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DMZ에 남북 협업 축산단지 조성하자”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4-06-19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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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소 번식 기반 확충, 사료값 인하로 경쟁력 제고
    • 안전한 축산물 점검하는 인스펙터 특별 채용
    • 품질 보증하는 ‘농협안심’ 브랜드
    • 말고기, 특색 축산물로 육성할 계획
    “DMZ에  남북  협업 축산단지 조성하자”
    ‘축산(畜産)’은 가축을 길러 인간 생활에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일을 일컫는다. 고기와 달걀, 우유 등 가축에게서 직접 얻은 식품과 햄과 치즈 등 축산 가공품이 우리가 식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축산물이다.

    보릿고개가 전국을 휩쓸던 1960년대에만 해도 축산물은 명절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나 맛볼 수 있는 진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소득과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축산물 소비가 대폭 늘었다. 산업화, 공업화가 진행되는 사이 농업은 상대적으로 쇠퇴했지만 소득수준 향상에 발맞춰 축산업은 한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해외 축산물 수입이 크게 늘면서 국내 축산업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해외에서 들여온 값싼 축산물 여파로 국내 축산업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는 한우 등 국산 축산물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수입 축산물로 축산농가가 고통받고, 고가의 국산 축산물로 소비자가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농협중앙회가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발 벗고 나섰다. 그 선두에는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가 서 있다. 이 대표를 6월 5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만났다.

    ▼ 국내 축산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됩니까.

    “연간 17조5000억 원 규모입니다. 한때는 농업 소득 가운데 축산 비중이 40%가 넘은 적도 있습니다만 지금은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진 상태입니다.”



    FTA 위기

    ▼ 축산업 성장세가 둔화된 주된 이유가 뭡니까.

    “무엇보다 FTA 타결에 따른 여파가 가장 큽니다. 한미, 한EU FTA에 이어 앞으로 축산 강국인 영연방 국가, 중국과도 FTA가 타결되면 축산업계는 큰 위기에 처할 우려가 큽니다.”

    ▼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FTA 체결을 마냥 피할 순 없는 일인데요.

    “우리나라 축산업 생산성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축산 강국과의 FTA 체결에 대비하려면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 축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암소의 번식 기반을 튼튼히 하고, 해외 자원 개발을 다양화해서 생산비의 40~50%를 차지하는 사료값을 인하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농협에서 인도네시아에 있는 타피오카 공장을 인수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축산 사료의 원료가 되는 타피오카를 직접 생산해 들여오면 연간 10% 정도 원료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농협은 암소 번식 기반 확충을 위해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2020년까지 송아지 생산기지 50개소, 번식 전문 위탁농가 800호 운영을 목표로 우량 송아지 생산기지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동안 순차적으로 총 300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사료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사료 원료의 직도입 시스템 구축을 서두른다. 올 6월에 150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람풍 지역에 타피오카 전분 공장을 인수했고 7월에는 펠렛 공장을 증축한다. 농협은 전분 공장 인수를 계기로 연간 6만t에 달하는 사료 원료의 국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6만t은 농협이 해마다 수입해 온 사료 원료 물량의 약 30%에 달한다.

    ▼ FTA 타결 이후 축산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협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습니까.

    “농협이 올해 자체적으로 축산 생산농가 등에 지원하는 정책자금이 1000억 원 정도 됩니다. 올해 지원을 마치면 지금까지 농협이 축산 농가 등에 지원한 누적 지원 규모가 1조800억 원에 달합니다.”

    ▼ 주로 어떤 분야에 지원이 이뤄졌습니까.

    “조합과 축산농가의 생산 및 유통시설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각종 FTA 체결로 해외 축산물이 값싸게 수입되는 현실에서 국내 소비시장에만 의존해서는 축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수출 등으로 우수한 국산 축산물의 소비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축산물의 큰 소비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 역시 고급 축산물 소비시장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 한우의 품질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의 쇠고기 시장은 이원화돼 있습니다. 소득이 적은 층에서는 저렴한 쇠고기를 주로 먹지만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중국의 상위 10%에서는 킬로그램당 30만∼40만 원 하는 고급 쇠고기를 먹습니다. 중국 인구의 상위 10%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두 배가 넘는 1억2000만 명에 달합니다.”

    남북한 손잡으면…

    “DMZ에  남북  협업 축산단지 조성하자”

    농협 축산경제는 안성팜랜드를 축산을 매개로 한 6차 산업의 메카로 육성할 계획이다.

    ▼ 한우를 중국 등에 수출하려면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려야 하는데, 지금의 국내 축산 현실에서 가능할까요.

    “남북한이 손을 맞잡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천명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실현시키는 데 남북의 축산 협력이 촉매 구실을 할 수도 있습니다.”

    ▼ 무슨 말씀인지 선뜻 이해가 안 됩니다.

    “북한을 둘러싼 국내외 정치적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개성공단의 경우처럼 남쪽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을 결합한 축산단지를 비무장지대(DMZ) 부근에 조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남북 축산협력이 이뤄지면 1석3조 이상의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남북축산단지에서 생산한 질 좋은 축산물은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고,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 나오는 부산물을 비료화해 북한의 농업 생산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또 DMZ 축산단지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부족한 전력도 보충할 수 있습니다. 축산단지를 매개로 남북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이기수 대표는 “남북 축산교류협력 사업이 현실화하면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올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주민 생활향상을 위한 농축산 협력 추진 계획을 보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남북 공동영농 등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농협에서도 자체적으로 ‘남북축산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올 9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개성공단이 공산품을 매개로 한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라면, DMZ 인근에 조성되는 남북축산단지는, 성사된다면 세계적인 ‘청정 한우’ 생산기지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분단 이후 70년 가까이 청정지역으로 잘 보존된 DMZ에서 생산된 ‘한우’는 그 자체로 세계적인 ‘명품’ 대접을 받지 않겠습니까.”

