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4·7 재보선의 방정식 “與 패하면 이재명, 野 패하면 윤석열이 웃는다”

정계개편 방아쇠…차기 대선, 다자구도 될지도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03-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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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에서 사라진 ‘독재 타도’·‘애국 시민’

    • 진영에서 자유로운 중도지향성 강세

    • 윤석열 사퇴로 ‘野 심판’ 프레임 무력화

    • 野 승리가 당권 다툼 씨앗 될 가능성

    • 안철수 본선에서 패하면 홍준표에겐 호재

    • 與 책임론으로 이낙연 낙마하면 정세균 浮上

    • “尹, 與 강경파 비판하는 與 지지층 표도 필요”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대선 정국이 출렁일 전망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동아DB]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대선 정국이 출렁일 전망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동아DB]

    4·7 재·보궐선거(재보선)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前哨戰)이다. 이 중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향후 정국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지금까지의 판세만 놓고 보면 야권이 이기는 시나리오에 무게추가 기운다. 1년 전이라면 그 누구도 예상 못 했을 반전 드라마다. ‘단일화 협상’은 잘못 다루면 유권자의 피로감을 자극하지만 유리그릇처럼 조심히 다루면 흥행의 주춧돌 역할을 한다. 파열음은 있지만 야권이 모처럼 ‘그럴듯한 그림’을 만들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에 12년 만에 원내 1당을 뺏겼다. 이를 포함해 최근 네 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보수 야권은 모두 패했다. 한국 정치사(史)에 전례가 없는 일이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맨정신 가지고는 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없다”(‘신동아’ 2020년 1월호)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자 비로소 야권에 활동 공간이 열렸다.

    “중도 지향성이 뚜렷하다”

    속살을 들여다보면 “맨정신 가지고 지지할 수 없을” 때와 구분되는 단절선이 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홍준표 후보를 내세웠다. 2018년 지방선거도 ‘홍준표 대표 체제’로 치렀다. 홍 전 대표는 “중도층을 향한 정책은 없다”(2020년 10월 14일)거나 “야당이 중도 타령, 무투쟁 2중대 가마니 전략을 펴고 있다”(2021년 2월 26일)고 말할 만큼 선명한 보수를 표방한다. 2020년 21대 총선은 황교안 당시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황 전 대표는 태극기 부대에 구애하며 대여(對與) 강경 투쟁을 주도해 농도 짙은 보수색을 드러냈다. 

    반면 4·7 재보선에서 서울·부산시장 국민의힘 공천장을 따낸 오세훈·박형준 후보는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은 당내 경선에서 선명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나경원·이언주 전 의원을 따돌렸다. 나 전 의원은 여성 가산점을 얻었는데도 오 후보에 5.3%포인트 차로 패했다. 이 전 의원도 여성 가산점을 얻었지만 21.54%를 득표하는 데 그쳐 박형준(54.40%), 박성훈(28.63%) 후보에 밀렸다. 또 제3지대에서는 중도성향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석 의석으로 102석의 제1야당 후보와 접전을 펼쳤다. 야권의 얼굴이 바뀐 것이다. 야권의 메시지에서 ‘독재 타도’나 ‘애국 시민’ ‘자유 우파’ 같은 단어도 사라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뒤 보수진영에서 ‘그 노선(선명 보수)으로는 어렵다’고 본 것”이라면서 “현재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강세가 나타내듯 진영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도 지향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도와 무당파 유권자가 국민의힘에 온전히 마음을 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중도가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던 국민의힘에 관심 갖기 시작한 건 맞다. 하지만 ‘윤석열 신드롬’이 보여주듯 유권자 사이에 탄핵의 충격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유권자는 자신의 정치 행위를 합리화하지, 부정하지 않는다. 2016년 촛불시위에 진보뿐 아니라 보수와 중도성향 국민도 많았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싫지만 자신이 촛불을 들었던 사실을 후회하거나 부정하고 싶지는 않을 거다. 투표 때 국민의힘에 선뜻 손이 갈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윤석열이 (선택지로) 딱이다.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던 사람인데 문 대통령에 맞섰으니 말이다.” 

    이에 윤 전 총장의 전격적인 사퇴가 야권에 호재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윤 전 총장은 ‘과거 권력’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반(反)문재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 ‘공정’과 ‘정의’ 담론을 선점했다. 야권 후보를 지지한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3월 4일)고 말해 정권 심판론을 부각했다. 덕분에 그간 여권 전략가들이 무시로 사용하던 ‘야당 심판’이라는 프레임이 무력화됐다. 여권이 가다듬은 메시지도 공론장에서 사라졌다. 

