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강퉁 직접거래 중개시장에서 가장 앞서 달리는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그런데 바로 그 뒤를 추격하는 곳이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이라는 점이 의외다. 후강퉁 개시 첫 달 점유율이 삼성증권 58%, 유안타증권 11%였는데, 최근에는 삼성증권이 50%대 중반, 유안타증권이 20%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나머지 증권사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2013년 ‘동양사태’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동양증권은 지난해 5월 대만 유안타금융그룹에 인수돼 간판을 바꿔달았다. 유안타그룹은 대만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은행 증권 선물 벤처캐피털 등 9개 자회사를 보유한 금융사다.
4월 8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서명석(54) 유안타증권 사장을 만났다. 그는 금융업계에서 보기 드문 ‘원클럽맨’이자, 국내 최초 리서치센터장 출신 대표이사다.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투자전략팀장, 상품운용팀장, 리서치센터장, CFO 등을 거쳤고, 동양사태 때는 그룹 계열사 회사채 및 기업어음 불완전판매 관련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다.
‘The Greater China’
▼ 요즘 후강퉁 거래에서 유안타증권의 활약이 화제입니다.
“삼성증권이 프라이빗뱅킹(PB)을 통해 금융상품으로 접근했다면, 우리는 직접투자 개념으로 고객에 다가갔습니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유일의 중화권 증권사예요. 유안타그룹에는 대만, 홍콩, 상하이, 한국에 포진한 리서치 인력이 220명가량 됩니다. 이 팀들이 매일, 그리고 주간 단위로 회의하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어요. 이처럼 탄탄한 중화권 네트워크에서 나온 리서치 자료를 제공했기 때문에 앞으로 치고나갈 수 있었지요.”
▼ 삼성증권이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하게 쫓아올 텐데요.
“대만 유안타 본사에 ‘The Greater China’라는 문구를 붙여놓았길래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중국 본토와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합쳐 부르는 말이라고 해요. 중국은 대만이 본국에 속한다고 보고 대만에 대해서는 금융 장벽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휴를 맺더라도 중화권 내부에 들어가 있는 유안타증권의 네트워크와는 질적으로 차이날 수밖에 없어요.”
최근 상하이종합지수가 연일 최고치(최근 7년 내)를 경신하면서, 이미 과열이라는 우려와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낙관이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사장은 “6000선까지 갔다가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으로 자본시장을 개방하기 시작한 오늘날 중국이 1960년대 미국, 1970년대 일본, 1990년대 한국과 상황이 유사하다는 근거에서다.
“버블은 늘 초기에 생깁니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다가 대폭락하는 거지요. 시가총액은 증가하는데 지수가 내려가는 것은 물량이 과다 공급됐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자본시장 발전 초기에 앞다퉈 기업공개(IPO)를 해요. KT, 포스코, 한국전력, SK텔레콤 등도 모두 1990년대 초반에 상장됐어요. 시장이 과다 공급된 물량을 소화하는 데 10년이 걸립니다. 이런 맥락에서 상하이 증시는 향후 1~2년 내에 6000선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그 후요? 그때 다시 찾아와주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