    ▼ 구제역 파동을 겪은 이후 소비자의 안전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축산물 유통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바로 안전입니다. 이를 위해 축산물 안전본부를 자체적으로 설치해 상시 운용체제를 가동합니다. 특히 군부대에 납품하는 축산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군납 안전 담당관에 대령급 군 출신 인사를 특별 채용했습니다. 전국 축산물 유통 현장을 돌며 불시에 안전 점검을 하는 ‘인스펙터(조사관)’도 4명을 특별 채용해 암행감찰토록 하고 있습니다.”

    ‘농협안심’ 브랜드

    ▼ 축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품질의 표준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자가 축산물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농협에서는 항생제 잔류물질 검사 등을 통과한 축산품에 한해 ‘농협안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안심한우, 안심한돈, 안심벌꿀 등 ‘안심’이 들어간 축산물은 농협이 식품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것으로 소비자께서 ‘안심’하고 구매하실 수 있는 제품입니다.”

    ▼ 소비자는 질 좋은 축산물을 저렴하게 구매하길 원합니다.

    “소비자의 구매 성향에 발맞추기 위해 농협에서는 조합원이 생산한 축산물을 조합을 통해 출하하면 공판장에서 도축해 곧바로 매장에 공급해주는 ‘협동조합형 패커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기존 유통구조에서는 생산자에서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데 중간 도매상을 여럿 거치면서 보통 6~7단계가 소요됐습니다. 농협의 협동조합형 유통 시스템이 도입되면 3~4단계로 축소됩니다. 줄어든 유통 단계만큼 생산자에게는 더 큰 수익을 돌려주고, 소비자에게는 더 저렴하게 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협은 축산물 유통혁신을 꾀하기 위해 양돈조합 중심의 생산형 패커와 함께 유통형 패커인 안심축산의 병행 육성을 추진 중이다. 유통형 패커는 전국 단위로 유통, 가공, 판매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6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까지 충북 음성 공판장을 증설 완료하고, 내년부터 내후년까지는 전남 나주 공판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또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신규 도축장 2개소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도 세웠다.

    ▼ 유통 단계 축소 못지않게 유통 채널의 다변화도 필요할 텐데요.

    “농협 축산경제가 자체적으로 도입한 ‘e-고기 장터’와 ‘칼 없는 정육점’이 축산물의 새로운 유통 채널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고기장터’는 온라인을 통해 축산물을 도매거래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을 통하면 전국 음식점이나 소매점 등에서 한우와 한돈, 오리와 계란 등 농협이 품질을 보증하는 안심축산물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e-고기장터’가 B2B(비즈니스 투 비즈니스) 유통 시스템이라면, ‘칼 없는 정육점’은 B2C(비즈니스 투 커스터머)를 위한 신개념의 유통 채널입니다. 핵가족과 싱글족 등이 많아진 현실을 감안, 소비자가 소포장 완제품 축산물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마트 등에 진열·판매할 계획입니다. 부부가 한 끼 식사로 먹을 수 있는 200g 정도의 소포장 제품을 집에서 가까운 마트와 편의점 등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 농협이 독자적으로 유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인가요.

    “‘e-고기장터’는 농협이 자체 개발한 온라인 시스템이고, ‘칼 없는 정육점’은 유통 체인 등과 협업할 예정입니다. 코사마트와 이미 제휴했고, 앞으로 편의점 등과도 제휴할 계획입니다.”

    성장 가능성 높은 말산업

    ▼ 그렇게 되면 농협이 축산물 유통 시스템을 장악하게 되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의 유통시장은 어마어마합니다. 전국에 정육점이 4만8000여 개 있습니다. 칼 없는 정육점이 전국에 200여 개 생겨난다고 축산물 유통 시스템을 장악한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입니다. 칼 없는 정육점은 폭리 없이 신선한 축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하도록 유도하려는 선도적 기능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 서민 부담을 줄이는 새로운 축산물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그렇죠. 그런 개념입니다.”

    ▼ 국가적으로 말산업 육성을 추진 중입니다. 농협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축산업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신종산업이 필요한데, 말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종산업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산업이 주로 승마 등 레저 쪽에 치우친 점이 있습니다. 농협은 레저용뿐 아니라 특색 축산물로 말고기의 생산과 유통 기반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안성팜랜드를 장차 말산업과 축산을 매개로 한 6차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시킬 계획입니다.”

    경기도 안성에 자리 잡은 농협 안성팜랜드는 2012년 4월 문을 연 이후 연간 27만여 명의 입장객이 찾았다. 농협은 2016년까지 한 해 60만 명의 입장객 유치를 목표로 제2단계 시설 조성에 착수했다. 사계절 관람과 체험이 가능토록 초지경관과 체험장을 설치하고, 단체고객 유치를 위해 양털 깎기와 피자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안성팜랜드는 가축을 기르는 1차 산업적 체험과 함께 햄과 치즈를 만드는 2차 가공체험, 여기에 승마를 체험하고 영상을 볼 수 있는 3차 산업까지 가미한 6차 산업의 현장”이라며 “가족 단위 관람은 물론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등 단체 관람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축산경제는‘가축혈액 자원화’와 ‘축사 태양광 설치’를 중점 사업으로 추진한다.

    “2013년 한 해 전국 도축장에서 가축혈액 폐수처리에 지출한 비용이 134억 원에 달합니다. 가축혈액을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의 원료로 자원화하면 폐수처리비용 절감은 물론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축사 지붕과 같은 유휴시설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전력 집중시간대에 발생할 수 있는 블랙아웃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버리던 가축혈액을 자원화하고, 쓰지 않고 놀리던 축사 지붕 등을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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