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정년연장+청년실업 해결은 모순 나눔의 미덕으로 대타협해야”

국가미래연구원장 김광두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입력2015-04-22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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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 주도 성장은 경제민주화와 같은 관점
    • 임금 올려 성장한다는 발상은 비현실적
    • 공공단체 서비스, 민간기업에 넘겨야
    “정년연장+청년실업 해결은 모순 나눔의 미덕으로 대타협해야”
    김광두(68) 서강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학자다. 서강대에서 오랫동안 경제학을 가르쳐온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에 크게 기여한 국가미래연구원의 창립을 주도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창립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함께 우리 사회 보수 싱크탱크를 대표한다.

    최근 ‘한국경제신문’ 자매지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2015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에서 국가미래연구원은 정치·사회 부문 10위를 차지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이러한 빠른 성장에는 김광두 원장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어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김광두 교수에게 우리 경제가 선 자리와 갈 길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3월 26일 서강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김호기 1947년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나셨죠?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강대에 입학한 것은 언제인지요.

    김광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들어오면 64학번이 맞아요.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대학 시험을 보지 않았어요. 철학적인 방황을 한 거지요. 1965년 서강대에 합격했는데, 곧 입학하지 않고 나중에 등록해서 66년부터 다니기 시작했어요. 서강대에 온 이유는 교수가 되고 싶어서였어요. 그때 서강대는 참 좋았어요. 공부도 열심히 시키고 외국에서 학위를 마친 교수도 많았어요. 교수 급여도 아주 높았지요.

    시장경제론자이자 성장론자



    김호기 서강대 경제학과는 이른바 ‘서강학파’로 유명합니다.

    김광두 그 이름이 나온 까닭은 경제학과 교수들이 박정희 정부에서 많이 일했기 때문이에요. 고(故) 남덕우 교수가 재무부 장관, 부총리를 10여 년간 했잖아요. 박 대통령이 돌아가실 때까지 옆에서 도와줬지요. 이승윤 교수, 김만제 교수도 있었고요. 당시 서강대 경제학과에는 미국식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한 분이 많았지요.

    김호기 1970년대까지 어느 대학이든 경제학과에는 미국 대학 출신 박사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이후에야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김광두 서강학파는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시장경제론자들이죠. 1960~70년대 국가가 강력한 경제개발 계획을 추진한 상황에서 무슨 시장경제냐는 얘기를 할 수도 있는데, 정부 경제개발계획의 정책 수단은 금리나 환율 같은 시장경제적 수단을 운용하는 거였어요. 이러한 내용을 조언한 교수들이 바로 이분들이에요. 요컨대 서강학파란 정부 일을 도와주거나 참여한 시장경제론자들이자 성장론자들이라고 볼 수 있어요.

    김호기 미국 하와이대에서 공부하셨습니다. 언제 돌아오셨는지요.

    김광두 장학금을 받고 1972년부터 76년까지 하와이대에서 유학했어요. 1976년 국제수지 조정 정책에 관한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 귀국해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다가 1982년부터 서강대 경제학과에서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김호기 30년 넘게 계셨으니 모교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겠습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이끌어온 셈인데, 어떤 분야를 가르치셨는지요.

    김광두 국제경제학이에요. 국제경제, 기술경제, 산업경제, 산업조직 등을 연구하고 가르쳐왔어요.

    김호기 최근 전문가들은 물론 많은 국민이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한국 경제가 선 자리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요.

    김광두 경제를 얘기할 때 접근법은 두 개예요. 하나는 현상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현상 밑에 흐르는 질서를 주목하는 거예요. 나는 질서를 가지고 얘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우리 경제는 점점 더 경직돼가요. 그 다음에는 변화가 생겼을 때 이 변화를 완화하거나 촉진하는 정책 수단을 써야 하는데, 이런 정책 수단 역시 고갈돼 가요. 어떤 결정을 하든 이익을 보거나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피해 집단이 강하게 반발하면 결정을 잘 못해요.

    김호기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봐선안 되지만, 우리 사회 갈등비용은 많은 편입니다.

    김광두 세계경제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해요. 거기에 우리 경제가 빨리빨리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 조정 장치가 약해요. 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차라리 해외로 나가요. 삼성전자가 베트남을 활용하거나 LG전자가 중국을 활용하거나 현대자동차가 미국을 활용하는 게 그런 사례지요. 그 밑에 노동문제가 깔려 있고 갈등 문제가 깔려있어요. 또 교육이 변화에 제대로 따라가주지 못해요.

