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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도시를 부자 도시로… 힘들지만 숙명이다”

유정복 인천시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부채 도시를 부자 도시로… 힘들지만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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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3조 부채(負債) 도시…“빚 내서 가재도구 살 수야”
  • ● 건전재정 元年, 현안사업 성과, ‘인천가치’ 재창조
  • ● 한중 FTA 바람 타고 ‘인중발인(引中發仁)’ 전략 구사
  • ● “성완종 리스트? 의혹 자체가 안타깝다”
“부채 도시를 부자 도시로… 힘들지만 숙명이다”
“힘들지만 숙명이다.” 지난해 가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즈음 만났을 때보다 살이 빠진 것 같다고 하자, 유정복(58) 인천시장은 “그때보다 3kg은 빠졌을 것”이라며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부채 도시’라는 오명을 쓴 인천시 빚 문제를 해결하려고 ‘신발 바닥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뛰어다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 6월 12일 오후, 30℃를 웃도는 후텁지근한 인천 날씨는 유 시장의 가슴속을 닮았을 것이다.

“시장이 되고 나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부채 규모가 선거 때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인천시민이 나를 선택한 것 아니겠나. (나는) 한가롭게 당선된 게 아니다. 지금 빚은 많지만 인천은 미래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이 탄탄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면 커다란 성취를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유 시장은 인천시의 부채가 13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중 3분의 2는 인천도시공사 등 공기업과 산하기관의 빚이다. 과거 영종 · 도화 · 검단 등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초기 투자비용을 외부 차입금에 의존한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빠져들자 공사채를 발행해 ‘돌려막기’를 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 치른 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해 경기장을 신설한 것도 부채 규모를 키웠다. 하루 이자만 12억 원. 유 시장은 지난해 6 · 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3조 부채 도시 인천을 부자 도시로 바꿔놓겠다”고 공약했다.

▼ 7월 1일이면 취임 1주년이다.



“‘몸이 열 개라면 좋겠다’라는 말의 뜻을 실감한다. 30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바빠보긴 처음이다. 할 일이 정말 많다.”

‘논어’와 실적

▼ 시장 2년차인 올해는 시민들이 성과를 기대할 것 같다.

“역시 그런 것 같다.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 책이 ‘논어(論語)’다. 늘 곁에 두고 자주 읽는데, 며칠 전 책을 폈더니 ‘한 지방을 관리할 책임을 졌다면 1년 안에 기반을 잡고, 3년 안에 실적을 올려야 한다(苟有用我者 朞月而已可也 三年有成)’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깜짝 놀랐다. 내 상황과 똑같았다. 그 구절처럼, 당선과 동시에 그 기반을 마련하느라 신발 바닥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바쁘게 쫓아다녔다. 올해는 3가지 목표를 정해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 3가지 목표?

“올해가 재정건전화 원년이 되고, 산적한 현안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인천 가치’를 재창조하는 게 목표다. 당장 수도권 쓰레기매립지 문제에서부터 (영종도와 청라국제도시를 잇는) 제3연륙교, 루윈시티, 송도 재미동포타운 조성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산적한 현안들이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다. 뒤집어 말하면, 과도한 부채로 이 3가지 목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 벌여놓은 사업은 많은데 부채는 많고….

“부채도 부채이지만, 매년 수천억 원의 이자가 발생하는 재정 구조를 극복하지 않고는 일을 벌일 수가 없다. 그래서 예산을 줄이니 욕만 듣는다(웃음). 뭔가 미래를 열고 싶어도, 집안 새 단장을 하고 싶어도 현재로선 할 수 없다. 집이 빚에 쪼들리는데 또 빚내서 가재도구 살 수는 없지 않나. 과도한 재정운용 방식부터 바꿀 수밖에.

돈은 아껴 쓰되, 끌어올 수 있는 것은 끌어오기 위해 취임과 동시에 국비확보팀과 투자유치단을 꾸렸고, 정무부시장을 경제부시장으로 직제를 바꿨다. 국무총리, 부처 장관, 국회 예결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통사정했고, 그 결과 올해 정부지원금으로 2조5160억 원을 받아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609억 원(국고보조금 640억 원, 보통교부세 1969억 원 증액) 늘었다.”

▼ 상당수 광역단체는 지원금이 줄었다던데.

“인천 역사상 최대 규모이고 어쩌면 ‘혁명적’인 일이다.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 · 은닉 세원(稅源) 148억 원을 찾아냈고, 리스 · 렌트 자동차 유치사업을 통해 지난해 2144억 원을 세금으로 걷었다. 공무원노조도 재정 문제 해결에 동참했다. 연가보상비와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시간을 줄여 31억 원의 재정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시장은 “부채가 워낙 많다보니 웬만큼 노력해도 표시가 안 난다”며 답답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에겐 좀 미안한 표현이지만, 기자는 순간 ‘당랑거철(螳螂拒轍)’을 떠올렸다. 하루 이자 12억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통사정하고 매달리며 증액한 금액이라고 해야 인천시가 부담하는 1년 이자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부슬비가 흩날리는 흙길 위, 거대한 빚더미를 실은 수레를 막아선 사마귀는 날카로운 앞발로 위협하며 수레를 멈추려 한다. 그 답답한 심사야 공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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