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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티아지의 잔꾀 vs 오딘의 ‘콩기름 화염’

[북유럽 신화의 재발견] 황금 사과를 놓고 펼치는 神과 거인의 한판 승부

  • 김원익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문학박사 apollonkim@naver.com

거인 티아지의 잔꾀 vs 오딘의 ‘콩기름 화염’

  • ● ‘청춘의 여신’ 이둔이 가져다주는 열매
    ● 북유럽 神들이 매일 먹는 불멸의 상징
    ● 독수리로 변신한 거인 티아지의 잔꾀에…
    ● 불화의 상징…황금 사과의 두 얼굴
    ● 북유럽 신화 관통하는 ‘아리아드네의 실’ 토르
불화의 황금 사과, Jacob Jordaens, 1633

불화의 황금 사과, Jacob Jordaens, 1633

세계 각국의 신화에는 똑같은 모티프나 소재가 즐비하다. 그리스 신화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황금 사과에 얽힌 이야기도 비슷하다. 그리스 신화의 황금 사과는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에 등장한다. ‘파리스의 심판’은 ‘신들의 왕’ 제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사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테티스는 ‘바다의 노인’ 네레우스와 도리스의 딸이었다. 그는 50명이나 되는 네레우스의 딸 중 가장 아름다워 일찍부터 제우스와 포세이돈의 구애를 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메테우스로부터 “테티스와의 사이에서 아버지를 훨씬 능가하는 아들이 태어나 권좌를 찬탈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그를 깨끗이 단념했다. 

게다가 제우스는 테티스에게 신이 아닌 영웅 중 한 명을 남편으로 골라 주기로 결심했다. 테티스가 신과 맺어져 자신보다 강한 아들이 태어나 위협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테티스의 신랑감을 물색하던 제우스의 눈에 띈 게 바로 별 볼일 없는 영웅 펠레우스였다. 

제우스가 남편으로 정해 줬지만 테티스는 펠레우스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는 펠레우스가 다가오면 불, 물, 사자, 뱀, 오징어 등으로 변신해 그의 포옹을 피했다. 그러나 펠레우스는 불에 데고, 물에 젖고, 사자 발톱에 할퀴고, 뱀에 물리고, 얼굴에 오징어 먹물이 튀겨도 제우스의 충고에 따라 그를 끈질기게 붙들고 있다가 그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뒤 결혼에 성공했다.


‘파리스의 판결’과 트로이 전쟁

파리스의 심판, Peter Paul Rubens, 1636

파리스의 심판, Peter Paul Rubens, 1636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은 펠리온산에서 거행됐고, 제우스는 ‘불화의 여신’ 에리스만 빼고 모든 신을 초대했다. 그는 에리스가 결혼식에 참석하면 결혼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했다. 에리스는 ‘밤의 여신’ 닉스가 혼자 낳은 딸로 로마에서는 디스코르디아로 불렸다. 주로 고통, 전쟁, 살인, 싸움, 거짓 등을 불러일으켰다. 



에리스가 뒤늦게 결혼식 피로연장에 나타나 껍질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인 황금 사과 하나를 떨어뜨렸다.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데 화가 나 여신들 사이에 분쟁을 일으키고 싶었던 것이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이 그 황금 사과를 놓고 서로 자기 것이라고 다퉜다. 

세 여신은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결론이 나지 않자 근처에 있던 제우스에게 판결을 부탁했다. 머리 회전이 빨랐던 제우스는 누구를 선택하든 다른 두 여신의 원한을 살 처지였다. 그래서 그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는 일은 인간 중 가장 잘생긴 남자인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해야 한다고 둘러대 위기를 모면했다. 

제우스의 명령을 받은 ‘전령의 신’ 헤르메스의 안내로 세 여신이 나타나자 파리스는 영문을 모르고 당황했다. 헤르메스가 파리스에게 황금 사과를 건네주며 전후 사정을 얘기하자 그는 판결을 거절할 수 없었다. ‘신들의 왕’ 제우스의 명령이 아닌가. 마침내 개별 심사가 시작되자 여신들은 최고의 미인으로 뽑히기 위해 파리스에게 나신을 보이며 뇌물 공세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헤라는 파리스에게 이 세상의 부와 권력을, 아테나 여신은 ‘전쟁의 여신’답게 전쟁할 때마다 승리와 명예를, 아프로디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파리스는 경솔하게 얼른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황금 사과를 건네주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된 유명한 ‘파리스의 심판’이다. 사실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표현은 문맥상 ‘파리스의 판결’이라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수십 년간 그대로 써온 탓에 지금은 고유명사처럼 돼버렸지만 고쳐 사용하는 게 옳다. 어쨌든 이처럼 그리스 신화에서 황금 사과는 불화의 상징이다.