    김호기 그렇다면 이 경직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김광두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서로 진실하게 소통하는, 그래서 견해 차이를 해소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봐요. 상대방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가 못 봤던 면을 볼 수 있고, 같이 공통분모를 도출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약해요. 기업도 노사 간에 대화할 때 완전히 투명하게 대화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어요? 서로 못 믿어서 조금씩 숨겨놓고 대화하니 한계가 있거든요. 특히 이해관계에 걸리면 양보를 안 하는 게 문제예요. 조금 더 솔직해지면 양보할 수 있는데 말이에요.

    저성장 타격 큰 서민층

    김호기 최근 우리 경제의 최대 문제는 저성장과 양극화입니다. 먼저 저성장은 어떻게 볼 수 있는지요.

    김광두 세계적인 추세죠. 금년 들어서 미국이 좀 활기를 띠는 정도예요. 현재 세계 전체가 과잉생산 체제에 들어와 있어요. 어느 나라이건 중복투자가 많고 생산시설이 과잉이에요. 과잉이다보니까 수요가 모자라는 거죠.

    김호기 지난해 우리 경제는 3.3% 정도 성장했습니다.

    김광두 현재 우리 잠재성장률은 3.5%예요.

    김호기 문제는 국민의 시선입니다. 국민은 여전히 저성장이 아니라 중(中)성장 정도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4% 정도는 성장해야 국민이 만족할 것 같습니다.

    김광두 과거에 우리가 고도성장을 해왔으니까 그것을 원하는 건데 여기에는 정부 잘못도 커요. 이명박 대통령이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내걸었잖아요. 국민에게 불가능한 얘기를 한 거죠.

    김호기 저성장에 양극화가 결합돼 국민의 괴로움은 더욱 큰 것으로 보입니다.

    김광두 3% 성장을 해도 대기업은 괜찮아요. 세계시장 경쟁력도 있고요. 문제는 중소 영세기업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들이에요. 이 사람들이 굉장히 어려워요.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임금격차가 우리의 경우는 약 4.7배예요.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2위예요. 미국이 1위이고요. 하위 임금을 받는 이들은 경제가 빨리빨리 돌아가서 생활이 윤택해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김호기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7%나 됩니다.

    김광두 대기업에 있는 사람들은 별로 불만이 없어요. 고도성장이든 뭐든 자기들이 늘 주인공이었어요. 문제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이지요. 지금 임금소득자의 절반이 월 200만 원 이하를 받고 있어요. 서민계층에서는 경제성장률이 조금 높아져야 내 생활이 좋다, 이런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거지요.

    ‘소득 주도 성장’과 우리 현실

    김호기 2012년 대선 과정에서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에 관한 토론이 많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 담론에서 변화가 감지됩니다. 불평등과 경제성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먼저 불평등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 실질임금은 정체돼 있고, 노동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 전체 소득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는 데 반해 가계소득은 줄어온 셈입니다.

    이런 현실에 주목해 최근 양극화를 해소할 가계소득 증진 방법으로 소득 주도 성장이 제시됩니다. 소득 주도 성장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줘 중산층과 서민을 살리면서 내수 기반의 성장동력을 활성화하자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 소득 주도 성장을 강력히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광두 기본 관점은 경제민주화와 같아요. 소득을 올려서 그것으로 소비를 하게 하고 내수를 진작해 성장을 하자는 거지요. 이렇게 성장시켜 다시 임금이 올라가는 선순환을 만들자는 게 소득 주도 성장론이에요.

    그런데 맨 처음 임금을 올려주는 주체가 누구예요? 기업이에요. 일본에서 임금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줬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과연 법인세를 깎아줄 수 있을까요? 또 다른 문제는 중국이에요. 우리가 지금 누구하고 경쟁하고 있나요? 중국의 정책은 임금 먼저 올리고 생산성을 나중에 올리는 게 아니라 생산성을 먼저 올리고 임금을 나중에 올려주는 것이에요. 이렇게 중국이 임금에 앞서 생산성을 먼저 올리는데 우리가 생산성보다 임금을 먼저 올리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결국 중국에 시장을 많이 빼앗기게 돼요.

    이 두 가지 문제를 봐도 임금을 올려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스타팅 포인트가 잘못돼 있어요. 더불어 생각해야 할 게 기술 변화예요. 지금 기술 변화를 못 따라가면 곧바로 세계시장에서 져요. 그런데 기술 변화를 하려면 R·D(연구·개발) 투자를 많이 해야 되잖아요. 임금을 먼저 올려라, R·D 투자는 나중에 하자, 이렇게 되면 결국 다른 글로벌 기업한테 밀리는 거죠.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해야 해요. 현실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의 핵심이에요.

