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발등에 떨어진 불’ ESG 공시 의무화

“다른 사람에겐 ‘안 하겠다’로 읽힌다”〈이용우 의원〉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21-03-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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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보고서 2026년, E·S보고서 2030년부터 상장사 의무

    • ESG 공시 의무화 시기 더 앞당겨야

    • 금융위원장 “2026년 ESG 공시 의무화 고민”, 실무자는 “아직”

    • 세계시장서 ESG 소송당할 리스크 커져

    • ESG 등장으로 기업경영 경기규칙 바뀌어

    • ESG 경영 하지 않으면 생존 불투명해져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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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정보가 중요하다는데, 어디서 구하지?” 

    국내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열풍이 불면서 기업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도 관련 정보에 목이 마르다. 그만큼 기업에 대한 객관적 비재무정보(ESG 원칙 관련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다. 기업의 ESG를 다룬 언론보도는 무늬만 ESG인 경우가 많다. 친환경이 아닌데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홍보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도 흔하다. 

    ESG 공시 의무화 문제가 나온 배경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업공시제도는 상장기업이 증권의 발행이나 유통과 관련해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제도다. 특히 최근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업과 투자자간 소통 채널로서 기업공시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 

    기존에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은 상장법인, 공모채 발행 기업, 외감(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증권 소유자가 500인 이상인 기업으로 2019년 현재 2758개 업체다. 이들 법인은 지난 5년간 약 15% 늘어났다. 공시해야 할 정보량도 지난 5년간 약 7% 늘어나 7만2000여 건이나 된다. 그러나 기업공시 가운데 ESG 정보의 중요성은 이제야 부각되기 시작했다.

    G보고서 2026년, E·S보고서 2030년부터 상장사 의무

    이에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1월 14일 기업 부담과 공시 사각지대를 줄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들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했던 기업지배구조(G) 보고서는 2022년부터 1조 원 이상, 2024년부터 5000억 원 이상, 2026년부터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공개 범위가 확대된다. 2021년부터 코스피 상장사 전체에 대해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2019년 계획했으나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철회하고, 단계적 확대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환경(E)과 사회(S) 보고서의 경우 금융 당국은 일단 2025년까지 자율 공시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1월 15일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안내지침)’를 배포했다. 여기에는 정확성, 명확성, 비교가능성, 적시성 등 ESG 정보 공개의 일반 원칙이 제시돼 있다. 또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베스트 프랙티스, 중요성 평가 절차와 이해관계자 소통 채널 등에 대한 우수 사례 소개, 공시 지표와 절차 등이 안내돼 있다. 2025년부터는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ESG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2030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투자자가 기업공시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쉽도록 개선했다”며 “기업의 공시 부담은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어 이들이 공시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고, 소규모기업의 경우 공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SG 공시 의무화 시기 더 앞당겨야

    이처럼 시장 친화적인 공시제도 개선책의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ESG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개선책의 강도가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환경(E)과 사회(S) 정보공개 의무화 시간표가 제시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기업의 부담만 줄이는 방안이다”라며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외에서 ESG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환경과 사회 정보공개 의무화 시점을 너무 보수적으로 잡았다. 유럽연합(EU)은 2014년에 이미 근로자 평균 500인 이상, 자산 총액 2000만 유로 또는 순매출 4000만 유로 이상의 기업에 대해 비재무정보(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2018년부터 공개토록 했다.” 

    EU뿐 아니다. 영국은 2000년에 ESG 평가정보를 도입했다. 2020년 3월엔 금융감독청(FCA)에서 영국 프리미엄 상장기업에 대해 ESG 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기후변화 공시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 내용이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G20 금융안정위원회가 마련한 프레임워크)의 기후변화 관련 권고 사항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따지고 그 이유를 연차 재무보고서에 포함토록 한 것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기업의 ESG 리스크 존재 여부와 관리 내용을 증권거래소에 공시토록 하고 있다. 