不和의 상징 vs 不老의 상징

이둔과 황금 사과, James Doyle Penrose, 1890

이둔과 황금 사과, James Doyle Penrose, 1890

이에 비해 북유럽 신화에서 황금 사과는 불로(不老)의 상징이다. 북유럽 신화가 다른 나라 신화와 가장 다른 것 중 하나가 바로 신들도 인간처럼 죽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런지 그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줄 기록은 없다. 어떤 신화학자들은 그 이유를 북유럽 신들은 신과 거인의 후손으로 순수 혈통이 아니라는 데서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북유럽의 신들은 매일 아침 ‘청춘의 여신’ 이둔이 자신이 관리하는 정원의 사과나무에서 따서 갖다주는 황금 사과를 먹은 덕에 청춘과 불멸을 누리며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둔이 티아지라는 거인에게 납치당하는 바람에 북유럽 신들이 갑자기 노쇠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린다. 그 사연을 자세히 알아보자. 

오딘은 언젠가 로키와 회니르를 데리고 인간들이 사는 미드가르드를 여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반 신족에게 인질로 보낸 회니르를 초대해 동행하려는 것은 그곳에서 홀대받은 그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드가르드에는 아직 오딘이 가보지 못한 곳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곳 중 일부를 살펴볼 예정이었다. 

세 신은 이른 새벽에 아스가르드를 출발해 모래사막과 관목이 우거진 얕은 숲을 지나 바위투성이 들판을 건너 우뚝 솟은 높은 산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들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점심때쯤 시장기가 돌 무렵 거짓말처럼 눈앞에 들소 떼가 나타났다. 로키가 반가운 마음에 한 마리를 사로잡는 동안, 다른 두 신은 커다란 참나무 밑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장작불을 피웠다. 

그들이 황소를 잡아 여러 토막을 내 장작불 위에 올려놓은 뒤 한참 후에 고기 덩어리 하나를 꺼냈다. 그런데 웬일인지 고기는 전혀 익지 않았고, 눌러 보니 검붉은 피가 묻어 나왔다. 그들은 다시 고기를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나뭇가지를 더 넣어 불길이 더 세게 타오르도록 했다. 한참 후에 다시 고기 덩어리 하나를 꺼냈지만, 여전히 고기는 익지 않았다. 같은 과정을 여러 번 되풀이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머리 위에서 갑자기 자신이 그 이유를 알고 있다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독수리 몸통을 관통한 지팡이, 그러나…

로키를 지팡이에 매달고 가는 티아지, Lorenz Frølich, 1906

로키를 지팡이에 매달고 가는 티아지, Lorenz Frølich, 1906

세 신이 깜짝 놀라 동시에 위를 쳐다보니 참나무 가지에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독수리는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세 신을 향해 자신에게도 고기를 나눠주면 익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들은 너무 배가 고파 황소 한 마리를 다 먹어도 모자를 판이었지만, 어쩔 수 없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의 허락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독수리는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잽싸게 장작불 위로 내려오더니 황소의 네 다리와 양쪽 갈빗살을 모두 낚아채 갔다. 독수리는 다시 가뿐하게 참나무 우듬지에 앉아 고기를 맛나게 뜯어 먹기 시작했다. 

