능 개선 물건을 파는 것이다.”

성 관련 제도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리나라 제도에서 바꿔야 할 대표적인 게 성매매특별법이다. 이 법으로 장애인과 노인들이 피해를 본다. 아내가 없거나, 아내가 섹스를 거부하는 남자도 마찬가지다. 돈이 있거나 재주가 좋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 남자는 성욕을 배출할 데가 없다. 전에는 5만 원, 10만 원 모아서 풀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법이다. 능력이 없으면 금욕하거나 스스로 해결하라는 건데, 마스터베이션이 여자의 보드라운 속살하고 같을 수 있나(웃음). 성 기구 수입도 불법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섹스돌(doll)은 600만 원, 800만 원씩에 거래된다. 배출구는 막아놓고 계속 먹기만 하라고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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