    이 사안은 국회에서도 관심 사항이었다. 2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은성수 금융위원장에게 민형배·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G(지배구조)에 관한 것은 이 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원래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2019년 시행으로 했다가 전 코스피 상장사의 의무를 2026년으로 (하겠다는 것), 이것은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저는 이게 참 거꾸로 간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도 RE(재생에너지)100, 그린 뉴딜로 가고 있는 상황인데 (환경·사회 부문을) 2025년부터 자율 공시를 하고 30년부터 의무화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안 하겠다로 읽힌다.”(이용우 의원) 

    “ESG 공시 관련해서 E(환경)하고 S(사회)는 공시 의무화가 2030년으로 돼 있는데 G는 공개 의무화 시점이 2026년으로 돼 있다. 이것을 모두 2026년으로 당겨서 일치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좀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민형배 의원) 


    은성수 금융위원장 “2026년 ESG 공시 의무화 고민”, 실무자는 “아직”

    이런 지적에 대해 은성수 위원장은 “거버넌스(G)는 그동안 죽 해왔기 때문에 2026년으로, E(환경)·S(사회)는 처음 시작하니까 30년으로, 저희 실무자들이 보수적으로 잡았던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2026년으로 다 같이 맞춰서 당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 보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은 위원장은 여기에 “조그마한 기업들은 자기들 부담 준다고 하소연을 하니까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살펴서 (일정을) 당겨볼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기자가 3월 11일 금융위원회에 확인해보니 ESG 공시 일정을 단축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위원회 한 관계자는 “1월 발표된 ESG 가이던스는 기업의 자율 공시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더 풍부하게 공시해 나가는 것을 봐야 한다”며 “이후 한국상장사협의회나 코스닥협회와 논의하는 등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ESG 정보공시 강화에 대한 역효과를 우려하는 시장의 반응도 있다. 보고업무 강화로 재무구조가 부실한 한계기업들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고,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에 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정보의 충실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미 기업지배구조 보고 의무화를 통해 컨벤션 효과가 발생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행 기관이 늘어나는 마당에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다. 

    그럼에도 ESG 공시 의무 강화가 가시화되면서 재계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월 11일 ‘ESG 글로벌 공시, 평가, 법적 쟁점 세미나’를 열고 재계의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ESG 관련 법무법인, 회계법인, 평가기관 전문가 등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ESG 경영을 하지 않으면 향후 생존이 불투명해질 정도로 글로벌 기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ESG 공시 의무와 최근 급증하는 ESG 관련 소송에 대한 우리 기업의 효율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전경련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기업의 ESG 대응 수준은 선진국을 10점 만점으로 보았을 때 대기업은 7점, 중소기업은 4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ESG 공시 보고서 발간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2020년 국가별 매출 100대 기업의 비재무 보고서 발간율이 90% 이상 높은 나라는 14개국이나 되는데, 한국은 78%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19년 현재 2349개 상장사 가운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은 100여 개사이나 20개사만 한국거래소에 공시했다.

    세계시장서 ESG 소송당할 리스크 커져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3월 11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ESG 글로벌 공시, 평가 및 법적 쟁점 세미나’에서 ‘ESG 공시 글로벌 동향과 우리기업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3월 11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ESG 글로벌 공시, 평가 및 법적 쟁점 세미나’에서 ‘ESG 공시 글로벌 동향과 우리기업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이들 리서치센터장들은 국내 기업의 저조한 ESG 대응 수준을 높이려면 우선 평가 기준의 일관성 확보와 투명한 평가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봤다. 따라서 한국거래소의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등장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평가 결과는 현실적으로 ESG를 평가하는 기관들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신한금융투자의 한 보고서(‘컨센서스를 활용한 기업별 ESG분석’, 김상호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이는 법제화 부족, 공통된 기준 부재, 자체 보고, 시계열(시간 변화에 따른 연속 관측값) 부재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ESG 정보공개 표준화는 하나의 과제다.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에 따르면 ESG 표준 제정기관, 데이터 공급업체, 평가기관 등은 세계적으로 600개가 난립하고 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ESG 정보공개 표준은 374개나 된다. 따라서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표준이 등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9월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 SASB(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IIRC(국제통합보고위원회), CDSB(기후정보공개표준위원회),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등 5개 주요 기관은 공통 표준을 제정하는 데 합의했고, 12월에 프로토타입(기준) 보고서를 공개했다. 

    표준화 과정은 일단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국내기업들은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가이던스 등을 참고해 자사의 상황에 맞는 보고 양식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11일 전경련 세미나에서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ESG 공시 글로벌 동향과 우리기업 대응방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기업은 △기업 특성이 고려되고 핵심 이해관계자 요구가 반영된 공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공시 △재무 성과와 연계성이 강화된 공시를 통해 공시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요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세계시장에서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흔하다.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투자자 등은 기업에 ESG 의무공시 내용에 더해 더 구체적인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함에 따라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기업이 ESG 소송을 당할 리스크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G 소송의 유형으로 크게 △제품 표시나 공시자료에 기재된 ESG 정보의 오류·누락 △불성실 공시에 따른 증권 사기 △ESG 요소 관련 기업의 불법 행위·채무 불이행 등 3가지를 꼽았다.

