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과대포장, 친박 그림자, 국고낭비” vs “창조경제 모범사례 구현”

‘스마트 원전 수출’ 둘러싼 정치적 논란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04-23 15: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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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업성 없는데 ‘창조경제 대표 모델’로 띄워”
    • “친박 성향 김황식 전 총리의 누나 지분 참여”
    • “한양대 출신 원자력연구원장이 주도”
    • 3000만 달러 투자금도 전액 국고 부담?
    “과대포장, 친박 그림자, 국고낭비” vs “창조경제 모범사례 구현”

    3월 3일 사우디아라비아 에르가 궁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참관하는 가운데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사우디 측과 공동 파트너십 MOU 협정에 조인했다.

    3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순방 때 스마트 원전(原電) 관련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분위기가 남달랐다. 수도 리야드의 에르가 궁에서 박 대통령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참관하는 가운데 행사가 진행됐다. 사인을 한 사람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사우디 원자력·재생에너지원 원장.

    미래창조과학부는 보도자료에서 “중소형 원자로 SMART 해외 수출 길 열리다”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를 구현”이라며 한껏 치켜세웠다. 이에 따라 이 MOU는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치적으로 널리 보도됐다.

    MOU에 따르면, 한-사우디는 앞으로 스마트 원자로의 사우디 건설 및 해외 공동 수출을 위한 ‘건설 전 상세설계’를 실시하고 사우디에 2기 이상의 스마트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공동투자로 상세설계를 실시하고 양국 법인으로 구성된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사우디 내 추가 원자로 건설과 제3국 수출을 공동으로 추진한다. 그러나 확정된 사항은 아니며 추후 계약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스마트 원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1400MWe 대형 상용 원전의 14분의 1 규모인 100MWe급 중소형 원전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보도자료에서 “건설 비용이 저렴하고 건설 기간도 짧아 경제성이 매우 높은 원자로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국내 원전 전문가들은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MB 정부 때 접은 것”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관(대사)으로 재임하면서 에너지 분야에도 관여해온 A씨는 ‘신동아’에 “대통령이 이 MOU 체결 자리에 참석한 점이 우려스럽다.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 최초로 아랍에미리트에 상용 원전을 수출하는 등 원전과 인연이 깊다. 이어지는 A씨와의 대화다.

    ▼ 스마트 원전을 수출하면 좋은 것 아닌가요.

    “스마트 원전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저희가 적극 검토하다 ‘안 되겠다’고 접은 것이거든요.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가 다시 끄집어내 일을 크게 만들고….”

    ▼ ‘안 되겠다’?

    “스마트 원전을 만들 수는 있어요. 그러나 상업성이 없어요. 국내에 스마트 원전이 실제로 지어진 게 없잖아요.”

    ▼ 박근혜 정부 들어 사업성이 개선됐을 수도….

    “저희 때와 기술적으로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들었어요.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너무 크게 띄운 것 같아요. 원전 전문가들 사이에 ‘사업성도 안 갖춰진 걸 갖고 뻥튀기 홍보를 한다’는 말이 나와요. 창조경제 성과가 없어 초조했는지 몰라도, 그냥 조용히 내실 있게 하지, 잘 안 되더라도 뒷말 없게…. 참모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는 것 같아요. 대통령이 불확실한 사업의 MOU 단계부터 직접 관여하면…이렇게 진행된 해외 사업치고 잘된 사업을 못 봤어요.”

    ▼ MOU 단계이지만 어느 정도 구속력 있는 조항이 있어 실현 가능성이 높다던데요.

    “대통령이 나섰는데 안 되면 문제가 되죠. 되더라도 문제예요. 스마트 원전 설계에 정부 예산을 들였다가 막상 원전을 못 팔면 문제가 되죠. 사우디에 약속한 조건대로 원전을 못 만들어주면 더 큰 문제고. 저는 사우디가 원전 계약하자고 나올까봐 더 겁이 나요.”

    “현대차 연구소가 차 파는 셈”

    B씨는 얼마 전까지 한국전력의 원전 담당 최고책임자로 활동했다. 그는 “아직 사업성이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B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 한전 컨소시엄은 수년 전 스마트 원전 사업에 참여했지만, 막상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스마트 원전 설계 승인을 내준 뒤엔 발을 뺐죠?