    신율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여당이 그렇게 힘써 온 부산 가덕도신공항 추진이나 재난지원금 이슈가 쏙 들어갔다. 그것만으로 윤 전 총장이 이미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野 대선 경선, ‘오세훈 vs 나경원’ 판박이?

    3월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3월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일제히 ‘야권의 4·7 재보선 압승’을 가리켰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가 SBS 의뢰로 3월 13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8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국민의힘 오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면 42.3%의 지지율을 얻어 박 후보(35.0%)를 7.3%포인트 차로 앞섰다. 박 후보와 국민의당 안 후보 간 맞대결에서도 안 후보(45.4%)가 박 후보(33.6%)에 11.8%포인트 우세했다. 

    여론조사는 수치의 높낮이보다는 추세나 흐름으로 읽어야 한다. SBS가 같은 기관에 의뢰해 3월 5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42%포인트) ‘박영선-오세훈’ 구도에서는 박 후보(38.3%)가 오 후보(36.6%)를 앞선 바 있다. ‘박영선-안철수’ 맞대결을 가정하면 박 후보(39.1%)와 안 후보(39.4%)가 거의 비슷했다. 8일 사이에 야권 후보의 상승세가 또렷해진 셈이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여야 간 격차가 더 크다.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가 SBS 의뢰로 3월 13일 만 18세 이상 부산시민 1003명을 대상으로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41.5%를 얻어 24.3%에 그친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17.2%포인트 앞섰다.(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을 참조). 

    정국에 미칠 파장이 큰 선거는 ‘소통령’을 뽑는 서울시장 선거다. 국내 최고의 정치컨설턴트로 꼽히는 박성민 대표는 언론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의 시나리오를 4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①안철수가 4번을 달고 서울시장이 되는 경우 ②안철수가 후보는 됐지만 본선에서 지는 경우 ③오세훈이 후보가 돼서 서울시장이 되는 경우 ④오세훈이 본선에서 지는 경우. 기자도 이 분류법대로 취재해봤다. 

    ①이 현실화하면 안철수 후보가 정국의 핵이 된다. ‘서울시장 안철수’는 자신이 공언한 국민의힘과의 합당 대신 한동안 독자 노선을 추구할 공산이 크다. 또 ‘반(反)민주당·비(非)국민의힘’ 깃발을 들고 윤석열 전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이렇게 제3지대에서 세력을 키운 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흡수하는 시나리오를 그릴 테다. 

    ③인 경우 국민의힘이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간 “우리 당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면 단일화와 본 선거에서 모두 이긴다”고 강조해 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체면치레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 주자로도 여권에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활기가 돌 가능성도 커진다. 중도보수 성향의 오 후보가 경쟁력을 증명했으니 당내 대선 경선 구도 역시 유승민·원희룡의 중도보수 블록과 홍준표(복당할 경우)·황교안의 강경 보수 블록 간 경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지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당시의 ‘오세훈 vs 나경원’ 구도와 판박이다. 

    서울시장직을 놓친 안철수 대표는 대선으로 유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 후보에 대한 회의감이 짙어져 제3지대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자본을 윤석열 전 총장에게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다. 


    與 패해도 주류는 친문, 단 정세균 부상할 것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 1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2차 토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 1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2차 토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③이 국민의힘 내부의 파열음을 키울 고리가 될 수도 있다.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면 당내 권력이 주는 열매 역시 지금보다 달콤해진다. 그러면 이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갈등이 격화하면 분란이 고조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오세훈 후보가 이기면 국민의힘에는 다음 선거에 대한 희망이 생길 것”이라면서도 “말실수하는 인사들이 많이 나올 거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다툼하는 과정에서 또 지저분한 꼴을 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야권의 승리는 곧 여권의 패배를 뜻한다. ①이건 ③이건 여권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자칫 미래 권력을 둘러싼 다툼이 조기에 과열될 수 있다. 장성철 소장의 설명이다. 

