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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세월호를 보내며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정부

심층 분석 - 대형 참사, 그 후

  • 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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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

건축구조기술사회는 오랫동안 “건축구조기술사의 구조 안전 확인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직 국토교통부 공무원은 “건축구조기술사회는 회원이 900명 수준이지만 대한건축사협회는 2만 명이 넘는다. 건축사협회 상근부회장은 퇴임한 국토부 공직자가 오랫동안 맡아왔다.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국토교통부로서는 건축사협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만 증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샌드위치패널은 샌드위치처럼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로 저렴한 가격에 빨리 시공할 수 있다.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은 샌드위치패널 방식으로 건설됐다. 1999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 (사망 23명, 부상 6명), 지난해 1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안성 코리아냉장창고 화재, 서울 구로동 복합건물 신축공사장 화재(사망 2명, 부상 9명) 등도 모두 샌드위치패널 방식 건축물에서 발생했다.

씨랜드 수련원 화재 사건 이후 정부는 △일정 면적 이상 청소년 수련시설에 자동화재설비 등 소방시설 적용 기준을 강화했고 △숙소에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하지만 마우나리조트처럼 숙소가 아닌 강당에는 샌드위치패널 사용을 규제하지 않았다.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이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해 지어진 건축물은 총 8만 동이다. 그중 다중이용시설물은 2900동에 달한다. 한 건축구조기술사는 “현행 다중이용시설물 중 법대로, 건축구조기술사가 안전을 고려해 설계한 건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샌드위치패널은 비용이 적게 들고 단열효과가 좋지만 지붕 하중을 견디는 힘이 약하고 화재나 눈에 취약하다. 눈과 같은 습기를 빨아들이며 하중을 급격히 불리는 탓에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며 “샌드위치패널 자체에 대한 규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는 정부
책상 속 매뉴얼만 쌓인다

교관은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벗고 바다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거센 파도에 맨몸의 아이들은 힘없이 쓸렸다.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이들은 “5명이 실종됐다”고 말했지만, 교관은 이를 무시한 채 “숙소에 갔을 것”이라고 했다. 실종된 아이들의 시신은 이튿날에야 물위로 떠올랐다. 아이들이 물속에서 생사를 넘나들 때 교감과 교사들은 인근 횟집에서 회식 중이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바로 태안에 달려가 유가족들에게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책임자 엄중처벌 등을 약속했다. 대통령 역시 국정회의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교육부는 태안 해병대 캠프 사망 사고와 관련해 △학교장이 직접 교육활동을 실시하거나 △ 관련 기관 또는 단체에 위탁 실시할 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것 △학교 단위 체험프로그램, 현장실습 등 앞두고 교직원 안전교육 실시 의무화 △교육부의 행정지침, 매뉴얼 등을 통한 사전조사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 대책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또한 △ 대규모·위험성 프로그램 인증 의무화 △청소년활동 신고대상 확대 △수련시설 종합평가 및 안전점검 의무화 등 법률도 개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고로 열일곱살 아들을 잃은 이후식 씨는 “어떠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설 수련회를 운영한 여행사 대표 등 7명은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6개월~1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1년형을 받은 해당 캠프 대표는 출소 후 다시 수학여행 업체를 운영한다. 이씨의 말이다.

“장관은 그렇게 재발방지를 약속하더니 장례 치르고 태도가 돌변했다. 골치 아픈 문제가 끝났다는 식이다. 거듭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마우나리조트, 세월호 사고 등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대책 마련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해 생업도 접고 청와대 앞에서 몇 달째 1인시위 하고 있지만 말 한마디 없더라.”

교사들에게 현장 분위기를 물었다. 서울 모 여고 2학년 담임을 맡은 이모 씨는 “지난해 10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매뉴얼을 보거나 안전교육을 받은 기억은 안 난다. 매뉴얼이나 공문이 내려오면 메신저로 ‘이런 공문 있으니 보세요’라고 메시지가 오지만 강제성이 없기에 아무도 보지는 않는다. 수학여행 전 담임들끼리 모임은 하지만 학생들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를 논의할 뿐, 안전사고 관련 얘기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씨랜드 화재사고 이후에도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안전평가를 강화했다. 교사와 학부모에게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시절의 안전 수준을 자발적으로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부 업주들은 안전평가 공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평가를 거부했다. 문제의 태안 해병대 캠프와 같이 법망을 피하는 ‘미인증 사설업체’도 등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총장은 “불법을 저질러 얻는 이익이 크다. 문제가 발생해도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은 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 써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안전 기준을 꼼꼼히 지키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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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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