    “사업성이 없으니까 그렇게 한 것 같아요. 스마트…이름은 멋있지.”

    ▼ 이번에 MOU를 체결한 스마트 원전에 대해 ‘실제로 건설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나옵니다.

    “제가 한전에서 그 일을 담당했어요. 지금 스마트 원전 수출을 주도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R&D(연구개발) 하는 곳이지 사업 하는 곳이 아니죠. 상업적 가치가 있는 원전을 팔고 건설하는 일과는 무관한 기관들이 나선 겁니다. 현대자동차 연구소가 차 팔러 다니는 것과 똑같지.”

    ▼ 한전이 스마트 원전에서 물러난 실질적 이유는….

    “투 얼리(too early). 상품으로 내놓기엔 짚어야 할 점도 많고 너무 이르다고 본 거죠. 안 팔리면 한전이 비난을 덮어쓰니까요. 물건이 좋아야 팔리는데….”

    ▼ 아직 경제성이 없다?

    “원전도 아웃풋은 전력이거든요. 화력발전이든 수력발전이든 원자력발전이든 똑같아요. 연료는 다르지만 결론은 전력 하나죠. 스마트 원전은 100MWe, 한전이 아랍에미리트에 판매한 상용 원전은 1400MWe이죠. 이렇게 아웃풋에서 스마트 원전이 현 원전의 14분의 1이면 크기에서도 14분의 1, 공사비에서도 14분의 1이 돼야 하잖아요. 자본주의의 간단한 논리 아닙니까. 그런데 크기는 비슷하고, 공사비나 건설 비용은 14분의 1은커녕 반도 넘으니까. 구매협상을 하면 이런 원전을 살 나라가 별로 없는 거죠.”

    ▼ A 대사의 말로는 이명박 정부 때 접었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다시 살아났다는데.

    “맞아요. 접었다 다시 살아났어요. 이유는 한 가지, 정부 돈이 많이 들어갔거든요. 중단하면 ‘그동안 들어간 수천억 원(3447억 원,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으로 뭐 했냐?’ 이런 비난이 나올 게 뻔하고. 공무원들 목이 달아날 지경이니.”

    ▼ 사우디도 사정을 웬만큼 알 텐데 왜 MOU를 체결했을까요.

    “원전을 사는 건 나중 일이고 ‘일단 함께 연구해보자’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죠. 이번 MOU도 상품을 파는 사업이 아니라 R&D의 연장 같아요. 사전 설계한다고 또 몇 년을 보내겠죠. 계속 연구만 하는 거죠. 처음 스마트 원전을 시작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이 MOU도 주관하고 있어요.”

    스마트 원전의 사업성과 관련해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08년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검증에서 사업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최순 소형원자로개발단장은 3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스마트 원자로의 경제성이 대형 원전에 비해 나쁘다”면서도 “스마트 원자로는 경제성과 안전성 중에서 안전성을 택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B씨와 계속된 대화 내용이다.

    “안전성은 사업성과 무관”

    ▼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 원전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핵심 근거로 원자력안전위로부터 설계 승인을 받은 점을 내세웁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고가 날 것이냐, 안 날 것이냐’ 하는 안전성만 평가해요. 돈은 1000억이 들든 1조가 들든 안 따져요. 원안위 인허가 받은 게 사업성과는 무관하죠.”

    ▼ 향후 스마트 원전의 경제성이 좋아질 가능성은?

    “설계를 계속 혁신해야 하는데, 갑자기 되는 게 아닙니다. 디자인 콘셉트나 디테일을 바꿀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죠. 이미 기본 구도가 잡혀 있는 걸 혁신하려면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러면 지난 10여 년 동안 해놓은 게 허사가 될 수 있고…. 복잡해요.”

    ▼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기간 동안 미래창조과학부가 스마트 원전을 창조경제의 대표 모델로 홍보했습니다.

    “정부 부처들은 원래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생리적으로 그렇게 하게 돼 있으니까요. 역대 정부도 다 그랬어요.”

    ▼ 박 대통령이 보고를 제대로 못 받은 건가요.

    “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위에선 모를 수도 있죠.”

