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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베트남에서 1000억대 부당수익 빠져나간다”

임희동 경남기업 노조위원장 성완종 가족 비리의혹 폭로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베트남에서 1000억대 부당수익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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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불법 하도급, ‘거품’ 자재, 특혜 분양…‘랜드마크’ 미스터리
  • ● 2000억대 남는 공사라더니 이익 ‘제로(0)’
  • ● 성완종 부인, 베트남 공사 관여하며 부당 수익 의혹
  • ● ‘경남비나→대아레저→외주업체’ 거치며 중간 이윤 340억
  • ● 검찰, ‘저수지 계좌’ 수사 않고 成 전 회장 것만 팠다
“베트남에서 1000억대 부당수익 빠져나간다”
‘제2의 론스타 사태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채권 매각 안 됩니다! 해외 투기자본에 의한 빌딩 매각의 국부 유출은 막아야 합니다.’

경남기업 노동조합이 6월 8일자 신문에 게재한 의견광고 제목이다.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은행 등 대주단(대출 금융회사들)이 5300억 원의 경남기업 채권을 해외 투기자본인 골드만삭스에 6000억 원에 매각하려는 것을 막아달라. 이 돈은 경남기업이 베트남 하노이에 랜드마크72 빌딩을 건설한다며 빌린 돈이다. 랜드마크72가 헐값에 골드만삭스에 넘어가면, 이 빌딩을 매각하려는 경남기업 자구계획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 가운데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경남기업 사주 일가와 관련된 내용이다. 노조는 “경남기업 사주 일가가 지금도 베트남에서 불법 무자료 임대수익으로 막대한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며 사주 일가의 불법 경영 의혹을 제기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경남기업 경영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종결됐다. 그가 육성 인터뷰와 메모로 제기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도 용두사미로 끝나간다. 3월 27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남기업의 임직원들은 기업 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 전 회장 일가가 불법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베트남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호텔 못 들어오고 백화점 철수

6월 12일 경남기업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임희동 위원장은 회사 내부 자료와 베트남 현지 조사 등을 통해 확보한 각종 문건과 사진 등을 제시하면서 랜드마크72 공사에서 수천억 원대의 자금이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당초 예상됐던 공사 수익이 사라진 것에서부터 의문을 제기했다.

“2008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간 랜드마크72는 착공 초기부터 적어도 2000억~2500억 원의 순이익이 남는 공사라고 했다. 본사 실행 견적 부서의 원가 검토 결과 나온 수치다. 어떤 공사든지 원가가 있고, 재료비, 인건비, 관리비 등을 뺀 나머지 금액은 이익으로 남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랜드마크72는 준공 시점(2012년)에 이익이 제로(0)가 됐다.

베트남 시장 여건이 나빠졌다거나 철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도 아니다. 여건은 오히려 좋아졌다. 건축자재를 한국보다 가까운 중국에서 바로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단지 인건비가 좀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은 미미했다. 어차피 공사는 하도급업체가 거의 다 하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투입된 원가에 별 변화가 없었다면 예상한 수익이 나야 정상 아닌가.”

임 위원장은 의혹의 대상으로 성 전 회장의 부인 동모 씨를 지목했다. 본사는 물론 경남기업 베트남 현지 직원들 사이에서 동씨는 랜드마크72 공사에 필요한 자재 납품을 총괄한 ‘코어베이스 비나’와 준공 이후 시설관리업체인 ‘GTG’(구 체스넛 비나) 등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동씨가 랜드마크72의 모든 공사에 관여했다. 자재 납품은 물론 인테리어 설계 도면까지 바꿔가면서 마감재를 바꿨다. 건물 10개 층에 걸쳐 들어오기로 한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아직도 개관을 못했다. 동씨가 마감재와 가구 등을 마음대로 바꾸면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호텔 측이 요구한 인테리어 마감재와 가구로 시공했더라면 2012년 건물 준공 때 이미 개관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거기에서 나오는 이익금이 누적됐을 것이고,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입점했던 팍슨백화점도 철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화점은 호텔 개관이 늦어지면서 매출이 예상보다 크게 밑돌자 지난해 12월 30일 철수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정상적으로 개관해 성업 중이라면 팍슨백화점이 빠져나갈 이유도 없고, 그렇다면 경남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경남기업을 어렵게 만든 원인이 동씨에게 있다는 얘기다.”

“자재 담당 직원도 인정”

“베트남에서 1000억대 부당수익 빠져나간다”
임 위원장은 호텔 한 층에 인테리어 마감재와 가구 등이 반품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는 사진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동씨가 그동안 랜드마크72 시공에 필요한 자재 납품에 관여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이익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내부 문건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10여 개의 회사가 등장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은 동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코어베이스 비나’다. 나머지 회사의 주소지는 중국과 홍콩, 대만 등지에 흩어져 있고,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가 주소인 회사도 있다. 이들 회사의 자재 구매내역 분석 자료를 보면 평균 30%의 중간 이윤을 챙긴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아부다비에 주소지를 둔 W사에 발주한 자재는 카드키 시스템, 스탠드, 주방가구, 타일, 원목마루, 신발장 등 20여 가지, 발주금액은 모두 3040만 달러였다. 그런데 W사가 납부 자재를 구입한 곳은 아부다비가 아닌 한국과 중국이다. 의아한 점은 실제 구입비용이 2132만 달러로 차액이 약 900만 달러, 100억 원이 넘는다. W사의 대표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모 씨다. 이 회사가 아부다비에 주소지를 둔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임 위원장은 “나머지 회사들도 대부분 페이퍼 컴퍼니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랜드마크72 빌딩 마감자재의 총 계약금이 자그마치 2890억 원이다. (W사처럼) 30%의 중간 이윤이 남는다고 가정할 때 무려 800억 원에 달한다. 베트남에서 자재를 담당했던 직원에게도 직접 확인했다. 우리가 확보한 자료를 내미니까 다 인정하더라. 동씨가 마감자재 선정이나 발주에 관여한 것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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