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브 이얄 지음, 최이현 옮김, 까치, 496쪽, 2만1000원
“세계화가 인간의 조건을 개선했지만,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생태계를 훼손했으며 반발의 씨앗도 심었다. 책임의 시대가 끝나갈 무렵, 저항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 출신 언론인 나다브 니얄의 책 ‘리볼트’의 한 대목이다. 니얄은 세계화의 양면성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책임의 시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시작됐다. 각국은 전쟁의 참혹함에 책임감을 느끼고 무너진 세계질서를 재건하려 했다. 서구권의 산업화가 세계 각국에 이식되며 기술이 발전하고 도시는 번성했다. 1990년 이후 10억 명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저자가 소개하는 1979년생 마이클 웡도 중국 산업화가 가져다준 풍요를 누린 인물이다. 유년기 시절 상하이에 거주하던 웡은 집에 목욕 시설이 없어 한 달에 두 번 공중목욕탕을 찾았다. 1980년대 말 시장경제가 자리 잡으며 웡의 부모는 전자제품 공장에 취직했다. 웡은 부모의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교육을 받아 현재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의 창립자가 됐다.
양질의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산업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교육의 중요성은 커졌다. 기초 교육을 받은 15세 이상 인구는 20세기 중반 전체 인구의 50%에서 2000년 80%로 늘어났다.
강가의 조약돌을 들추면 벌레가 나오듯 중국의 발전 뒤에 돌이킬 수 없는 대기오염이 존재한다.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리랑카 북서부 지역에서는 생태계 파괴로 주민이 코끼리와 삶의 터전을 놓고 대립한다. 세계화 과정에서 ‘착취의 허브’도 만들어졌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착취하고 약소국 지도자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과 민족을 공격한다.
책임의 시대는 2001년 9·11테러로 끝을 맞았다. 경제성장 가도가 주춤하며 세계화가 낳은 병폐는 반세계화를 외치는 저항의 물결로 돌아왔다. 서구권 국가가 부족한 노동력을 공급하고자 받아들였던 이민자는 범죄를 일으키는 집단으로 매도됐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계속되는 내전으로 끊임없이 난민이 양산된다. 반세계화 운동을 주도하는 종교 근본주의자가 등장하고 정치는 민족주의를 앞세운 포퓰리스트가 장악했다.
책 말미에 등장하는 저자의 해결책은 다소 순진하게 들린다. 세계화의 반작용을 국가 간 연대와 개혁, 세율 인상, 난민 수용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의 미덕은 20년간 발로 뛴 취재를 바탕으로 세계화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브뤼노 라투르 지음, 박범순 옮김, 이음, 168쪽, 1만8000원
저자 브뤼노 라투르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경제적 불평등 심화, 대규모 규제 완화, 기후 위기 등으로 지구가 위협받는 현재 상황을 신기후체제(New Climatic Regime)라 명명한다. 기후 재앙이 개별 국가 경계를 넘어 발생하고, 난민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주하는 현실에서 기존 정치는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최근 50여 년간 펼쳐진 국제 정치 지형을 분석하며,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