로키는 황소 고기 중 ‘알짜배기’를 모두 독수리가 가져가자 화가 났다. 곁에 있던 긴 지팡이를 들어 뾰족한 끝을 독수리의 몸통을 향해 찔러 넣었다. 허를 찔린 독수리가 깜짝 놀라 날아오르는 바람에 먹던 고기 덩어리가 떨어졌다. 동시에 가지가 흔들리면서 그 위에 걸쳐놓았던 고기 덩어리들도 함께 떨어졌다. 거기까진 로키의 복수가 성공한 듯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로키가 지팡이를 놓으려 했지만 독수리가 무슨 마법을 걸었는지 마치 강력한 접착제를 발라놓은 듯 손이 손잡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독수리는 그렇게 자기 몸통을 관통한 지팡이에 로키를 매달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가 일부러 미드가르드의 지상 바로 위를 날기 시작했다. 얼마 후 로키는 땅 위에 널려 있던 날카로운 바위와 돌덩이들에 몸이 부딪히자 비명을 질러댔다.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한 로키가 독수리에게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풀어달라고 외쳤다. 독수리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청춘의 여신’ 이둔을 데려다주겠다고 맹세하면 풀어주겠다고 대답했다. 

로키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둔이 사라지면 아스가르드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 뻔했다. 이둔이 매일 제공하는 황금 사과 덕에 늘 젊음과 불멸을 누리던 신들이 점점 노쇠해지다가 결국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키에게서 아무런 말이 없자 독수리는 다시 그를 지상 가까이에 매달고 날았다. 

로키는 우선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독수리에게 그러겠다고 약속하고 말았다. 독수리는 앞으로 이레 후에 이둔을 데리고 오라며 그제야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독수리는 로키가 이미 짐작한 대로 고약하기로 소문난 거인 티아지였다. 티아지는 로키를 풀어주면서도 하필이면 돌투성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로키는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한참을 그대로 누워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몸에 난 상처를 수습했다. 깊은 시름에 잠긴 채 절뚝거리며 오딘과 회니르 두 신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두 신에게 독수리의 정체뿐 아니라 그와 나눈 얘기도 전혀 말하지 않았다.


트림헤임에 갇힌 ‘청춘의 여신’

독수리로 변신해 이둔을 납치하는 거인 티아지, Elmer Boyd Smith, 1902

독수리로 변신해 이둔을 납치하는 거인 티아지, Elmer Boyd Smith, 1902

로키는 그 후 엿새 동안이나 몸져누워 있다가 이레째 되는 날 이둔을 찾아갔다. 이둔은 마침 자신의 궁전 앞에 조성한 꽃밭을 산책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런 것처럼 황금 사과를 가득 채운 바구니를 한쪽 손에 들고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꽃밭을 거닐고 있었다. 로키는 그의 거동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보다가 갑자기 “인간들의 세상인 미드가르드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말을 걸었다. 자신이 어떤 숲속을 지나다가 황금 사과나무를 발견했으니 얼른 같이 가서 신들을 위해 그 사과를 따자는 것이다. 로키가 자신이 만든 각본대로 막힘없이 술술 그 황금 사과와 숲에 대해 설명하자 이둔은 전혀 의심하지 못한 채 그를 따라나서고 말았다. 

티아지는 로키와 헤어진 후 아스가르드로 이어진 무지개다리 비프로스트 근처의 나무에 앉아 이둔이 로키와 함께 나타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이윽고 로키가 황금 사과 바구니를 든 이둔과 함께 미드가르드에 발을 딛자마자 잽싸게 날아와 이둔만 낚아채 갔다. 티아지는 그를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자신의 궁전인 트림헤임으로 데려가 골방에 단단히 가둬 놓고 그가 갖고 있던 황금 사과 하나를 씹으며 히죽거렸다. 이제 신들은 쭈글쭈글 늙어가고 자신은 영원히 젊음을 누릴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스가르드에서 청춘의 여신이 사라지자 과연 신들은 사과를 먹지 못한 탓에 금세 노쇠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허리가 굽어지고 피부도 탄력 없이 쪼글쪼글해졌다. 머리카락은 눈처럼 하얗게 세기 시작했다. 

이처럼 사과는 고대부터 인간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 같다. “하루에 사과 한 알이면 의사가 필요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영국 속담처럼.


