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호

김지영의 트롯토피아

임영웅 ‘영웅시대’ 15만, 김호중 ‘트바로티’ 10만…문화 지형 바꾼 트로트 팬덤

공룡 팬덤 출현, 그 배경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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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1-04-02 11: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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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덤 규모만큼 커진 영향력과 파급력

    • 아이돌 팬덤보다 강력한 결집력과 충성도

    •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은 소통의 진정성

    • 지역별 스터디 활성화, 시너지 효과 증대

    • ‘덕질’은 삶의 활력소, 선한 영향력 전파

    트로트 스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영웅시대의 지지를 받는 임영웅(왼쪽). 지난해 9월 군 입대 이후에도 김호중의 팬카페 회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제공]

    트로트 스타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영웅시대의 지지를 받는 임영웅(왼쪽). 지난해 9월 군 입대 이후에도 김호중의 팬카페 회원은 꾸준히 늘고 있다.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그룹이 쥐락펴락하던 가요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스타덤에 오른 트로트 가수들이 각종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새 앨범을 낸다는 소식부터 사진에 담긴 표정이나 몸짓까지 일거수일투족이 기사로 생산될 정도.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임영웅, 김호중, 영탁, 이찬원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언론매체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기사가 보도되는 즉시 팬들이 빠르고 폭발적인 반응으로 높은 인기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한 도시 인구와 맞먹는 팬덤 규모

    약 5만5000명의 팬덤을 가진 영탁(왼쪽)과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이찬원.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약 5만5000명의 팬덤을 가진 영탁(왼쪽)과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이찬원.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트로트 열풍으로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도 아이돌이 아닌 트로트 스타로 바뀌었다. 호감도 높은 트로트 가수를 출연시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예능 프로그램에 팬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높은 시청률로 보답하기 때문이다. 최근 1년 동안 경쟁적으로 탄생한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소리바다 베스트 케이뮤직 어워즈, 더팩트 뮤직 어워즈 등 K-팝 시상식에 트로트 부문 상이 신설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끈 트로트 팬덤은 그 규모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한 도시의 인구와 맞먹을 정도다. 최강 트로트 스타로 꼽히는 임영웅의 팬카페 ‘영웅시대’ 회원 수는 3월 15일 현재 15만281명에 달한다. 반년 전보다 5만 명 가까이 늘어나 경기 포천시 인구(14만7480명)보다 많다. 성악가에서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김호중의 팬카페 ‘트바로티(Tvarotti)’ 회원 수도 지난해 9월 김호중이 입대한 후 1만 명 넘게 늘어나 3월 15일 현재 10만4652명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 인구(6만7279명)를 훌쩍 넘어섰다. 트바로티는 ‘트로트’와 이탈리아 테너 가수 ‘파바로티’를 합친 이름으로, 김호중의 애칭이기도 하다.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인 영탁의 팬카페 ‘영탁이딱이야’는 3월 15일 기준 회원 수가 5만4832명, 이찬원의 팬카페 ‘찬원마을’은 3만2729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팬덤 역시 인원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트로트 팬덤의 규모가 이처럼 날로 커지는 이유가 뭘까. 그 답을 얻기 위해선 트로트 팬덤의 특징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호본능과 응집력 강한 세대가 주축

    ‘좋아하는 가수가 같다’는 이유로 팬카페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한식구가 된 트로트 팬덤은 충성도가 높고 결집력이 강한 특징을 나타낸다. 이는 아이돌 팬덤과 닮았지만 강도가 한 수 위라는 평이 많다. 단적인 예로 좋아하는 ‘최애(最愛)’ 스타가 스캔들에 휩싸이거나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 아이돌 팬카페는 회원 수가 줄지만 트로트 팬카페는 큰 변화가 없거나 더 늘어나기도 한다.

    팬덤 문화 연구가들은 그 요인을 팬카페를 이끄는 세대가 다른 데서 찾는다. 아이돌 팬덤은 연령층이 10대와 20대에 집중돼 있다. 반면 트로트 팬덤은 30대 이상이 주축을 이룬다. 임영웅의 영웅시대는 30대부터 50대, 김호중의 트바로티는 50대 이상이 팬덤을 이끄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로트 팬덤은 한번 지지하면 그 마음에 흔들림이 거의 없다”며 “아이돌 팬덤에 비해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건 연령대가 높은 게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그의 분석이다.

