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역량: 국정운영 능력을 갖췄는가
세력규합: 함께 국정운영할 세력 있는가
시대정신: 왜 윤석열이어야 하는가
3월 4일 오후 2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차기 대권주자’로서 윤 전 총장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대권주자로서 개인적 역량이다. ‘윤석열’은 거악을 척결해 법치를 수호해 온 ‘특수통’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안보와 민생이슈에서 그가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분석은 이렇다.
“대권주자는 국정을 책임질 개인역량과 함께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세력의 뒷받침을 받아야 한다. 검찰에만 몸담아왔던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뛰어들면 민생이슈에 대해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검증받게 된다. 아울러 그가 어떤 세력과 함께 대선을 치를 지도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 보수세력을 대변해 온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이 손잡는 것은 쉽지 않다. 중도를 표방하고 제3 신당에서 나설 수 있겠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 진영 대 진영 대결 구도가 강한 대선에서 제3세력이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윤 전 총장이 안 대표의 실패 원인을 극복하고 대선까지 완주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윤 전 총장은 국정운영에 대한 역량 뿐 아니라 엄격한 도덕성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 사퇴 직후 페이스북에 “정치군인은 역사 속으로 퇴출되었지만 정치검사는 시대를 거꾸로 타고 오르며 역류하기 시작했다. 정치는 아무나 하나. 총장직 그만두면 장모는 어떻게 되고 부인은 또 어떻게 되나. 윤석열의 모험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탄압받을수록 대권주자 부각”
정 의원은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부인과 장모 사건이 대권 레이스에 뛰어든 윤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조국, 추미애 전 장관과의 갈등 속에 대권주자 윤석열이 성장했다”며 “탄압받을수록 오히려 대권주자로 더욱 부각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윤 전 총장이 넘어야 할 두 번째 허들은 ‘세력’이다. 혈혈단신으로 대선을 치를 수는 없는 일. 윤 전 총장은 그동안 범야권 차기주자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그가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손잡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선거와 정치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성민 대표의 얘기다.
“윤 전 총장은 국정농단세력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했고, 적폐청산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처벌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국민의힘과 손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함께 하는 것은 적폐 세력, 국정농단 세력과 손잡는 자기 부정이 될 수 있다. 대신 안철수 대표와 손잡고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꾀할 가능성은 있다. 만약 안 대표가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돼 서울시장에 당선하면 제3지대 세력화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尹 정치 명분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국민의힘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구체제 이미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윤 총장은 제3지대에서 국민의힘을 대체할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정치권에는 제3지대에서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며 세력화할 수 있는 예비군이 많다.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식 전 의원, 홍정욱 전 의원, 그리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이 결합한다면 국민의힘을 흡수할 제3지대 신당 출현도 가능하다. 이명박, 박근혜 두 과거 정부에 대한 부채가 없고 오히려 당시 적폐 청산에 앞장 선 윤 전 총장이 제3지대 세력화를 주도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차기 대선까지 꼭 1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길다면 한없이 긴 여정이다. 그가 긴 대권 레이스를 완주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 ‘출마 명분’이다. 왜 윤석열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의 끊임없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윤 전 총장은 과연 어떤 대의명분을 앞세워 대권 레이스를 완주하려는 것일까.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꼽았다.
“윤 전 총장이 총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검찰을 대체할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즉 그가 검찰 조직을 지키기 위해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대신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겠다고 했다. 결국 그는 헌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와 법치를 지키기 위해 대선에 나섰다는 것을 출마 명분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은 과거 관료 출신 정치인들과는 결이 다르다”며 “현재 야권에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활동 공간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총장직을 버린 윤석열은 범야권 지지자들로부터 ‘대권주자’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었다. 그가 주자에만 그칠 지, 대통령에 오를 지 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
*대검찰청이 유튜브에 올린 ‘검찰총장의 마지막 하루 –퇴근길-’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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