    “여당이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지면 ‘당헌까지 고쳐가며 후보를 낸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였다. 이낙연 전 대표(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책임 소재부터 따질 것이다. 이재명계가 공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권은 분열하고 야권에서는 윤석열이라는 대권후보가 나타났기 때문에 여당의 공고한 응집력이 상당히 약해질 거다. 여권 내부에서 치고받고 싸우면 레임덕이 온다. 공무원도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대권후보군에서 탈락하지 않을까 싶다. (당내 주류 그룹에서) 대안으로 정세균 총리를 잡으려 할 테지만, 이재명 대세론이 공고해질 거라고 본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여권이 패하면 정 총리가 부상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민주당 내 역학구도는 바뀔 수 없다. 레임덕이 가속화해도 당내 주류는 여전히 친문일 것”이라면서도 “단, 친문 그룹은 어떻게 해서건 (차기 대권 경선에서) 다른 사람을 앉히려 할 거다. (그런 점에서) 정 총리가 아직 친문에게는 유효한 카드”라고 말했다. 

    단일화를 했는데도 패하는 시나리오는 야권 처지에서 최악이다. 1:1 구도를 만들었고, 정권 심판론(혹은 견제론)이라는 명분도 있었으며, 여론 흐름도 우호적이었는데도 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현재의 야권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는 패배주의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④ 즉 오세훈 후보가 본선에서 지는 경우는 제1야당에 악몽이다. 

    박성민 대표는 “국민의힘 해체 요구가 많을 테고 김종인 위원장과 오세훈 후보에게 ‘안철수한테 단일후보를 양보하지, 왜 시간만 질질 끌었느냐’고 (따지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면서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는 말이 나오면서 윤석열 전 총장에게 모든 기대를 거는 ‘대안부재론’이 확산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일부, 尹 신당 가려 탈당할 지도

    ②안철수가 후보는 됐지만 본선에서 지는 경우는 거대한 나비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안 대표는 그간 반복적으로 자신이 “야권이 취약한 20·30대, 중도층, 무당층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보다 더 지지가 높은 유일한 야권 후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도 패하면 야권 연대를 놓고 회의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범야권에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대표는 ②가 현실화할 경우를 두고 “국민의힘은 홍준표 의원을 복당시킬 테고, (대선 국면에서도) 나중에 윤석열 전 총장과 후보 단일화를 하더라도 일단 (당내 분위기가) 국민의힘을 추슬러야 한다는 쪽으로 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성철 소장은 오 후보가 패하건 안 후보가 패하건 비슷한 혼란이 올 거라고 본다. 그는 “야당이 윤석열 체제로 급속하게 변화할 것”이라면서 “윤 전 총장이 야권 바깥에서 자신만의 정치 플랫폼을 갖고도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유지하면 국민의힘에서 윤 전 총장의 당으로 탈당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여권은 주류의 구심력이 강화될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이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이기면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덕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임기 막판의 대통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그간 한국 정치에서는 없던 일이 일어난다. 박성민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총리도 조금씩 살아나면서 이재명 지사를 견제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판을 ‘핸들링’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이즈음에서 박성민 대표가 제시한 4가지 시나리오를 다시 소개한다. ①안철수가 4번을 달고 서울시장이 되는 경우 ②안철수가 후보는 됐지만 본선에서 지는 경우 ③오세훈이 후보가 돼서 서울시장이 되는 경우 ④오세훈이 본선에서 지는 경우. 

    이를 다시 대권주자의 문법에서 요약·정리해 보자. 대권주자의 기준은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3월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이 37.2%로 1위였다. 이어 이재명 지사가 24.2%, 이낙연 전 대표가 13.3%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5.7%),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7%), 정세균 국무총리(2.4%),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2.2%) 등이 뒤를 이었다. 

    이재명 지사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①과 ③이다. 윤석열 전 총장에게는 ②와 ④가 가장 유리하다. 이 중에서도 ④가 더 낫다. ②의 경우 야권 연대에 대한 회의론이 일어 (아직까지는) 제3지대 출마가 유력한 윤 전 총장의 대권 가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홍준표 의원에게도 ②와 ④가 그나마 나은 시나리오인데, 고르자면 ②가 최선이다. 야권 연대에 대한 회의론을 등에 업고 ‘집토끼’(전통적 보수 지지층) 사수 전략을 펴서 당내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셈법이 같은 듯 다를 수밖에 없다.

