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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청자라면 ‘차범근 해설’ 들었을 것”

독점 인터뷰 이영표의 2막 1장

  •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내가 시청자라면 ‘차범근 해설’ 들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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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바람대로 시청률 1위에 올랐고, 덕분에 다른 방송사 해설위원들은 죽을 맛이었다고 하더라.(웃음)

A : 방송하다보니 내가 가진 지식과 생각을 잘 포장해 전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방송국 측에선 축구를 보는 시청자의 수준을 중학교 1, 2학년에 맞춰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시청자의 폭이 다양하기에 어려운 설명보다 쉬운 얘기로 풀어주길 바랐다. 축구인이나 전문가가 봤을 때는 내 해설이 수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영표가 저것밖에 못해?’ 하는 시각도 있었을 것 같다. 실제 내 해설이 중학생 정도가 이해할 수 있는 해설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많은 분이 좋아한 것만은 분명하다.

“해설하며 마음 편치 않았다”

Q: 그렇다면 이번 월드컵에서 누가 해설을 가장 잘했다고 보나.

A : 나나 정환이 형, 종국이는 선수로서의 경험밖에 없다. 그러나 차범근 감독은 선수는 물론 지도자로서의 경험을 가졌다. 따라서 자연스레 다양한 경험과 연륜에서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해설은 타 방송사가 따라갈 수 없었다. 해설 자체의 수준만 놓고 보면 차 감독 이 최고였다. 만약 내가 시청자였다면 난 당연히 차 감독 해설을 들었을 것이다.”



Q: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구선수였고,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는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다보니 선배 홍명보 감독과 후배 선수들이 뛰는 대표팀에 대해 객관적 시각을 갖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A : 중계하는 내내 부딪힌 부분이다. 해설자 이영표와 인간 이영표가 서로 치열하게 다퉜다. 인간 이영표 처지에선 후배들의 실수가 충분히 이해되고, 그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그리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보니 그때 선수들이 얼마나 절망하고 아파할지를 느끼니 절로 감정이입이 되더라. 해설하면서 선수 개인의 실수에 대해선 지적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단순 실수인지, 정신적인 준비 부족에서 나온 건지, 위축된 상태에서 저지른 것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단순 실수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심리적인 실수라면 설명해야 했고, 정신적인 준비 부족이라면 따끔히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알제리전이나 벨기에전을 마치고 아파하는 후배들에게 직접 가서 등도 두드려주고, ‘수고했어’라고 얘기도 해주고 싶었지만 해설하는 이영표의 처지는 달랐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처럼 치열하면서도 냉정한 분석과 해석이 필요했다. 결국엔 난 해설자 이영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정작 브라질 월드컵이 끝났을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Q: 대표팀의 부진이 안타까웠을 텐데.

A: 사실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탈락한 데는 대표팀뿐 아니라 나를 포함해 한국 축구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이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도자, 선수, 심지어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나 같은 경기인 출신들이지만 말이다.”

빛 잃은 점유율 축구

“내가 시청자라면 ‘차범근 해설’ 들었을 것”

이영표(왼쪽)는 KBS를 월드컵 중계방송 시청률 1위로 이끌었다.

Q: 이번 브라질 월드컵의 전체적인 특징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A : 세계 축구가 2000년대 초반 추구하던 스리백의 재평가, 재발견이었다. 옛날 축구라고, 과거의 철 지난 축구의 전유물이라고 여겼던 스리백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스리백은 양쪽 측면 수비수가 주로 공격에 가담하는 포백과 달리 대인 방어에 전념하는 전술이다. 공수를 오가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기에 강한 체력이 필수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5-1로 물리친 네덜란드, 16강전에서 브라질을 괴롭힌 칠레, 죽음의 조로 손꼽힌 D조의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이 압박과 역습을 이용한 스리백으로 아주 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Q: 독일의 우승과 스페인의 몰락이 인상적이었는데.

A : 2010년부터 세계 축구는 FC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으로 상징되는 점유율 축구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스페인이 점차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점유율 축구도 빛을 잃게 됐고, 그것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여실히 증명됐다. 독일은 역습과 수비가 동시에 되는 유일한 팀이었다. 그래서 우승했다. 스페인은 선수들이 이미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맛본 터라 간절함 또한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스페인을 상대하는 팀이라면 모두가 스페인이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철저한 준비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해서 나온다. 반대로 상대를 만만하게 본 스페인으로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브라질은 4강에 진입한 것만 해도 최고의 성적을 냈다고 본다. 이전의 브라질 팀은 개인 능력으로 팀 분위기를 바꿀 만한 선수가 5, 6명 됐다. 호나우두, 호나우딩요, 호나우지뉴 등이 뛰면 상대 선수들은 누구를 막아야 할지 도통 답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네이마르 한 명 정도다. 그렇다보니 네이마르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았고, 그가 부상으로 쓰러졌을 때 브라질도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그게 브라질이 우승하지 못한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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