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상하이지수 6000 간다 변동성 · 순환매 눈여겨보라”

‘국내 유일 중화권 증권사’ 유안타증권 서명석 사장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5-04-24 0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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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내 6000 갔다 거품 빠질 것
    • 후강퉁+선강퉁 시가총액 한국 6배 넘어
    • 금융, 건설, 소비 등에 장기투자 바람직
    • ‘뭘 살까’보다 ‘뭘 팔까’를 물어야
    “상하이지수 6000 간다 변동성 · 순환매 눈여겨보라”
    후강퉁(扈港通·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 허용) 후폭풍이 엄청나다. 후강퉁이 개시된 지난해 11월 17일 2500선 아래에 있던 상하이종합지수가 4월 10일 4000선을 뚫고 올라갔다. 후강퉁 시행 5개월도 안 돼 60%나 상승한 것이다. 시행 첫 달 다소 소극적이던 국내 투자자들도 점점 투자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후강퉁 누적 매수액은 1조4600억 원이다.

    후강퉁 직접거래 중개시장에서 가장 앞서 달리는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그런데 바로 그 뒤를 추격하는 곳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이라는 점이 의외다. 후강퉁 개시 첫 달 점유율이 삼성증권 58%, 유안타증권 11%였는데,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50%대 중반, 유안타증권이 20%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증권사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2013년 ‘동양사태’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동양증권은 지난해 5월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에 인수돼 간판을 바꿔달았다. 유안타그룹은 대만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은행 증권 선물 벤처캐피털 등 9개 자회사를 보유한 금융사다.

    4월 8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서명석(54) 유안타증권 사장을 만났다. 그는 금융업계에서 보기 드문 ‘원클럽맨’이자, 국내 최초 리서치센터장 출신 대표이사다.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투자전략팀장, 상품운용팀장, 리서치센터장, CFO 등을 거쳤고, 동양사태 때는 그룹 계열사 회사채 및 기업어음 불완전판매 관련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다.

    ‘The Greater China’



    ▼ 요즘 후강퉁 거래에서 유안타증권의 활약이 화제입니다.

    “삼성증권이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금융상품으로 접근했다면, 우리는 직접투자 개념으로 고객에 다가갔습니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유일의 중화권 증권사예요. 유안타그룹에는 대만, 홍콩, 상하이, 한국에 포진한 리서치 인력이 220명가량 됩니다. 이 팀들이 매일, 그리고 주간 단위로 회의하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어요. 이처럼 탄탄한 중화권 네트워크에서 나온 리서치 자료를 제공했기 때문에 앞으로 치고나갈 수 있었지요.”

    ▼ 삼성증권이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하게 쫓아올 텐데요.

    “대만 유안타 본사에 ‘The Greater China’라는 문구를 붙여놓았길래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중국 본토와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합쳐 부르는 말이라고 해요. 중국은 대만이 본국에 속한다고 보고 대만에 대해서는 금융 장벽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휴를 맺더라도 중화권 내부에 들어가 있는 유안타증권의 네트워크와는 질적으로 차이날 수밖에 없어요.”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연일 최고치(최근 7년 내)를 경신하면서, 이미 과열이라는 우려와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낙관이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사장은 “6000선까지 갔다가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한 오늘날 중국이 1960년대 미국, 1970년대 일본, 1990년대 한국과 상황이 유사하다는 근거에서다.

    “버블은 늘 초기에 생깁니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다가 대폭락하는 거지요. 시가총액은 증가하는데 지수가 내려가는 것은 물량이 과다 공급됐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자본시장 발전 초기에 앞다퉈 기업공개(IPO)를 해요. KT, 포스코, 한국전력, SK텔레콤 등도 모두 1990년대 초반에 상장됐어요. 시장이 과다 공급된 물량을 소화하는 데 10년이 걸립니다. 이런 맥락에서 상하이 증시는 향후 1~2년 내에 6000선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그 후요? 그때 다시 찾아와주세요(웃음).”

