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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굿바이, 메르스!

메르스式 ‘각개전투’로 ‘신흥 안보’ 위협 못 막는다

국가 재난 시스템의 ‘재난’

  • 박지영 |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jp292@skku.edu

메르스式 ‘각개전투’로 ‘신흥 안보’ 위협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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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式 ‘각개전투’로 ‘신흥 안보’ 위협 못 막는다

6월 10일 오후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 음압격리병실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확진환자를 돌보는 영상.

이번에도 35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1500여 명이 모인 재개발조합 총회에 참석한 사실과 관련, 확진 시기와 참석인원 격리 필요성을 놓고 보건당국과 서울시가 갈등을 빚더니 “역학조사와 확진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겨라”는 서울시의 요구로 겹겹의 갈등 양상이 빚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협력적 거버넌스(governance) 도입이 절실하다. 지방정부, 시민단체, 비영리기관 등 여러 유관기관이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각 부처 간 협력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국민안전처가 조정자(coordinator)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재난 · 사고 발생 시 관련 부처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정부 조직의 재난 대응 방식이 기존의 전통적 재난관리(disaster management) 차원에서 협력적 재난 거버넌스(disaster governance) 형태로 전환돼야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이끌 수 있다.

아울러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평생교육 시스템과 연계해 모두가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후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재난 및 사고 대응 요령을 교육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고작 직장인들이 1년에 몇 차례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게 전부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과거에는 겪어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재난과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처하는 실용적인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회복력’ 개념이 필요한 이유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 홍보와 언론보도를 통해 예방과 대응에 대한 긴급교육이 이뤄졌다. 하지만 상당 부분은 평상시에 교육했어야 하는 절차적 과정이다. 재난 대응에 대한 평생교육 시스템은 국민이 국가의 대응 절차와 방식을 신뢰하게 만든다. 재난 상황에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면 사회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도 재난 대처에 대한 수동적 방어기제에서 벗어나 국민과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재난 집행절차의 안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적절한 국민 행동 대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종합적인 ‘재난피해가치 평가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1차적 직접조사에 국한된 피해조사와 복구계획만 가지고선 다음 단계의 대응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든 2차, 3차의 직 · 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한 피해 추정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메르스 관련 병원 정보 공개 논란에서도 볼 수 있듯, 국가적 재난에 따른 잠재적 피해 내용까지 산정해야 정보 공개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병원, 학교, 백화점, 주요 공공시설 등 다양한 시설물에 대한 지원 대책을 실효성 있게 마련할 수 있다.

이처럼 통합적인 재난피해가치 평가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우선 예방, 대비, 대응, 복구라는 재난관리 조치들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체계적인 재난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회복력(recapture power)’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가령 메르스 발생 이후 회복되는 기간까지, 잃어버린 실물경제를 측정하고 이것이 어느 정도까지 회복 가능한지를 산정하는 개념이다. 회복력을 활용하면 메르스로 인해 얼어붙은 지역 상권과 서비스 산업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사회가치적 측면에서 보면, 메르스로 인한 공포와 혼란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와 정서 불안을 야기한 만큼 2차적 후유증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 재난 대응과 집행에 대한 국민의 동의와 긍정적 치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회가치적 평가 ·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향후 다른 형태의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대응책이 나오다보니 국민들 사이에도 수동적 방어 의식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순 격리와 격리에 따른 1차 지원체계에서 벗어나 국민이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와 방안이 준비되고 집행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간하는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Global Risk Report)’ 2015년판은 향후 10년 안에 국가,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28개의 위험요인(기후변화, 신종전염병, 식량, 물 등 자원관리에 대한 안보, 사이버 테러에 대한 안보, 위험성과 전파력이 큰 보건 문제 등)을 적시했다. 또한 그 영향으로 인적 · 사회적 재난과 관련해 증대하는 ‘신흥 안보(emerging security)’ 문제를 새로운 미래 위험 요인으로 다뤘다.

일상 속 ‘신흥 안보’

이러한 신흥 안보 문제들은 특히 현대 IT 기술과 결합해 그 피해가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이다. 이제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현관문을 잠그는 순간까지 재난에 따른 위기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일상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수많은 선택과 위기관리를 해야 하고, 심지어 집안에서조차 각종 안전사고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메르스式 ‘각개전투’로 ‘신흥 안보’ 위협 못 막는다
박 지 영

1974년 부산 출생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졸업,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박사(도시계획학), 동 대학 국가테러·위기재난센터 겸임교수

現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저서 : ‘테러 공격과 자연재해의 국가경제 영향 분석’ 등


불시의 재난에 대한 위기관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수불가결한 삶의 행태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신흥 안보 문제에 초점을 맞춘 범국가적 대응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재난 피해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순환적이고 탄력적인 통합적 재난대응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신동아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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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jp292@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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