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수도권 ‘무상 교통’ 시대 꿈꾸는 서철모 화성시장

무상 버스는 이동권 보장, 탄소감축, 일자리증대 1석 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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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1-03-2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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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상 버스, 시민의 이동자유 보장

    • 멀어서 이용 못하는 복지시설 더는 없다

    • 대중교통 이용 늘면 교통량도 감소

    • 전기버스 도입으로 탄소 저감 극대화

    • 무상 대중교통으로 일자리 문제도 해결 가능

    서철모 화성시장이 화성시의 
무상 교통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서철모 화성시장이 화성시의 무상 교통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청소년은 아무도 등하교 시 버스요금을 내지 않는다. 화성시가 2020년 11월부터 ‘무상 교통 정책’의 일환으로 만 7~18세 이하 청소년의 버스 이용요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화성시의 고등학생 박지훈(가명·16)군은 “예전에는 내 용돈에서 교통비를 써야 했다. 이제는 시에서 교통비를 지원해 주니 용돈이 크게 오른 것만 같다”고 말했다. 

    무상 교통 정책은 화성시민에 한해 화성시 관내를 도는 버스 요금을 전면 무료화 하는 정책이다. 인구 50만 명 이상 시군 중 버스 요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편 곳은 전 세계에서 화성시가 유일하다. 

    파격적 정책의 중심에는 서철모 화성시장이 있다. 서 시장은 전국 최초로 전 시민에게 1인당 2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때문일까. 서 시장은 2020년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주관하는 ‘2020년 올해의 지방자치 최고경영자(CEO)’로 선정됐다. 전국 최초 전 시민 재난기본소득과 무상교통 등의 정책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3월 12일 집무실에서 만난 서 시장은 “시를 경영하고 남은 재원이 있다면 이는 시민들에게 응당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 낭비가 없으려면 가장 필요한 곳부터 지원이 닿아야 한다”며 자신의 정책목표를 밝혔다. 화성시는 무상 교통 수혜 범위를 전 시민으로 늘릴 예정이다. 2021년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의 노인들도 버스요금을 내지 않게 된다. 같은 해 11월에는 만 23세 이하의 청년들까지도 무상 교통 정책의 혜택을 받게 될 예정이다. 


    전 시민 지원해도 저소득층에 더 도움 되도록

    - 전 시민을 대상으로 무상 교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인데 필요한 곳부터 지원이 닿기는 어렵지 않을까? 

    “대중교통을 누가 주로 이용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으로 나눠보면 자가용을 사거나 유지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고소득층은 자가용이라는 선택지가 있으니 상대적으로 이 정책의 혜택을 덜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국토연구원이 2019년 1월 기준 경기지역 560개 읍면동 주민들이 대중교통에 쓰는 금액을 추적한 결과, 소득하위지역이 상위지역보다 월 30만 원씩 교통비를 더 쓰고 있었다. 화성시의 대중교통 수단 중에는 지하철도 있으나 지원 대상에서는 빠졌다. 화성 시내에 있는 역이 4개뿐(서울 지하철 1호선 병점역, 서동탄역,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어천역, 야목역)이라 시내 대중교통만 보자면 그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반면 화성시내 버스 노선은 366개로 서울시(373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버스의 비중이 높으니 버스를 중심으로 무상 교통 정책을 시행 중인 것. 무상 교통 정책의 혜택을 받으려면 무상교통 카드를 시에 신청해야 한다. 충전식 교통카드로 버스비를 지불한 후 익월 25일 현금으로 환급받는 방식이다.

    무상 교통으로 청소년 버스 이용 2배 늘어

    화성시가 도입한 공영 버스. [화성시 제공]

    화성시가 도입한 공영 버스. [화성시 제공]

    - 다양한 지원책 중에 무상 대중교통에 가장 먼저 손 댄 이유가 있다면? 

    “의식주만큼이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동할 권리만 확보돼도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단적인 예로 무상 교통을 도입하면 문화·체육·복지시설 접근성이 높아진다. 화성시는 인근 지방자치단체보다 관련 시설을 많이 확충해 뒀지만 항상 이를 늘려달라는 민원이 있었다.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만 이 같은 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무료화하면 시민 누구나 복지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 다른 지자체도 인구가 많은 곳에 복지시설이 모여 있다. 

    “화성시는 다른 곳과 상황이 다르다. 화성은 인구에 비해 넓은 도시다. 서울(605㎢)에 비해 1.4배 넓지만(844㎢) 인구는 약 90만 명으로 서울시(965만여 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구 밀집지역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매번 해당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교통비를 지불해야 한다. 인구 밀집지역과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일수록 저소득층일 가능성이 크다. 교통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저소득층이 점차 시의 문화·체육 자원을 누리기 어려워진다.” 

    - 전 시민을 대상으로 무상 교통을 시행하고 나면 굳이 인구가 많은 곳에 문화·체육 시설을 짓지 않아도 되겠다. 