분노한 오딘은 로키의 목을 조르고…

아스가르드로 돌아온 이둔, Lorenz Frølich, 1906

아스가르드로 돌아온 이둔, Lorenz Frølich, 1906

오딘은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신들의 회의를 소집했다. 오딘은 이둔을 마지막으로 본 신이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자 ‘신들의 파수꾼’ 헤임달이 “얼마 전 로키가 이둔을 데리고 무지개다리 비프로스트를 건너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신들은 헤임달의 말을 듣고 사방에 흩어져 아스가르드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 마침내 이둔의 궁전 앞 꽃밭에서 태평하게 잠들어 있는 로키를 발견했다. 신들은 그를 급습해 포박한 뒤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로키는 신들에게 갖은 고통을 당한 일을 소상하게 털어놓으며 변명했지만 오딘은 “그렇다고 신들의 생명줄인 이둔을 갖다주면 되겠느냐”며 두 손으로 힘껏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로키는 오딘의 단호한 태도에 덜컥 겁을 집어먹었다. 발버둥을 치면서 “‘사랑의 신’ 프레이야가 매의 날개를 빌려주면 이둔과 청춘의 사과를 반드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오딘은 못 이기는 척 로키의 목을 풀어주며 프레이야를 향해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프레이야가 로키를 데리고 자신의 궁전으로 가서 매의 날개를 건네줬다. 로키는 매의 날개를 어깨에 걸치자마자 하늘을 가르며 트림헤임으로 갔다. 티아지는 마침 딸 스카디를 데리고 낚시를 떠나고 없었다. 

로키는 매의 날개를 벗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이둔을 안심시켰다. 그 뒤 얼른 마법의 룬 문자로 주문을 외워 그를 조그마한 호두로 변신시켰다. 그런 다음 매의 날개를 어깨에 걸치고 호두를 발톱으로 쥔 채 잽싸게 하늘을 날아 아스가르드로 향했다. 바로 그때 티아지도 낚시터에서 돌아와 이둔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는 독수리 날개를 어깨에 걸치고 하늘을 날다가 저 멀리서 도망치는 매를 발견하고 전속력으로 뒤쫓았다. 

독수리는 매보다 날개도 훨씬 크고 힘도 셌기 때문에 매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로키의 눈앞 저 멀리에 아스가르드 성벽이 보였다. 신들과 함께 성가퀴에 서서 이제나저제나 로키를 기다리던 오딘은 아스가르드 쪽으로 매 한 마리가 황급히 날아오고 그 뒤에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뒤쫓는 것을 봤다. 상황을 파악한 오딘은 신들에게 아스가르드 앞쪽 성벽을 따라 장작에 콩기름을 부어 높이 쌓아놓으라고 명령했다.


콩기름 장작에 타버린 독수리

로키가 간발의 차이로 독수리를 따돌리고 아스가르드 성가퀴에 무사히 착륙했다. 오딘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신들에게 장작에 얼른 불을 붙이라고 신호를 보냈다. 불길은 순식간에 거세게 타올라 성 위 하늘 높이까지 치솟아 올랐다. 매만 주시하고 쫓느라 순식간에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불길을 예상하지 못한 티아지는 졸지에 날개에 불이 옮겨 붙었고, 그 바람에 더는 날지 못하고 아스가르드에 떨어지고 말았다. 

오딘은 토르에게 명령해 부상당해 신음하는 티아지를 성채 밖으로 끌고 가 해치우도록 했다. 아스가르드 성채 내에서는 살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로키는 매의 날개를 벗어던져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다음 마법의 룬 문자로 주문을 외워 호두를 다시 이둔으로 변신시켰다. 이둔이 신들에게 청춘의 황금 사과를 배달하자 신들은 다시 젊음과 불멸을 누리게 됐다. 

거인 티아지가 이둔을 납치한 것처럼 북유럽 신화의 거의 모든 갈등은 거인들의 도발로 생겨난다. 아울러 이 사건에서 오딘의 명령으로 ‘천둥신’ 토르가 티아지를 처리한 것처럼 그 갈등을 마무리 짓는 것은 토르다. 그래서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는 전체 스토리를 관통하는 ‘아리아드네의 실’이다. ‘어벤져스 시리즈’ 중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한 영화 제목에 ‘토르: 라그나뢰크’처럼 왜 토르의 이름이 꼭 들어가는지 짐작할 만하다.


거인 티아지의 잔꾀 vs 오딘의 ‘콩기름 화염’

김원익
● 1961년 전북 김제 출생
● 연세대 독문학과 졸업(문학박사), 독일 마부르크대 수학
● 신화연구가,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
● 저서 : ‘신화, 인간을 말하다’ ‘그림이 있는 북유럽 신화’ 외 다수




신동아 2020년 5월호

김원익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문학박사 apollon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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