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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겹눈으로 본 사드(THAAD)

우보(牛步) 전략으로 결정 최대한 늦춰라

군사·외교·경제적 손익계산서와 한국의 선택

  • 엄상윤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are96@sejong.org

우보(牛步) 전략으로 결정 최대한 늦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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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측면은 한국이 미·중 국제분쟁에 휘말리는 문제다. 사드 요격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에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중국의 중·장거리미사일을 격추할 수는 없다. 중국이 주한미군이나 한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 한 사드 요격미사일은 중국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도 사드의 요격미사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사드에 포함되는 AN/TPY-2 레이더가 중국의 군사활동 감시에 활용될 가능성이다. 종말 단계 요격용 AN/TPY-2는 최대 탐지거리가 1000km 미만, 유효탐지거리가 600km이다. 전진배치용 AN/TPY-2는 최대 탐지거리가 2000km에 달한다. 따라서 AN/TPY-2, 특히 전진배치용이 주한미군에 배치되면 중국 내륙의 미사일 기지가 모두 탐지될 수 있고 중국 동부의 탄도미사일이 발사단계에서 포착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사드 배치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잠재적’ 안보 위협을 ‘현재적’ 안보 위협으로 전환시킬 우려가 있다. 사드가 배치되는 한국의 어느 지역은 중국의 잠정적 공격 목표로 설정될 것이다. 만약 센카쿠열도(釣魚島), 대만 등지에서 미·중 국제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체계, 특히 전진배치용 AN/TPY-2가 적극 동원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도 한국의 잠정적 공격 목표를 현재적 공격 목표로 전환해 한국이 원치 않는 미·중 국제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외교적 손익계산도 긴요하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한다. 한미동맹이 흔들리면 안보위기가, 한중 경제교류협력이 흔들리면 경제위기가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중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한국 외교에 양자택일적 선택을 강요한다.

한중 우호관계 마지노선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보호를 위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중국은 전술한 이유로 사드 배치에 극력 반발한다. 미국은 사드 배치가 ‘북한을 겨냥한 것이지 중국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미국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싫어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저지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한다.

사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의 이면에는 세력권 경쟁과 패권 경쟁 논리가 작동한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세력권 침해와 대미 패권 도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중국경계론에 입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연결해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를 구축하려 한다. 한미 MD체계 통합,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한미일 MD협력체계 구축 등이 그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이런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한국의 동참을 유도할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가 원활히 운용되려면 사드와 KAMD의 연계·통합 운용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한미일 간 고급 군사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MD체계의 기술적 상호 협력도 긴요하기 때문. 이런 면에서도 사드 배치가 중국과 무관하다는 미국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한편 중국은 중국경계론에 입각한 미국 주도의 한미일 3각 군사협력체제 구축을 강력하게 반대한다. 한국이 한미 MD체계 통합,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한미일 MD협력체계 구축에 동참하는 것을 경계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한미일 MD협력체계 구축 동참을 ‘한중 우호관계의 마지노선’이라고 경고한다. 나아가 한미동맹이 약화되고 한국이 미일과 멀어져 중국과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 수용을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로 여긴다. 이처럼 미·중의 사드 갈등 이면에는 양국이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세력권 경쟁과 패권 경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전략적 이해가 깔려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우보(牛步) 전략으로 결정 최대한 늦춰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이 2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을 만났다. 블링컨 부장관은 취임 후 처음인 동북아 순방의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

미·중이 한국의 양팔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세차게 잡아끄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의 수용, 거부에 따른 한국 외교의 손익도 크게 교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사드 배치 수용은 중국의 불만 폭발과 더불어 한중관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이 한중 외교관계를 단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한중 외교관계를 악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배제·고립시키는 각종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러시아 협력 강화를 통한 대(對)한국 협공도 예상된다. 중국이 북중관계를 즉각 복원하지는 않겠지만 ‘한국 우대’ 한반도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미국의 환영과 더불어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처지를 배려·옹호하는 각종 조치를 강화할 수도 있다. 한미 MD체계 통합 및 한미일 MD협력체제 구축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런 점은 한국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 거부는 미국의 반감과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배려·옹호하는 각종 조치를 약화시킬 수도 있고, 한일 역사·영토 갈등에서 일본 지지를 강화할 수도 있다.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핵우산 제공 유보, 주한미군 감축 등의 카드를 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한중관계는 보다 강화될 것이다. ‘한국 우대’ 한반도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도 크고, 이런 한중관계 강화는 한국의 ‘중국 기울기’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런 점 역시 한국에 큰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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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윤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are96@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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