    “트로트 팬덤은 인생 경험이 많고 모성 본능이 강한 세대가 주축을 이루다 보니 자신을 ‘입덕’하게 만든 스타를 엄마처럼 지켜주려는 습성이 있죠. 트로트 스타의 팬클럽 가입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도 보호본능과 응집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조은재 대중문화평론가는 “지금 트로트 팬덤을 구성하는 세대는 팬덤 문화를 낯설게 느끼는 세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장년층이 향유할 만한 놀이 문화, 또래 문화가 제한적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기존에 없던 트로트 팬덤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취미를 즐기기 위한 정보 공유와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어요. 놀이 문화에 대한 갈증이 컸던 만큼 팬덤의 충성도와 결집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고요. 아이돌 덕후였던 중장년층이 트로트 팬덤으로 옮겨간 경우도 적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트로트 팬덤에 전수하며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한 덕분에 회원이 10만 명 넘는 팬카페가 체계적·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젊은 층보다 높은 구매력, 파급력

    김호중 클래식 앨범 ‘아리아집’(위)과 ‘이탈리아 칸초네집’.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김호중 클래식 앨범 ‘아리아집’(위)과 ‘이탈리아 칸초네집’.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트로트 팬덤은 젊은 층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계층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구매력도 우위에 있다. 이는 화제성을 높이는 기폭제로 작용한다. 지난해 트로트 스타를 CF 모델로 기용한 많은 브랜드가 홍보와 마케팅에서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팬덤의 영향이 크다.

    광고계에서는 임영웅 효과가 두드러졌다. 매일유업의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는) 커피 ‘바리스타 룰스’가 좋은 예다. 지난해 6월 임영웅이 출연한 이 브랜드의 광고 영상은 유튜브에 올린 지 두 달 만에 조회수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지난해 4월부터 임영웅이 광고한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는 전년보다 판매량이 2배 이상 늘었다. 그가 착용한 패션 브랜드 웰메이드 셔츠는 유튜브에 광고 영상이 공개된 지 3주 만에 매출이 5배 뛰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기업이 힘든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트로트 스타들이 노래한 음원 조회수와 음반 판매량이 웬만한 아이돌 스타들의 그것보다 높은 것도 팬덤의 구매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김호중의 기록이 특기할 만하다.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중 하나인 한터차트에 따르면 김호중은 지난 한 해 동안 105만5242장에 달하는 음반 판매고를 올렸다. 여기에는 정규 1집 앨범 ‘우리家’와 클래식 앨범 2장 등 김호중이 지난해 발매한 모든 음반의 판매량이 합산됐다. 솔로 아티스트 가운데 유일하게 누적 음반 판매량이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김호중은 ‘우리家’뿐만 아니라 클래식 앨범으로도 약 51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12월 18일 ‘아리아집’과 ‘이탈리아 칸초네집’ 두 버전으로 출시된 클래식 앨범이 일주일 만에 각기 26만 장과 25만 장이 팔렸다. 이들 앨범은 1월 초 유럽 빌보드 차트 53주차 차트 톱5에 진입하는 등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트로트 문외한 ‘입덕’게 한 매력과 재능

    팬덤의 영향력이 막강한 트로트 스타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뛰어난 재능과 남다른 매력을 겸비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가 없었던 점도 닮았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재능과 매력을 겸비한 젊은 트로트 가수에게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난 뒤에도 계속 잘되도록 지지하고 응원하기 위한 서포트 창구로 팬카페를 만들었다. 스타가 지닌 재능과 매력이 팬덤 규모를 키우는 동력인 셈. 팬카페 회원이 많다는 건 그만큼 스타가 지닌 매력과 재능이 출중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덕후가 되게 한 ‘최애’의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팬카페에서 활동하는 많은 회원이 정성스러운 답을 보내왔다. 영웅시대 회원들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고급스러운 보이스와 풍부한 감성, 건실한 태도, 선한 인상, 아들 같은 훈훈함, 뭘 입어도 멋진 핏”을 첫손에 꼽았다. 부산에서 무용학원을 운영하는 영웅시대 회원 영웅바라기민선(41) 씨는 “처음엔 어린 시절 겪은 아픔 때문에 눈길이 가서 응원하게 됐는데 보면 볼수록 착한 심성과 감미로운 목소리, 가슴을 적시는 감성이 내 마음에 스며들어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더 깊어졌다”고 털어놨다. 임영웅은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이후 그의 어머니 이현미 씨가 미용실을 운영하며 홀로 그를 키웠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늦둥이 엄마 영웅시대 회원 하늘상(54) 씨는 “임영웅의 노래 ‘바램’과 ‘보랏빛 엽서’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첫눈에 반해버린 첫사랑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코로나 사태로 ‘집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임영웅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트바로티 회원들은 “천재적 재능에 타고난 음색과 노래의 맛과 멋을 표현할 줄 아는 감각, 진심을 담아 혼신을 다해 노래하는 무대매너, 심금을 울리는 가창력, 상남자 같으면서도 순수한 모습, 진중한 가운데 빛나는 예능감”을 김호중의 매력으로 떠올렸다. 김호중 팬덤을 통칭하는 ‘아리스’ 가을하늘서울 씨는 “김호중은 변명하거나 숨지 않는 뚝심이 있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 하고, 잘못하지 않은 건 굴복하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고 말했다. 김호중은 학창 시절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김천예고 서수용 선생님의 헌신과 가르침 덕분에 성악에 몰두할 수 있었다.

