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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기자의 풍수와 권력

환구단과 천단의 천자(天子) 풍수 대결

  • 안영배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획위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환구단과 천단의 천자(天子) 풍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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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단과 천단의 천자(天子) 풍수 대결

황궁우(위)와 기년전.

기년전을 뒤로하고 남쪽 방향으로 단계교(丹階橋)라는 통로를 지나니 고깔모자를 얹은 듯한 모양의 황궁우가 나타나고, 다시 더 남쪽으로 일직선상으로 이어진 곳에 원구대가 자리 잡고 있다. 황궁우와 원구대는 명나라 제11대 황제인 가정제(嘉靖帝·재위 1521~1567)가 1530년에 조성했다. 이때부터 이 일대가 정식으로 ‘천단’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고, 하늘과 땅을 분리해 각각 별도의 제사를 올리게 된다. 즉 황궁우와 원구대는 순수하게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고, 땅과 태양과 달에 지내는 제사는 각각 지단(地壇·자금성 북쪽), 일단(日壇·자금성 동쪽), 월단(月壇·자금성 서쪽)에서 거행토록 했다.

중국의 황제들은 매년 동지가 되면 노천에 세워진 3단 원형의 대리석 제단 한가운데의 천심석(天心石)에 올라서서 하늘에 제를 지냈다. 황제의 축문(祝文) 소리는 원구대를 둘러싼 원형 담장에 의해 굴절돼 공명 현상을 일으키도록 설계됐다. 하늘과 소통하는 황제의 기원이 신하들에게도 메아리쳐 울려 퍼지도록 함으로써 천제의 극적 효과를 도모한 것이다.

원구대에서 제천 의식이 끝나면 의례에 쓰였던 위패들을 황궁우에 모셨다. 직경 15.6m의 원형 목조 건축물인 황궁우의 한가운데엔 도교에서 하늘의 임금을 의미하는 ‘황천상제(皇天上帝)’ 위패가 모셔져 있고, 이미 돌아간 선대 황제들의 위패도 좌우에 배치돼 있다.

황궁우 역시 소리의 공명 현상을 일으키도록 조성됐다. 황궁우 외부를 둥그렇게 둘러싼 벽은 소리가 휘돌아 하늘에 전달되도록 설계돼 ‘회음벽(回音壁)’이라고 불렀다. 황궁우 내부로 들어가는 계단 아래엔 ‘삼음석(三音石)’이라는 석판도깔려 있다. 첫 번째 석판에서 손뼉을 한 번 치면 한 차례의 메아리가, 두 번째 석판에선 두 차례, 세 번째 석판에선 세 차례의 메아리가 들린다고 한다. 실제로 그러한지 확인해보려 했지만 워낙 많은 수의 관람객 소리에 묻혀 실패하고 말았다.

아무튼 하늘의 기운과 소통하고 교감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계해낸 당시의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치밀하게 계산된 당대인들의 과학적 성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자연과의 꾸밈없는 조화를 살피는 풍수가의 시각에선 아쉬운 점도 남는다.



명의 가정제가 심혈을 기울여 지은 천단의 경우 도교적 흔적도 보인다. 아마도 가정제는 천단 건축물을 지으면서 풍수를 할 줄 아는 도교 도사(道士)들의 힘을 빌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불로장생설을 신봉한 그의 도교적 취향은 황궁우에 모셔진 ‘황천상제’ 위패뿐 아니라 명나라의 국운을 북돋기 위해 북두칠성의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성한 칠성석(七星石·기년전 동쪽에 위치) 등에서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처럼 생각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공명 현상을 일으키긴 하지만 자연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원구대와 달리 황궁우 주변에선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됐다. 이 일대에선 땅 밑에서부터 황궁우 넓이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엄청난 넓이의 지기(地氣)가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도교 도사와 같은 기감(氣感) 능력이 뛰어난 누군가가 땅의 생명력(生氣)을 감지하고서 그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황궁우를 설계했음을 직감할 수 있다.

황궁우를 감싼 기운의 정체를 밝혀보려고 주위를 빙 둘러보는데, 황궁우 북서쪽의 기묘하게 생긴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의 신기한 모양새 때문인지 관람객이 나무를 에워싸서 구경하고 있었다. 나무를 안내하는 간판엔 한자로 ‘古樹’라고 쓰여 있고 측백나무임을 알리고 있다. 이 역시 가정제 때 심은 나무로 수령이 무려 500여 세에 이르며 이름을 ‘구룡백(九龍柏)’이라고 한다. 그 이름처럼 나무의 뒤틀림이 마치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모양이다.

명의 쇠퇴 불러온 천단 풍수

환구단과 천단의 천자(天子) 풍수 대결

지기의 용오름 현상을 보여주는 ‘구룡백’ 나무.

“아!” 필자는 그만 짧은 신음을 내고 말았다. 중국에서 또 한 번 기의 용오름 현상을 눈으로 목격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나무 밑에선 두 가닥의 지기가 회오리처럼 각각 회전하면서 올라오는데, 마침 두 기운의 회전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던 나무가 그 영향을 받아 줄기가 묘하게 뒤틀리는 현상으로 표출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나무의 뒤틀림 현상은 지상에서 2m 정도 높이까지만 나타나고 그 위부터는 본래의 바른 나무 모양새를 한다. 줄기의 굵기도 뒤틀린 나무 둘레보다 눈에 띄도록 확연히 줄어들어 있다. 이는 땅에서 분출된 지기가 지상 2m 정도까지만 그 기운을 뻗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룡백 나무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을 이룬다는 소문 때문인지 울타리가 쳐진 나무 쪽으로 손을 내밀어 그 기운을 받으려 하거나, 두 손을 번쩍 들어 기운을 감지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한국인이건 중국인이건 좋은 기운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들의 공통된 심리인 듯하다.

필자는 이곳을 조성한 중국 풍수가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중국 풍수는 확실히 우리 풍수와 다르다는 점도 이곳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황궁우를 비롯해 원구대 등 이 일대에선 이렇다 할 천기를 감지할 수 없었다. 하늘 기운과 교감하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천기이련만, 오로지 지기를 활용하는 데만 그쳤다는 점에서 중국 풍수의 한계가 느껴지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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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획위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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