    MOU에 따르면, 공동투자 비율(한국 3000만 달러, 사우디 1억 달러)을 논의 중이며 상세 사항은 건설 전 상세설계 계약에서 결정한다. 스마트 첫 호기 건설비용은 10억 달러로 예상한다. 사업 주체와 관련해선, 사우디가 한국의 민간회사인 스마트파워에 스마트 원자로 건설계약을 발주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사우디 원자력·재생에너지원 등이 참여해 건설한다. 스마트파워는 이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회사의 한국 측 법인에 해당한다.

    그러나 B씨는 스마트파워에 대해 “직원 5명에 자본금이 4억 원이 안 된다. 조(兆) 단위 원전 수출 사업을 추진하는 특수목적법인으로선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스마트파워 물밑 접촉?

    MOU 체결은 발표 전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이외 다른 정부 부처나 외부에선 몰랐던 사안이다. 그런데 MOU 체결을 전하는 미래창조과학부 보도자료에 스마트파워가 적시돼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스마트파워 간엔 MOU 이전부터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스마트파워가 사우디 스마트 원전 수주 회사로 결정된 배경도 궁금해진다.

    취재 결과, 스마트파워에 출자한 6개 회사 중엔 ‘일진전기’가 있었다. 일진전기 창업주 허모 회장의 부인은 지난해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황식 전 총리의 둘째 누나다. 김 전 총리는 1월 29일 스마트파워사(社) 개소식에도 참석했다. 또한 스마트파워 김모 대표는 이번 MOU 사업을 주관할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이다.

    상세설계 계약에서 최종 결정되는 한국 측 예상 부담금 3000만 달러를 정부와 민간(스마트파워)이 어떻게 분담할지도 관심거리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정부와 민간의 분담 비율이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스마트파워 김 대표의 말은 다르다. 김 대표는 “우리가 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듣기로는, MOU 상에선 양국 정부가 상세설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씨도 “결국 정부 재정으로 전부 충당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김 대표에게 “일각에선 ‘△김 전 총리가 친박(親박근혜) 성향으로 알려졌고 △김 전 총리의 누나가 스마트파워와 관련 있으며 △스마트파워가 사우디가 발주하는 스마트 원전 공사를 수주하고 △스마트파워의 규모가 영세하며 △대통령도 MOU 체결 자리에 참여한 점 등을 들어 정권 차원에서 스마트파워에 도움을 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김 전 총리는 내가 개인 친분으로 초대했다. 김 전 총리는 일진전기가 투자한 줄 몰랐다. 상세설계에 3년쯤 걸린다는데 그동안엔 직원을 많이 둘 필요가 없다. 나는 사우디와 MOU를 체결할 줄 전혀 몰랐다. (3월 3일) MOU 체결 사실을 신문 보고 알게 됐다(나중에 그는 ‘2월 28일 보안각서를 쓰고 알았다’고도 했다). 우리는 스마트원전을 살리려는 좋은 취지에서 이 일을 하는 것이다. 스마트파워로 얻을 혜택이 없으며 이 회사로 돈을 벌 생각도 없다”고 답변했다.

    김 대표에게 “포스코가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에 동원됐는데 이번에도 포스코건설이 스마트파워에 참여한다. 누군가의 강권에 의한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포스코건설이 스마트파워에 낸 돈은 아직 500만 원밖에 안 된다. 스마트 원전을 살리기 위한 충정에서 이 회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원자력연구원엔 잘된 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 원자로 상세설계 등 이번 MOU 체결에 따른 후속 조치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B씨는 “연구원으로선 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계속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매우 잘 된 일”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교수 출신인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지난해 1월 원장에 임명됐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김종경 원장, 한정호 중소기업청장,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김낙회 관세청장, 한선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김차동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김주한 국립중앙과학관장 등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출신학교인 한양대 교수·학부 출신들이 정부 외청장과 출연연구기관장에 대거 임명됐다. 이명박 정부 땐 1명뿐이었다”고 보도했다.

    2013년 1월 김종경 당시 한양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원자력 진흥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두고 원자력안전위를 다른 부서에 둬야 한다”는 내용의 신문 칼럼을 썼다. 이후 박 정부는 김 교수의 안대로 원자력연구원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뒀고 그를 원장에 임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번 MOU에 대해 “지금까지의 스마트 원전 연구개발 성과가 상용화와 해외 수출로 이어져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것이 R&D 사업에 재투자되는 선순환구조를 조성했다. 또 완벽한 원전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고 향후 중소형 원자로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선두주자로 자리 잡게 됐다”고 평가했다(100쪽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인터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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