    미국에 사는 아리스 크리시 씨는 “김호중 가수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따듯함과 포근함, 들을수록 위로가 되는 특별함이 있어서 팬이 됐다. 이후에는 어린 나이에 어려운 삶 가운데서 주어진 환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목표를 향해 노력해 온 모습에 반해 더욱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적으로 힘든 환경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한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펼치며 헌신해 온 삶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항상 주변 사람들을 더욱 높여주려는 겸손하고 착한 심성을 가진 김호중 가수가 정말 잘되기를 응원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모르면 배워서라도 빛내는 노동의 힘

    트로트 팬덤은 ‘최애’를 빛내기 위해 앨범만 사는 게 아니다. 음원과 영상 조회수를 높이고 각종 스타 순위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가 득표수를 올리는 데에도 시간과 노동력을 아끼지 않는다. 멜론, 지니, 플로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 가입해 ‘최애’가 부른 노래를 반복해 듣는 음원 스트리밍은 기본. 트로트 스타의 인기 순위를 가리는 최애돌셀럽 등 각종 투표 앱을 스마트폰에 깔아놓고 틈날 때마다 투표하는 정성을 쏟는다. ‘최애’의 공식 유튜브 채널이나 네이버TV, 카카오TV에 올라온 새로운 동영상을 스트리밍하는 것도 덕후(팬)가 해야 하는 주요 노동 중 하나다. ‘최애’를 다룬 기사를 클릭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덕질노동’은 아이돌 팬덤에서 전파됐다. 방탄소년단, 엑소, 강다니엘 등을 지지하는 아이돌 팬덤은 이미 음원차트나 투표 앱 순위, 영상 조회수를 열정적인 ‘덕질노동’으로 대폭 끌어올려 그 효과를 증명해 왔다. 문제는 트로트 팬덤의 연령대가 높아 디지털에 취약하다는 점. 이 때문에 팬카페 트바로티는 지역별로 스터디 모임을 운영한다.

    각 스터디 모임에는 ‘덕질노동’에 적응하는 방법과 원활한 소통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트바로티 회원 이모(51) 씨는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 회원 중에 기계치가 많았는데 스터디 선생님이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방법과 순위 서비스 앱에서 득표수를 높이는 노하우를 친절하게 알려줘 지금은 나보다 덕질노동을 잘하는 60~70대 아리스가 많다”고 전했다. 또 “대면 모임이 가능하던 시절에는 아리스들이 스터디 모임을 하면서 김호중 씨에 관한 소식이나 여러 정보도 주고받으며 친목을 도모했다”며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만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사는 한 아리스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가입이 가능한 음원 사이트와 투표 앱을 깔고 매일 응원한다”며 “김호중 가수를 소극적으로 응원하는 팬을 만나면 팬카페 정보나 CD 등을 주고 ‘입덕’을 독려한다”고 말했다.

    영웅시대는 카카오톡에 지역별, 투표 앱별 응원방을 만들어 ‘덕질노동’을 돕는다. 영웅시대 회원 이모 씨는 “지역마다 리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전에는 같은 지역에 있는 회원끼리 연락해서 오프라인 모임도 가졌다. 투표 앱 응원방 식구끼리 응원을 잘하는 방법을 터득하려고 모인 적이 있는데 인원이 20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이모 씨는 “팬카페에서 스터디 모임 일정을 공지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도움을 주기도 하고, 아무 때나 시간 내서 배울 수 있게 동영상으로 올려주기도 한다”며 “지역별로 SOS를 신청하거나 팬카페 내 자유게시판에 문의해도 자세히 알려준다”고 밝혔다.

