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영미의 스포츠 ZOOM 人

“내가 시청자라면 ‘차범근 해설’ 들었을 것”

독점 인터뷰 이영표의 2막 1장

  •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내가 시청자라면 ‘차범근 해설’ 들었을 것”

4/4
Q: 얼마 전 축구협회로부터 기술위원회 자리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A : 정식 제안을 받은 적 없다. 단, 기자들이 그런 내용의 질문을 해와 ‘난 지금 배울 때지, 뭔가를 할 수 있는 때가 아니다’라고 대답했을 뿐이다. 지금은 부족한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너무 많다. 공부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쌓였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고 싶다. 그 대상이 구단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단체가 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모든 것이 한국 축구와 연결됐다는 사실이다. 그때가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Q: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감독과 선수로 인연을 맺은 마틴 레니 감독이 K리그 신생팀 이랜드의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2년 전 기자도 미국 프로축구(MSL) 취재차 화이트캡스 경기를 찾았을 때 직접 만난 적이 있어 감회가 새롭다.

(7월 17일 이랜드 프로축구단은 “초대 감독으로 밴쿠버 화이트캡스를 이끌었던 마틴 레니 감독을 선임했으며 계약기간은 2017년까지 3년”이라고 밝혔다. 레니 감독은 2010년 MLS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화이트캡스의 감독으로 선임돼 부임 첫해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A : 마틴 레니 감독은 내가 추천했다.



“한국 시스템 장점 잃지 말아야”

Q: 사실인가. 금시초문이다.

A : 만약 최고의 지도자를 모시고 싶다면 당연히 첼시의 무리뉴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클럽마다 재정의 한계가 있고, 또 한국에서 감독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을 찾아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외국인 지도자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난 주저 없이 마틴 레니 감독을 추천했다. 그는 겪어본 감독 중 최고의 지도자였다. 나하고 나이 차이가 2살밖에 나지 않는 젊고 유능한 지도자다. 성품이 아주 훌륭하다. 선수들의 창의적 사고를 막지 않고, 오히려 창의력을 발전시키게 하는 감독이다. 자유 속에서 절제를 찾는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듣기론 이랜드 측에서도 굉장히 흡족해한다더라. 낯선 한국 생활의 어려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분이 K리그에 제대로 뿌리내리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이런 젊고 유능한 외국 지도자가 한국 축구에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게, 무조건 외국인 지도자나 외국 시스템이 더 좋고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가진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서로 어울리면서 함께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Q: 지난해 10월 28일,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홈경기에서 선수 생활 마지막 무대가 펼쳐졌다. 은퇴 경기에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했고,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다. 팬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 소속팀이 은퇴식을 위해 펼친 깜짝 이벤트가 화제를 모았다.

A : 한마디로 결코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은퇴식이었다. 페널티킥에 성공해 득점한 선수가 나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공을 바치는 세리머니를 펼쳤고, 구단에선 은퇴 경기 티켓에 내 얼굴을 새겨 발매했다. 은퇴 경기 시작 전 대기실과 출전 직전의 모습, 교체로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감동을 자아냈다. 더욱이 경기장에는 팬들이 준비한 대형 태극기가 걸렸고, 감독은 은퇴하는 선수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줬다. 많은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은퇴식이었다. 화이트캡스가 1974년에 창단됐는데, 나와 같은 은퇴식을 치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고 하더라. 참으로 많은 걸 선물해준 팀이다.

Q: 그래도 한국의 팬들은 이영표의 마지막 경기는 K리그이기를 바랐을 것이다.

A : 나도 왜 그 생각을 안 했겠나. 화이트캡스와 계약하기 전 FC서울에 들어가 6개월가량 훈련한 적이 있다. 한국말로, 한국 선수들과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정겨운 분위기에서 훈련하는 생활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아내와 아이들도 한국에서 생활하기를 바랐고, 고단한 외국 생활이 이어지는 데 대한 부담도 나타냈지만, 결국 내 선택은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기보다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화이트캡스와 2년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돌이켜보면 그 2년여 동안 말로 표현 못할 축복을 받은 것 같다. 아주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은퇴식을 치렀다. 그래선지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이나 회한이 남아 있지 않다.”

이영표와 대화를 나누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2002년 월드컵을 마치고 황선홍, 홍명보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다. 당시 두 레전드의 은퇴 소식을 듣고, 아쉬움도 컸지만, 그에 못지않은 기대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아, 이토록 경험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한다면 앞으로 한국 축구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이영표와 박지성도 마찬가지다. 그래선지 두 사람은 은퇴 전보다 은퇴 후가 더 기대되는 축구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이영표는 “지성이와 나 둘 다 한국 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선수 때 우리가 한국 축구에 얼마나 많은 걸 기여했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은퇴 후의 삶도 한국 축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사실이다. 둘 다 공부 많이 해서 앞으로 한국 축구에 뜻깊은 역할을 하는 축구인이 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영표는 9월 초,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다시 밴쿠버로 돌아갈 계획이다.

신동아 2014년 9월호

4/4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목록 닫기

“내가 시청자라면 ‘차범근 해설’ 들었을 것”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