    ESG 등장으로 기업경영 경기규칙 바뀌어

    김동수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추진단장은 “해외에서 ESG 열풍은 이미 2년 전부터 불었고,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ESG 규제가 진행 중이다. 국내 수출 기업에는 실제로 인권 문제, 전자제품의 에코디자인 등 ESG 요소가 직접적인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EU가 기업들의 협력업체 등 공급망에서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어 현지에 진출한 기업에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이에 유럽 내 300여 개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유럽한국기업연합회는 3월 8일 이 법이 새로운 비관세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의견서를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했다. 

    ESG가 다양한 법적 문제를 수반하는 중요한 리스크 관리의 대상이 되고 개별 기업에 법률적 조언이 필요해지면서 대형 로펌들도 앞다퉈 ESG 전문팀을 발족했다. 법무법인 김앤장은 ESG그룹(그룹장 노경식 변호사)을 만들고, ‘환경에너지연구소’까지 설립했다. 법무법인 화우는 법인 내에 ESG그룹(대표변호사 박상훈)을 발족하고, 지속가능발전 전략 전문기관인 에코앤파트너스와 협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법무법인 세종·태평양·율촌·광장 등에도 전문가들이 포진해 ESG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박상훈 화우 대표변호사는 “ESG는 기업경영의 필수요소이자 생존과 발전의 최고 키워드”라며 “무엇보다 (기업경영의) 경기규칙이 바뀌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종오 국장은 “우리 금융과 기업이 ESG 관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ESG 공시 조기 의무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12개 금융사가 기후금융 선언한 까닭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지지 선언식’에서 112곳의 금융기관이 기후금융 실천을 약속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제공]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지지 선언식’에서 112곳의 금융기관이 기후금융 실천을 약속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제공]

    금융쪽의 ESG 트렌드는 9600조 원을 주무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이끌어가고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올해 1월 초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에서 “고객의 우선순위에서 기후변화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기업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장기 전략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양질의 ESG 정보 공시를 강조했다. 발전용 석탄처럼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업에서는 자금을 빼고, ESG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에는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도 했다. 이후 국내 금융계에서도 ESG 열풍이 불었다. 

    ESG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환경(E)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미세먼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환경·보건 관련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E 이슈가 최대 관심사가 됐다. 더욱이 각국이 탄소세 등 이에 대한 규제를 만들면서 막연한 기후변화 문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의 요소로 중요성이 부각됐다. EU는 2023년부터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국경세’ 부과를 앞두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비전’을 선언하면서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라며 탄소중립과 관련한 제반 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는 행사가 최근 열렸다. 국내 금융기관 112곳이 3월 9일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기후금융’ 실행을 선언했다. 기후금융이란 기업과 사회의 탄소배출 경감을 유도하고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데 기여하는 금융회사의 대출과 투자, 관련 금융상품 개발 등을 말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사장 김영호)과 국회기후변화포럼이 주최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에서 참여 금융기관은 기후금융 실천을 위한 6대 약속을 천명했다. 6대 약속은 △2050 탄소중립 적극 지지 △금융 비즈니스 전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 통합 △기후변화 관련 국제적 기준의 정보공개 지지와 재무 정보 공개 노력 △대상기업에 ESG 정보공개 요구 △다양한 기후행동으로 탈탄소 산업 자본 유입 노력 △기후변화 대응 관련 금융상품 출시 등이다. 

    종합금융그룹인 KB·신한·우리·NH·하나와 주요 은행 등 참여 금융기관의 지난해 말 운용자산 규모는 5563조 원이다. 이번 지지 선언에 IBK기업은행, 공무원연금 등 일부 공적금융도 참여했지만 국민연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우정사업본부, 한국투자공사 등 핵심적인 공적 금융이 빠져 다소 빛이 바랬다. 

    이날 행사에선 주요 금융기관의 ESG 담당 임원들이 연단에 나가서 일일이 녹색금융,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최근 국회ESG포럼을 발족한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모든 기업, 금융기관이 새해 화두로 ESG를 얘기한다”며 “기후금융 지지 선언 행사가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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