    이재명과 윤석열의 묘한 공통점

    1987년 12월 16일 치러진 제13대 대통령선거 포스터. [동아DB]

    1987년 12월 16일 치러진 제13대 대통령선거 포스터. [동아DB]

    호시탐탐 반전을 노리는 정세균 총리에게는 ①과 ③이 좋은 카드다. 지역(호남), 경력(총리 및 당 대표), 뿌리(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가 겹치는 이낙연 전 대표를 확실히 대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여권 승리가 간절하다. 추미애 전 장관의 행보는 윤 전 총장의 행보와 연동돼 있다. ④가 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탄력을 받으면 ‘윤석열 대항마’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권에 출사표를 던질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 처지에서는 ①과 ③이 최선인데, 그중에서도 ③이 유리하다. 오 후보처럼 ‘중도의 지지를 받는 보수후보’로 포지셔닝 전략을 펼 수 있어서다. 즉 이재명-정세균-유승민, 윤석열-이낙연-추미애의 이해관계가 각각 통한다. 홍준표의 길은 다소 특수한데, 2017년 대선 때의 ‘자유한국당 노선’이다. 

    자세히 뜯어보면 어떤 규칙과 질서가 보인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각 진영 1위인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은 공히 비주류다. 이 지사는 ‘친문’에서 비켜나 있고, 윤 전 총장은 보수야권의 계보에 없다. 특히 윤 전 총장은 보수야권의 ‘옛 태두’(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했다. 이재명·윤석열 공히 양 진영에서 ‘과연 믿을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의구심에 휩싸여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주류에게 ‘묻지마 구애’를 하다가는 중도층을 잃을 수 있다. 반면 이들과 경쟁할 이낙연, 정세균, 추미애, 홍준표, 유승민 다섯 사람은 각 진영의 적자(嫡子)로 꼽힌다. 

    박성민 대표는 차기 대선이 다자구도로 치러질 수 있다고 본다. 그가 보기에 4·7 재보선에서 중도 지향적인 후보들(오세훈·박형준·안철수)이 강세를 보인 점은 제3지대가 발산할 가능성을 예시하는 사례다. 4자 구도로 치러진 1987년 대선은 판단의 준거다. 당시 범여권에서는 노태우와 김종필이, 범야권에서는 김영삼과 김대중이 모두 출마했다. 2022년 대선에서도 각자의 이해관계가 갈리면 “지지층이 다르다”는 명분과 “저쪽도 분열했다”는 명분이 한데 뒤엉켜 복잡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그와의 문답이다. 

    -다자구도라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가. 

    “그간 보수진영과 민주진영이 완전히 결집해 1:1로 치른 대선은 2002년과 2012년 두 차례밖에 없다. 2002년에도 정몽준이라는 제3의 후보가 등장했다가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했고, 2012년에는 안철수 후보가 나왔다가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해서 (최종적으로) 양자구도가 된 것이다. 1987년이 가장 극심한 다자구도의 사례다. 지금은 보수진영이 2017년 탄핵 이후 무너져 있어 중도층이 유동화 돼 있다. 그러면서 제3지대에 윤석열 전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있다. 정치에서는 어느 한쪽이 분열하면 다른 한쪽도 분열할 수 있다. 1987년에도 (야권에서) 김영삼, 김대중이 분열하니 (여권에서) 노태우, 김종필이 분열했다. 그러다가 후보 단일화를 해서 양자대결로 갈 수도 있는 거고.”

    “연합정부 필요, 제3지대 에너지 있다”

    -윤 전 총장이 독자 노선을 편다는 뜻인가. 

    “윤 전 총장도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의 많은 의원이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에) 출마하라고 권유했는데, 막상 출마해 보니 실제로는 ‘입 딱 씻는’ 모습을 보지 않았겠나. 또 (국정농단 수사를 한 처지에서) 국민의힘으로 가는 건 자기부정이 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은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도 조금은 받아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은 유권자 중 ‘윤석열이 옳고 (민주당) 강경파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3%인지 5%인지 모르지만 있을 수 있다. 또 지금 범 민주진보 진영에 190석의 의석이 있다. 제3지대가 되건 보수가 되건 정권을 잡더라도 이 사람들을 정권에 참여시키지 않으면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연정(연합정부)이 필요하다? 

    “그렇다. 그런 점을 봤을 때도 제3지대의 에너지는 있다.” 

    4·7 재보선이 끝난 뒤 정치권은 진통과 소란에 휩싸일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 정계개편은 불가피해졌다. 여야의 성패에 따라 정계개편의 구체적 모양새만 달라질 뿐이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고난도 줄타기를 해야 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은 사람만이 대선 본 게임에 참여할 입장권을 얻는다. 대권을 꿈꾸는 자들이 지금 재보선 시계만 쳐다보고 있다. 4·7 재보선이 정말 재미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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