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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작은 디테일, 큰 고객감동

‘스펙 평준화 시대’ 기업의 승부수

  • 유미연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myyou@lgeri.com 김영혁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kimyounghuk@lgeri.com

작은 디테일, 큰 고객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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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디테일, 큰 고객감동

비서처럼 명함을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성공을 거둔 ‘리멤버’ 앱.

슈타들러 회장에겐 ‘퀄리티 펜’도 있다. 차체 페인트가 적정한 두께로 균일하게 칠해졌는지 측정하는 도구다. 펜을 수직으로 들고 페인트 표면 위에 떨어뜨리면 펜의 눈금이 페인트 두께를 마이크로미터(0.001㎜) 단위로 알려준다. 특정 부분의 페인트 두께가 더 두꺼우면 빛이 비칠 때 표면 반사가 일정하게 일어나지 않아 차량 전체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공장에 들러 출고 차량의 각 부품 사이에 ‘퀄리티 스타’를 꽂아보는 것이 슈타들러 회장의 주요 일과다.

아우디는 디테일에 강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마르틴 빈테르코른 전 회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2년에 설립한 인간감성센터는 디테일에 대한 아우디의 집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곳에선 자동차와 사람이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한다. 연구소는 촉각팀, 후각팀, 청각팀으로 나뉘어 엔진 사운드와 버튼 장치의 촉감, 차 내부의 향기 등에 관한 기술을 개발해 출시 차량에 적용한다.

진정성 담긴 스토리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마케팅, 엔지니어링, 전략기획, 제품개발 등 조직 내 모든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러한 노력에 그다지 큰 감동을 받지 않는다. 소비자의 처지에서는 기업이 더 좋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렇다보니 기업들은 틀을 깨는 아이디어,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워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큰 혁신’을 찾아나선다. 이러한 노력이 때로는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지만 정작 공감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다.

소비자는 사소하게라도 자신과 관련 있는 것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경쟁 제품과 거의 차이가 없더라도 그 제품의 브랜드 이름이나 사용 경험 등이 소비자 자신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면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반응을 얻을 때 비로소 사소함이 디테일이 되는 것이다.



디테일 뒤에는 고객에 대한 남다른 관심, 그리고 거기에 얽힌 스토리가 있다. 디자인 컨설팅 그룹 아이디오(IDEO)가 산악자전거용 물병을 개발했을 때 디자이너들은 산악자전거를 직접 타보면서 수많은 산악자전거 선수들을 지켜봤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흔들리는 자전거에서 물을 마시기 때문에 물병을 집어넣을 때 어려움이 있다는 점, 그리고 자전거 뒷바퀴에서 튕겨오른 먼지와 진흙으로 물병 입구가 쉽게 더러워진다는 점이었다.

아이디오 디자이너들은 물통을 쉽게 넣을 수 있도록 밑바닥이 좁으면서도 미끄러워지지 않도록 고무 테두리를 씌웠다. 그리고 입구가 잘 더러워지지 않도록 병 입구를 X자로 잘린 고무막으로 처리했다. 인공 심장 판막의 고무막처럼 물병의 꼭지를 봉한 것인데, 이 고무막을 빨면 기존 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나오고, 사용자가 빠는 것을 멈추면 고무막이 막힌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산악자전거 선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레이서 엣지’ 물병이다.

스토리가 있는 곳에 디테일이 있다. 기업 스스로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하는 과정을 직접 겪었다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 포인트는 한결 명확해지고,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디테일은 사소한 것이지만 때로는 많은 자원의 투입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집요하게 디테일을 챙기는 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결국 고객이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을 미리 해결해줌으로써 고객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야후에서 유저 인터페이스(UI)를 담당한 래리 테슬러는 ‘복잡성 보존의 법칙’을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가진 복잡함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만약 기업이 복잡함을 더 책임지게 되면 그만큼 고객이 간편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역으로 기업이 복잡함을 짊어지지 않고 ‘이 정도면 되겠지’ 수준에 머무르면 고객이 필요 이상의 복잡함을 떠안아야 한다.

기업의 복잡함, 고객의 간편함

프리미엄 사무용 의자 메이커 허먼밀러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는 장시간 앉았을 때 발생하는 피로감뿐 아니라 축열현상까지 방지해 사용자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들었다. 여느 사무용 가구업체처럼 구조적 편의성, 디자인까지만 생각했다면 제조업체엔 조금 수월할지 모르지만, 오래 앉아 일하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의자 좌판에 쿨매트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전가했을 것이다.

만병통치약이란 없듯이, 디테일에 신경 쓴다는 의미는 모든 영역이 아닌 일부 영역에서 디테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은 한때 ‘데스 그립(Death Grip)’ 이슈로 통화 품질에 허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 디자인 측면에서 다른 기업을 앞서 고객의 높은 충성도를 확보했다. 결국 기업이 처한 상황, 경쟁 환경, 고객에 대한 통찰 및 이해도에 따라 집요하게 추진해야 할 디테일이 다르다.

가장 창의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사 픽사(Pixar)의 브래드 버드 감독은 “완벽하게 찍어야 할 장면도 있지만, 훌륭한 수준에서 찍어야 되는 장면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상을 깨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만 찍어도 되는 장면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물이 출렁거리는 장면을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찍기도 하고, 비행접시는 파이(Pie) 담는 접시를 날려 찍었다고 한다. 사실적인 묘사에서 한참 떨어지는 방법이지만 대신 픽사는 예술성, 창의적 스토리 측면에서 디테일에 집중한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은 하지 않을 일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잘하려 드는 게 아니라 기업이 바라보는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그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에 걸맞은 디테일 영역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디테일이 하나하나 축적된다면 그것이 혁신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된다.

신동아 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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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연 |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myyou@lgeri.com 김영혁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kimyounghuk@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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