    ▼ 중국 경제성장률의 하락, 중국 기업의 낮은 신뢰도 때문에 중국 투자에 회의적인 사람도 여전히 많습니다.

    “7% 룰(rul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경제가 7%씩 성장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0년에 2배로 늘어난다는 거예요. 중국이 지난 30년간 평균 7%씩 성장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지요. 또 중국이 과거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축으로 투자를 이끌어내고 산아제한으로 1인당 GDP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앞으로는 성장률이 내려가겠지만, 중국 정부의 경착륙 방어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중요해 보입니다.

    신흥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반드시 부패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이 성공했고 중동이나 남미 국가들은 실패했어요. 시진핑 주석은 ‘부패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중국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 확고합니다. 앞으로는 회계 조작이 드러나면 사형을 피할 수 없지 않나 싶을 정도예요. 중국 기업의 과거 재무 데이터는 믿을 수 없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믿어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상하이 증시에선 어떤 종목이 유망할까. 유안타증권은 장기적 관점에서 10개 테마를 선정, 40여 개 추천 종목을 제시하고 있다(표 참조). 서 사장은 “장기투자 종목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기투자 종목은 열심히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장기투자는 단순하게

    “한국이 1990년에 자본시장을 개방하자 코리아펀드가 들어왔어요. 직원이 몇 명 없는데도 수익률 1등을 해서 수십 명 리서치 인력을 둔 국내 증권사들이 비결을 궁금해했죠. 그런데 그 비결이란 게 참 단순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당연히 금융, 건설, 소비 업종이 발전합니다. 심플한 원칙으로 리딩 기업을 꼽았던 거였죠. 중국도 마찬가지 원칙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을 이끌 종목은 쉽게 보이지 않아요. 구글, 알리바바, 아모레퍼시픽 모두 예상 못했던 기업입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짜는 거고요.”

    ▼ 중국 증시 투자에 걱정이 많은 투자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첫째, 후강퉁 시행 이후 상하이지수 변동성이 31.3%(연환산)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9.9%)와 비교할 때 상당히 높습니다. 이렇게 큰 변동성 아래 수익률을 관리하려면 자산 배분을 효과적으로 해야 해요. 둘째, 상하이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80% 이상으로 순환매가 매우 빨라요. 정책, 이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이 점을 감안해야 해요. 셋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등 중국 정부가 언급한 투자 계획들은 대부분 중장기 프로젝트입니다. 따라서 단기 투자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해요. 마지막으로 여전히 현지 기업들의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제한적이므로 대형주 중심, 랩(Wrap)이나 펀드 등으로 간접 투자하는 것도 좋습니다.”

    ▼ 위안화 환율도 고려할 사항입니다.

    “저는 ‘미국이 올해는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데 베팅합니다. 미국 실업률이 5%까지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이 안 일어나고 있어요. 고용이 늘었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는 거죠. 따라서 금리를 인상시킬 동인(動因)이 없습니다. 또 만약 금리가 인상돼도 이미 예상됐던 일이기에 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달러 약세는 곧 위안화 강세입니다. 또 중국 정부는 후강퉁을 통해 세계 자본을 끌어오려고 하기 때문에 위안화 강세를 필사적으로 지킬 겁니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이 위안화 환율 때문에 손해 볼 일은 없을 거예요.”

    ▼ 올 하반기 선강퉁(深港通, 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 허용)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운 온라인 기반의 키움증권이 등장하면서 국내 증권산업이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선강퉁이 열리면 한 번 더 증권산업의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해요. 선전 증시는 우리나라 코스닥과 닮았는데, 규모는 20배나 크거든요.

    선강퉁이 되면 국내 주식 투자가들이 매우 흥분할 거예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IT 산업 이해도가 높고 공격적이어서 좋은 성과를 낼 겁니다. 선전 증시는 상하이 증시보다 성장 가능성도, 변동성도 큰 시장입니다. 코스피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시장인 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 해요.”

