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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개 기관 중 230곳 이상 임원 절반 넘는 곳 수두룩

점입가경!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의혹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302개 기관 중 230곳 이상 임원 절반 넘는 곳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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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선 공신들 “전리품 없다” 불만 나오기도
  • ● 이명박 정부보다 ‘政피아’ 낙하산 더 늘어
  • ● 낙하산 논란 기관장 180여 명…83곳은 감사까지
  • ● 경영 잘못한 공공기관장에 손해배상 법제화 필요
302개 기관 중 230곳 이상 임원 절반 넘는 곳 수두룩
정부는 올해부터 공기업 · 공공기관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할 때 학점 · 어학능력 · 자격증 등 ‘스펙’이 아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직무 능력을 위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입사지원서에 학점, 외국어 점수 등을 적는 칸도 없애겠다고 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신입사원을 뽑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기업과 기관을 이끌어갈 대표이사와 감사 등 임원을 제대로 선출하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정권과의 ‘지연’ ‘학연’ ‘정치적 관계’라는 스펙을 통한 낙하산 인사가 만연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컸다.

역대 정권마다 ‘객관적 인사’를 다짐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는 더 이상의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믿는 모양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번 정부에 낙하산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런데 왜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은 낙하산 인사’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낙하산 인사’의 기준이란 게 모호하기 때문이다. ‘신동아’는 그 대상을 ‘윗선으로부터의 압력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상급 부처 공무원과 상급 공공기관 임직원, 집권여당 인사,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일했거나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 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 관변단체 회원으로 한정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성균관대·서강대·영남대 출신, 심지어 대구·경북 출신, 관계부처 장관이나 수석비서관과의 지연·학연 등을 낙하산 인사의 기준으로 정했지만, 다소 무리한 설정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단순히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인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



前 정부 낙하산 임기는 보장

현 정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실상을 정밀 조사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꼭 2년째 되는 날인 2월 25일을 기준으로 공공기관 경영공시 사이트 ‘알리오(www.alio.go.kr)’에 공시된 공공기관 302개 현직 이사진을 분석했다.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비상임감사 포함), 이사(비상임이사 포함) 등 공시된 임원 자리는 모두 2500여 개. 이 가운데 당연직 이사를 제외한 1860여 개가 공모 등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먼저 눈에 띈 게 전임 정부 때 선출돼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임원이 500명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다. 20%가 넘는 비율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임기가 남아 있던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들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낸 것과 비교하면 현 정부는 최소한 ‘임기 보장’이란 원칙은 준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헌신했던 ‘공신’들로부터 “전리품(보상 받을 자리)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면모를 보면 여전히 ‘낙하산’ 인사 의혹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졌음을 알 수 있다. 1860여 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600명 이상이 낙하산 인사 의혹 범주에 포함됐다. 전체의 3분의 1에 가까운 높은 수치다. 여전히 낙하산 인사가 심각하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정(政)피아’(정치인 마피아)로 볼 수 있는 이들의 득세다. 정치권 인사와 ‘선거 공신’들을 추려보니 320명 정도 됐다. 같은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동안 취임한 낙하산 인사 의혹을 조사한 결과, 정피아 출신은 240여 명이었다. 현 정부 들어 그 숫자가 30% 가까이 더 증가한 것이다. 그나마 정당인이 아닌 대학교수 출신의 경우 대선 외곽단체에서 활동한 사례가 확인된 경우만 집계에 넣은 것이라 실제 정피아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곳 기관장 · 감사 모두 정피아

공공기관 302곳 중 230여 곳에서 최소 한 명 이상의 낙하산 인사 의혹이 있었다. 전체의 4분의 3이 넘는 규모다. 낙하산 의혹이 없는 곳은 70여 곳에 그쳤다. 이런 곳은 주로 국립대병원, 진흥원, 연구원, 개발원 등 낙하산으로 내려가려 해도 ‘뭘 좀 알아야’ 되는 전문 분야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낙하산 의혹이 있는 인사가 이뤄진다. 지난해 말 취임한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 이사장은 17대 국회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과 제18대 대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여성권익특별본부장을 지낸 정치인이다. 박근혜 정부 싱크탱크 기능을 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이기도 하다. 물론 의사 출신이기에 전문성엔 문제가 없지만,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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