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3월 미국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시험발사된 탄도미사일 요격용 사드 미사일.
이런 상황에서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 유지 정책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한국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나. 찬반양론, 갑론을박은 있지만 냉철한 손익계산에 입각한 논의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실험은 OK, 실전은 의문
사드 배치는 기본적으로 군사 문제인 만큼 군사적 손익부터 따져보자.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크게 나뉜다. 사드의 요격 대상은 탄도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은 연속적 포물선 궤도를 따라 비행하는데, 개념적으로 상승→중간→종말 단계로 구분된다. 사드는 이렇게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탐지·식별·추적해 종말 단계의 40~150km 상층 상공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MD)체계다. 이런 성격의 사드 배치가 초래할 한국의 군사적 손익은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사드의 성능 문제다. 사드는 요격 성공률이 높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은 2007년부터 실시한 12차례 사드 요격실험에서 9차례 성공했다. 사드는 단·중거리미사일 요격에 효과적이다. 사드는 요격미사일을 탄도미사일과 충돌시켜 파괴하는 충돌파괴(hit-to-kill) 기술을 이용한다. 이런 방식은 핵·화학탄두가 탑재된 탄도미사일 요격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엄청난 운동에너지로 탄두를 완전히 파괴하므로 파편으로 인한 피해와 핵·화학 오염물질에 의한 2차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성능의 사드를 배치하면 한국을 향해 발사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요격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위협 의지를 약화시키는 심리적 효과도 줄 수 있다. 북한 북부의 동창리나 무수단에서 서울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 지역에서 요격될 수 있다.
그러나 사드의 성능엔 한계도 있다. 사전 예측이 가능한 실험과 그것이 거의 불가능한 실전은 다르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도 사드의 실전적 신뢰성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한다. 탄도미사일과 사드의 충돌로 탄두가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영공에서 핵·화학탄두가 폭발하면 오염물질에 의한 2차 피해 방지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사드를 포함한 MD체계의 공통적인 한계도 있다. 한반도는 종심(縱深)이 짧아 평양에서 서울까지 스커드-B는 5분, 스커드-C는 3분, 노동미사일은 2.4분이면 도달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 미사일을 탐지·식별·추적해 요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동식 발사대를 이용할 경우 더욱 그렇다.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할 경우, 종말 단계에서 여러 개로 분리된 탄두들이 각각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다탄두각개재돌입탄(MIRV)을 개발할 경우, 한국 영해 침투가 가능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개발할 경우에도 MD체계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현재적’ 안보 위협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사드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보완성 문제다. 한국군은 2022년까지 KAMD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KAMD의 핵심 요격미사일은 장거리미사일(L-SAM), 중거리미사일(M-SAM), 패트리어트미사일(PAC-2/3)로 구성된다. 적의 탄도미사일이 하강하는 종말 단계의 상층 상공에서 L-SAM으로 요격한 뒤, 격추에 실패하면 하층 상공에서 M-SAM과 PAC-2/3로 요격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한국군이 실전배치한 요격미사일은 독일에서 운용하던 중고 PAC-2뿐이다. PAC-2는 요격 명중률이 40%대로 낮고 ‘항공기 격추용’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한국군은 PAC-2의 성능개량사업과 PAC-3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방위사업청은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PAC-3를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PAC-2 성능개량사업의 업체 선정도 확정했다. 늦어도 2020년까지는 100여 기의 PAC-3가 전력화하고 PAC-2의 성능도 개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매-2’로 불리는 M-SAM은 우리 기술로 개발 완료한 상태. 개량형 M-SAM과 L-SAM은 현재 개발 중인데 각각 2017년과 2022년에 개발·생산이 완료될 전망이다.
사드는 KAMD의 L-SAM과 성격이 유사하다. 따라서 사드를 배치하면 적어도 2022년까지는 L-SAM의 공백을 메워 KAMD를 충실히 보완해줄 수 있다. 사드 배치가 주한미군에만 국한된다면, 2022년 이후에도 사드와 L-SAM은 양립적 보완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사드를 ‘구매’할 경우 사드와 L-SAM의 기능중복 및 중복투자 문제가 야기된다. 사드와 KAMD의 운용체계가 연계·통합되지 않는다면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한계가 있고, 한미 간에 지휘·운용상의 문제가 노정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