    “상하이지수 6000 간다 변동성 · 순환매 눈여겨보라”


    ‘뭘 팔아야 합니까’

    유안타증권은 ‘We Know Chin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중국 투자 시장 선점에 진력하고 있다. 후강퉁 주식에 투자하는 ‘We Know China’ 랩(Wrap)과 후강퉁 적립식 신탁 상품 등을 내놨고, 선강퉁 시행에 앞서 선전 증시 유망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선강퉁 선취매펀드를 출시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자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마이 티레이더(My tRadar)’로, 중국 버전 ‘후강퉁 티레이더’도 출시돼 있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매수 종목뿐만 아니라 매도 종목과 매도할 타이밍까지 조언해준다는 점. 서 사장은 “주식 투자에 실패하는 것은 좋은 종목을 못 샀기 때문이 아니라, 나쁜 종목을 계속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투자를 잘하려면 ‘뭘 사야 합니까’가 아니라 ‘뭘 팔아야 합니까’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자체 자금을 가지고 ‘후강퉁 티레이더’의 추천에 따라 투자하며 이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있는데, 1월 7일~3월 20일의 투자 성적을 보면 상하이지수 대비 2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서 사장에게 티레이더는 ‘눈물’ 같은 존재다. 2001년 개발 초기부터 관여해 2013년 출시했지만, 곧바로 터진 동양사태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그는 “2013년 12월 대만에서 동양증권 매각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회사의 어두운 상황만 줄줄이 얘기하다가, 딱 하나 희망적인 얘기를 꺼냈는데 그게 티레이더였다”고 회상했다. 유안타그룹은 티레이더에 관심을 보였고, 최근에는 다른 계열사에도 티레이더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유안타그룹에 매각되기 전 동양증권은 직원을 3200여 명에서 1700여 명으로, 지점은 165개에서 80여 개로 줄였다. 직원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 동양사태의 상처는 극복됐습니까.

    “불완전 판매 등 백배사죄해야 마땅한 부분도 있습니다만 우리 직원들도 모르고 당한 일이 많았기에 분노했고 창피해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30년간 몸담아온 회사가 쓰러지는 모습을 봐야 했고요. 얼마 전에 직원들에게 TV 광고를 개시해도 괜찮겠는지 물었어요. ‘이젠 지난 일이니 빨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대규모 구조조정 후 인력 구조상 가장 젊은 증권사가 됐어요. 그만큼 빨리 상처를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

    유안타그룹은 동양증권 인수 후 딱 4명의 점령군(?)만 한국으로 보냈다. 서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황웨이청 사장과 린훼이징 재무전략팀장, 준법감시(Compliance)팀 왕진쇼우 부장, 기획팀 성티엔하우 과장이다. 서 사장과 황 사장은 따로 업무 분담을 하지 않고 함께 중요 사안들을 결정한다. 금융업계에 각자대표 체제는 종종 있었지만, 공동대표 체제는 선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일로 비친다.

    ▼ 공동대표 간의 팀워크는 어떻습니까.

    “2013년 말부터 저와 바비(황 사장의 영어이름)는 매각 건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왔어요. 그간 둘이 함께 맘고생한 일들을 글로 쓰면 책 두세 권은 될 겁니다. 둘 다 다혈질이고 솔직해서 금방 상대의 생각을 읽고 양보할 건 빨리 양보하고 있어요. 직원들이 저보다 늘 웃는 얼굴인 바비를 더 편하게 여기는 것 같고요. 바비가 유일하게 아는 한국어가 ‘형’이에요. 두 살 위인 저를 형이라고 부르죠(웃음).”

    유안타그룹의 동양증권 인수는 대만에서 역대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한국기업 투자라 현지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근무하길 희망하는 대만 직원도 많단다. 지난 2월 서 사장은 대만 본사에서 열린 연례 회의에 참석했다. 300여 명의 임원 중 그는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그는 “죄인처럼 앉아 있으면서 속으로 ‘내년에 두고 보자. 싹 쓸어버리겠다’고 했는데,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좋아 올해 사업계획을 다시 쓰라고 할까봐 걱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 과거 명성을 되찾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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