    김호기 소득 주도 성장의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홍장표 부경대 교수가 중소기업에 주목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책과제로는 최저임금제 강화,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 전환, 사회적 합의에 의한 생산성임금제 도입이 있습니다. 더불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원상회복,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를 통한 자본소득세 강화,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나아가 공정한 하도급거래 질서 구축, 대·중소기업 성과배분제도 개혁 등을 통한 공생의 산업 생태계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김광두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임금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다시 말하자면, 문제의 핵심은 정책의 현실성에 있어요. 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지요. 또 일자리가 있는 사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일자리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하고요.

    세계노동기구(ILO)에서 나온 보고서를 중심으로 제기된 게 소득 주도 성장론이에요. ILO의 시각이 강력하게 반영된 거지요. 그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현실에 맞게 토론해서 현실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 경제의 일본화

    김호기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한국 경제의 일본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최근 우리 경제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말하는,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의 입구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인데요.

    김광두 동감해요. 일본식 장기 침체 쪽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주목할 것은 우리가 일본보다 못한 게 있다는 점이에요. 기초 생산기술이 일본보다 떨어진다는 거지요. 또 일본은 우리보다 양극화가 덜 심해요. 그래서 갈등이 우리보다 덜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갈등이 상당히 심한 사회라서 사회 전체의 갈등 비용이 높아요.

    김호기 한 민간 연구소가 계산한 최근 우리 사회 갈등비용을 보니 국민총생산(GDP)의 27%에 달한다고 합니다. OECD 국가 가운데 갈등비용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사실 다른 나라엔 인종 문제도 있고, 종교 문제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그런 갈등이 매우 약하거나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사·계층·지역·이념갈등으로 대표되는 사회갈등은 매우 높은 수준이고, 이에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광두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그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요.

    김호기 사회갈등과 더불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입니다. 역대 정부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장기 과제라서 그런지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 다시 말해 다음 세대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김광두 저출산·고령화는 선진국의 공통된 현상이에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고 완화해야 하는 거지요. 바꾸기 어려운 것은 문화적 가치예요. 젊은이들이 ‘우리는 아이들한테 얽매여 살고 싶지 않다, 자유롭고 즐기면서 살고 싶다’고 하면, 이것을 막을 수는 없어요. 사실 고령화는 어쩔 수 없다고 봐요. 문제는 저출산인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력 단절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고, 높은 사교육비도 양육에 큰 부담을 줘요.

    김호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을 지급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일하는 여성을 위해 보육 서비스와 제도 등을 바꾸는 것입니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는 정책인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김광두 어떤 정부든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어요. 우리 사회 미래를 장기적으로 볼 때 현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가 보육과 교육이에요. 다음 대통령이 보육과 교육 문제 하나만 제대로 해결하겠다고 해도 현명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김호기 보육을 포함한 교육 문제를 일대 개혁하는 ‘교육 대통령’이 한번 나와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보육과 교육 정책을 두고 보수와 진보가 충돌합니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광두 리더의 철학이 중요해요. 무상복지를 하면 내가 지금 혜택을 받으니까 찍어주는데, 개혁을 한다고 하면 당장 표가 오지 않지요. 리더라면 길게 보는 비전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해야 해요. 대통령 되고 난 다음에도 단기적인 인기만을 생각하는 정책을 펼치면 결국 국민만 불쌍하게 되지요.

    김호기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서 젊은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김광두 청년실업도 세계적인 현상이에요. 그 원인은 기술 변화에 있어요. 기술이 사람을 필요 없게 만들어요.

    김호기 노동시장에서 인력의 과잉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보사회의 진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청년실업을 이렇게 놓아둘 수는 없을 것입니다.

    김광두 그럼 어떡할 거냐, 일하는 시간을 줄이자, 이런 대안이 나오지요.

    김호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시점으로 보입니다.

    “정년연장+청년실업 해결은 모순 나눔의 미덕으로 대타협해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정년 연장은 젊은이들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실업과 문화산업

    김광두 문제는 어느 나라가 맨 먼저 그것을 추진하느냐에 있어요. 먼저 할 경우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이 점에서 저는 기계가 할 수 없는 분야를 특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화산업이 대표적인 거죠. 문화산업이 발달하면 제조업이나 다른 부문의 부가가치를 올려줘요. 문제는 이렇게 창조적인 머리를 쓰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데 있어요. 제조업에서는 소프트웨어 분야가 그렇지요. 좋은 소프트웨어 만들어놨더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한테는 별로 혜택이 안 돌아가고 가져다 쓰는 사람이 오히려 돈을 벌게 돼요.