    “그렇다. 오히려 낙후된 지역에 관련 시설을 지을 계획도 있다. 해당 지역의 유동인구가 늘며 지역 내 낙후된 지역이 발전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 무상 교통 정책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청소년층부터 무상 교통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좋나? 

    “그렇다. 무상 교통 시행 이후 아동·청소년의 버스 이용이 크게 늘었다. 2019년에 비해 2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화성시의 집계에 따르면 2019년 아동·청소년 버스 이용자는 1만2228명으로 시 전체 아동인구(12만 3671명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교통 카드를 신청한 인원은 2만7642명. 2019년 아동·청소년 버스 이용자의 2배가 넘는다. 

    서 시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초·중·고등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며 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학교 수업이 정상화되고 일상적 생활이 시작되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버스 늘리고 자가용 줄인다

    화성시는 3월 12일 기아자동차와 협약을 맺고 관용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화성시 제공]

    화성시는 3월 12일 기아자동차와 협약을 맺고 관용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화성시 제공]

    - 무상 교통 정책을 만들 때 참고한 사례가 있나?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무상 교통 정책을 펴는 곳이 종종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시(市)다. 인구 41만의 탈린시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시내 무상 교통을 도입했다. 이 결과 시민의 이동성은 10% 증가했고, 대중교통 이용량으로 전체 교통량은 6%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탈린시 외에도 프랑스의 수도 파리시와 샤토루시, 벨기에의 하셀트, 핀란드의 미켈리 등이 부분적으로 무상 교통을 도입하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 전 시민을 대상으로 무상 교통을 시행하려면 결국 버스를 완전 공영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완전 공영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복지정책이 시장에 개입해 악영향을 미치는 일은 막고 싶다. 수익이 나는 노선은 그대로 민간이 운영하게 두고, 수익이 나지 않는 노선만 시가 나서서 운영할 계획이다.” 

    - 시가 직접 운영하는 노선은 버스 대수가 부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노선과 차이가 없도록 버스를 채우고 있다. 사실 화성시는 버스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화성시의 버스노선은 366개로 서울시(373개)와 노선 수가 비슷하지만 버스의 수는 화성시가 760대, 서울시가 7500대로 10배 가량 차이가 난다. 서울에서는 3분에 한 대 오는 버스가 화성에서는 30분에 한 대 오는 꼴이다. 이 같은 격차를 좁히고자 버스를 더 도입할 예정이다.” 

    화성시는 2020년 2월 화성도시공사와 위·수탁 협약을 맺고 지난해 반납 및 폐지된 버스노선 23개와 신설노선 5개 등 총 28개 노선에 45대의 공영버스를 투입했다. 올해는 수익성이 낮아 반납이 예상되는 노선에 추가로 공영버스를 45대 투입할 계획이다. 


    전기버스 도입, 비용과 탄소 배출 단번에 줄인다

    - 무상 교통에 드는 재원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지난해에는 무상교통 예산으로 23억 원을 편성했고 올해는 206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화성시 1년 예산(약 3조5000억 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추후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비효율적 사업을 조정하며 재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 추후 무상 교통 수혜 인원이 늘어나도 재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나? 

    “교통량이 줄어들고 친환경 버스로 전환하면 재정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자세히 설명해 달라. 

    “버스 이용이 늘어 자가용 이용이 줄어들면 교통량 감소를 위한 예산이나 자가용 관련 예산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일례로 자가용 이용량이 줄어들면 시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을 줄일 수 있다. 이 부지를 활용해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아낀 재원을 무상 교통에 활용할 수 있다.” 

    - 친환경 버스 도입은 재정에 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대중교통 운송 원가 중 연료비의 비율이 20%이고 인건비의 비율이 40%다. 화석연료보다 연료비가 덜 드는 전기버스, 수소연료전지 버스를 도입하면 연료비를 대폭 아낄 수 있다. 게다가 추후 자율주행 기술이 확대되면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대중교통 이용 늘면 일자리도 늘어

    - 전기버스, 수소연료전지 버스 등 친환경 자동차 도입은 탄소 배출 감축에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 부분을 노렸다. 관용차도 기아자동차와 협약을 맺어 일부 전기차로 바꿨다. 관용차가 움직이지 않는 주말에는 이 차량을 시민들에게 레저용으로 빌려줄 계획이다. 올해 관용차 32대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생산된 니로EV로 교체한다.” 

    화성시는 추후 관용차 482대 중 200대를 순차적으로 카셰어링용 친환경 전기차로 대체할 예정이다. 

    - 버스에 공용 렌터카까지 생겼으니 시민들이 이를 이용해 택배 등 새 일자리를 갖게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궁극적으로는 무상 교통이 일자리를 늘리는 일에 기여할 것이라 본다. 굳이 배달이 아니라도 교통비 부담으로 시내 번화가로 일하러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더 큰 효과를 위해서라면 화성시의 무상 교통이 수도권 전역으로 퍼져야 한다.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무상 교통이 시행된다면 이동이 어려워 일자리를 포기하는 일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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