    ‘덕질’은 삶의 활력소, 팬카페는 행복 충전소

    임영웅이 팬들을 위해 헌정한 싱글 앨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커버.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임영웅이 팬들을 위해 헌정한 싱글 앨범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커버. [뉴에라프로젝트 제공]

    “모르면 배워서라도 ‘최애’를 지켜주자”는 연대감으로 똘똘 뭉친 트바로티가 스터디를 통해 덕질 기술과 팀워크를 적극적으로 키운 덕에 투표 앱에서 김호중의 순위는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올랐다. 영웅시대는 각종 투표 앱이나 뮤직 어워즈의 트로트 부문에서 임영웅에게 매번 정상의 영예를 안긴다. 영상 스트리밍 조회수도 경이롭다. 임영웅이 3월 9일 공개한 신곡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뮤직비디오는 일주일 만인 3월 16일 현재 509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임영웅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3월 15일 누적 조회수가 7억 뷰를 넘어섰다.

    팬덤의 지칠 줄 모르는 사랑과 관심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트로트 스타들은 팬카페를 꾸준히 방문해 나름의 방식으로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 영웅시대에 따르면 임영웅은 하루에 한 번은 팬카페에 방문한다. 글을 자주 남기고 가끔 사진도 올린다. 광고 촬영이나 방송 녹화 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유튜브 채널에 게시하기도 한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

    트바로티에 따르면 김호중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기 전부터 팬카페를 찾았다. 입대 후에도 팬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매주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 사이 팬카페에 들러 안부 인사를 남기거나 자신의 근황을 전한다. 노래 선물도 빼놓지 않는다. 한 아리스는 “김호중 씨 편지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따듯하다”며 “팬들을 항상 식구라고 지칭한다. 팬 미팅 때도 두 손을 잡으며 따뜻하게 인사를 건넨다”고 전했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그의 한 마디에 노년이 외로운 아리스는 큰 위안을 얻는다. 암 투병 중인 한 아리스는 “김호중 씨의 노래에 위로를 받았고, 그의 정겨운 인사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고백했다. 임영웅은 영웅시대를 “가족”으로 표현한다. 팬들을 향해 “사랑해요”라는 달콤한 고백도 아끼지 않는다. 이번에 낸 신곡 ‘별빛 같은 내 사랑아’는 팬들을 위해 헌정한 곡이다.

    임영웅 팬카페 영웅시대(위)와 김호중 팬카페 트바로티. [온라인 화면 캡쳐]

    임영웅 팬카페 영웅시대(위)와 김호중 팬카페 트바로티. [온라인 화면 캡쳐]

    덕후와 ‘최애’ 간의 소통 창구요, 덕질 교육과 정보 공유의 장인 팬카페는 팬덤을 더욱 공고히 하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영웅시대와 트바로티 회원들은 “혼자서 좋아할 때와 달리 팬카페 회원으로 함께 덕질을 하면서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끼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모바일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고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게 된 것 또한 큰 소득”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올해 59세가 됐다는 트바로티 회원 최모 씨는 “호중 님 노래를 듣고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하면서 내 몸 안에 있던 우울증과 편두통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 간 지 28년 됐다는 한 아리스는 “7년 전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어떻게 버텼는지 모를 정도로 힘들고 버거웠는데 호중 님의 노래 ‘고맙소’로 입덕한 후 매사에 그저 고마운 마음이 든다. 사랑한단 말도 많이 한다. 신기하다”고 했다.

    투자 대비 가성비 높아

    서울에 사는 64세 전업주부 영웅시대 회원 로사 씨는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응원하며 소녀 감성으로 살고 있다. 이 나이에 이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서울에 사는 53세 영웅시대 회원 게으름거북이 씨는 “팬카페에 가입하고 기부에 동참하면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원 너와 씨는 “웃음이 많아지고 몸도 건강해졌다”며 “덕질은 중독성 강한 삶의 활력소”라고 평했다.

    이들이 덕질에 쓰는 돈은 월평균 1만 원대로 조사됐다. 대부분이 음원 사이트 이용료다. 트로트 덕후들은 덕질로 젊음, 즐거움, 나눔, 행복, 보람 등 소중한 삶의 가치를 얻었다고 말한다.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엄청난 선물을 받은 셈이다. 투자한 금액에 비해 부수적으로 생기는 소득이 많은 트로트 팬덤의 덕질 활동은 얼마나 오래갈까. 팬덤 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커질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직 장담할 순 없지만 새로운 트로트 스타들이 탄생하면 팬덤 규모도 계속 커지리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조은재 대중문화평론가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의 흥행으로 젊은 스타가 많이 배출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트로트 시장 수익구조의 큰 축을 차지하던 공연, 행사 무대가 사라져 규모 확장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른 가요 장르와 마찬가지로 공연 재개와 이를 통한 파급력 과시가 팬덤 수명 연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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