    김호기 문화산업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는 제도적 조건들이 중요합니다.

    김광두 개혁이 제대로 돼야 창조적인 인력이 일할 수 있어요. 문화산업을 포함해 머리를 쓰는 창조산업을 발전시키고 보상을 제대로 시행한다면 여기에 젊은이들이 많이 갈 수 있어요.

    사회적 대타협 전제는 ‘윈-윈’

    김호기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노조는 임금 인상을 좀 자제하고, 기업은 그 반대급부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는 타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광두 사회적 대타협의 조건에는 ‘윈-윈’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잖아요. 양보하기 위해선 비전이 있어야 해요. 양보하면 일자리도 많아지고 더 잘살 수 있다는 비전 제시가 필요하죠. 나눠 먹기 식으로 양보하라고 하면 양보가 잘 안 이뤄져요. 일종의 미덕처럼 대타협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 아래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타협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에요.

    김호기 주고받는 이익이 명확해야 제대로 된 타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치나 도덕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서는 타협이 이뤄지기 어렵고, 설령 이뤄졌다 하더라도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김광두 하나하나 생각해볼 게 많아요. 가령 기업 내에서 나이 든 분들은 정년 연장을 요구해요.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분들은 젊은이들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일할 수 있는 전체 양은 일정한 것인데, 이분들이 일을 더 하면 그만큼 젊은이들은 못하는 거예요. 젊은이 처지를 생각 안 하는 게 정년 연장이지요. 문제는 우리 정치에 있어요. 정년 연장을 무조건 찬성하는데, 그 사람들 표가 떨어질까봐서 그러는 거지요.

    김호기 일종의 딜레마입니다. 나이 든 분들에게는 정년 연장을 약속하지 않을 수 없고, 젊은이들에게는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광두 앞뒤가 안 맞는 소리를 한단 말예요.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게 참 모자라요.

    김호기 청년실업이든 노후복지든 결국 문제의 핵심은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있습니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려고 하면 정부와 기업과 시민사회가 협력해야 합니다. 정부는 사회적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기업은 새로운 투자를 통해서든 대타협을 통해서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사회는 이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타협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김광두 문제는 정치권이 너무 표를 의식한다는 데 있어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을 고용할 수 있는 고용 주체가 있어야 해요. 이 고용 주체는 현실적으로 기업이에요. 자본주의 질서에는 기업이 제일 효율적이에요.

    우리 사회에선 각종 공공단체가 정부 돈을 가지고 민간기업이 하는 서비스를 다해요. 그런데 그 예산을 민간기업이 운용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어요. 공공기관이 5억 원을 갖고 하면 민간은 1억 원이면 돼요. 그 나머지 4억 원은 청년들을 위해 쓸 수 있어요. 이렇게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데, 세금을 낭비하는 셈이지요.

    지금 야당 쪽 주장은 정부가 더 하자는 거예요. 똑같은 돈을 민간에 맡기면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저는 대타협의 내용에 노사 간 대타협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의 수준에서 정부 비중과 민간 비중 간의 문제, 정부 서비스 범위와 민간 서비스 범위 간의 문제 등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의 기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요.

    변화 의지 약한 朴 정부

    김호기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김광두 박근혜 정부에 대해 제일 아쉬운 것은 변화 의지가 약하다는 점이에요. 시대라는 것은 항상 앞으로 향하고 앞으로 가는 시대는 미래로 나아가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해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의지가 약하다고 봐요. 잘한 것을 들라면, 공공부문 개혁에서 공무원 연금개혁이 성공한다면 업적으로 남을 거예요. 김영란법도 제대로 시행만 하면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김호기 우리나이로 예순아홉이십니다. ‘100세 시대’가 우리 사회에서도 이제 열리는데, 앞으로 펼쳐질 30년 삶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김광두 내 꿈은 국가미래연구원에 있어요. 국가미래연구원은 개혁적 보수를 추구하는 싱크탱크예요.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하고 국가기관은 물론 많은 사람이 이 아이디어를 활발히 수용하길 바랍니다.

    김호기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이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는 싱크탱크로 평가받습니다. 정책을 제안하는 싱크탱크의 기능이 갈수록 중요해집니다.

    김광두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2015년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정치·사회 부문에서 국가미래연구원이 10위를 차지했어요. 민간연구소로는 희망제작소와 우리가 10위 안에 들었어요. 2년밖에 안됐는데 이런 평가를 받은 게 저로서는 기분이 아주 좋아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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