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극복, 민생 안정이 시급한 현안
임기 5년 시장…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
‘21분 도시’가 허황? 세계적 추세이자 환경도시 완성!
푸근하고 강단 있는 ‘엄마 리더십’ 보여줄 것
“행정경험과 경제 이해도 높은 게 나의 경쟁력”
3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만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홍중식 기자]
박 후보는 2004년 17대 국회 입성을 시작으로 내리 4선에 성공해 다양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2019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2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임명돼 부처 수장으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당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요직을 두루 지낸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드러난 강성 이미지는 중도층 공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월 말부터 지급되는 19조5000억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은 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최근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땅 투기 의혹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 박 후보 선거 캠프 관계자들의 ‘피해호소인’ 표현 논란 등은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 소속 전임 시장의 성 비위 사건으로 다시 치르는 선거라는 점도 박 후보의 짐이다. 이제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격돌한다.
‘서울시 대전환 합니다 박영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표심잡기에 한창인 박 후보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다시 치르는 서울시장 선거…“참 죄송한 일”
-슬로건이 이채롭다. 그 안에 담긴 의미가 궁금하다.“‘서울시 대전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대정신이다. 과밀화된 도심 서울을 분산시킨 다핵도시로 거듭나게 하고, 디지털과 그린(Green)을 접목시킨 세계 표준 도시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서울 100년의 포부를 담았다. ‘합니다 박영선!’은 언론사 경제부장을 시작으로 4선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내면서 경제민주화, 사법개혁, 소상공인 디지털화 등 현안 해결에 앞장섰던 추진력과 행정능력, 입증된 성과를 압축한 슬로건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동기는 뭔가.
“서울시민은 코로나19 위협과 가중되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절체절명의 시기를 살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이후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는 미래 100년의 좌표를 찍는 선거인만큼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울시 대전환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결심했다.”
-전임 박원순 시장의 성추문으로 보궐선거를 치르는 만큼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당헌을 바꿔 후보를 냈다. 유권자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 내지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참 죄송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과 치유의 정치로 더 열심히 보답하겠다. 남보다 두 배로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이번 선거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서울의 미래를 여는 선거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서울의 모습은 달라야 한다. 한계에 직면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청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는 선거여야 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청년들에게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시장, 코로나19를 조기에 종식하고, 새로운 내일을 여는 시장이 되겠다.”
임기 5년을 준비해야
-현재 서울시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은 뭐라고 생각하나.“코로나19를 빨리 종식시키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우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20대 청년들에게 화끈하게 무이자로 50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해서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하겠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집행 이후 사각지대에서 보완할 점을 찾아 서민의 일상을 조기에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겠다. 부동산 대책도 무척 중요하다. 공급대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하기에 정부의 2‧4 부동산 대책이 성공하도록 뒷받침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할 계획이다. 서울시민 절반은 아직도 내 집 마련의 꿈에 목말라하고 있다. 5년 안에 평당 1000만 원대의 반값아파트 30만 호를 공급해 시민들의 간절한 꿈을 반드시 이뤄드리는 시장이 되겠다.”
-일각에선 후보가 내건 공약(21분 콤팩트 도시, 수직정원)을 두고 ‘SF영화 같은 공약을 남발한다’고 비판한다. 단일화에 합의하기 전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는 “허황되다”고 꼬집기도 했다. 임기 1년 3개월 동안 공약 실현이 가능하겠나.
“경부고속도로를 놓는다고 할 때나 인천국제공항을 건설한다고 할 때도 그런 비판과 반대가 있었다. 지금 인천공항이 없다면, 경부고속도로가 없다면 우리나라가 수출입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싶다. 정책적 상상력이 빈곤하고, 추진할 엄두가 안 나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도시는 미래계획을 충실히 세울 때 번성한다. 이번 시장은 5년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서울시를 ‘21분 콤팩트 도시’(서울을 인구 50만 명 기준으로 21개 다핵분산도시로 쪼개고, 각 분산도시 내에서 도보로 21분 이내로 직장·교육·보육·보건의료·쇼핑·여가·문화 등 모든 걸 해결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 다핵도시로 전환시키고, 세계를 선도하는 표준 도시로 만들 준비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100년 전 ‘시민의 발’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뀔 때보다 지금은 더 빠른 속도로 생활 중심이 디지털로 바뀌고 있다. 대전환의 시기다. 이러한 시기에 도시의 미래를 준비해야 도시경쟁력이 앞서갈 수 있다. 이제 도시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이다.”
-대표 공약 중 하나인 ‘21분 콤팩트 도시’를 주요 공약을 내놓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파리, 뉴욕, 멜버른, 디트로이트, 오타와, 밀라노, 시애틀 같은 해외 선진도시들이 15분 도시, 20분 도시 조성을 시작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9분 도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슈퍼 블록’을 만들어 차의 진입을 막았더니 소상공인 상권이 살아나고 탄소 배출량이 40% 이상 줄었다. 21분 도시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소상공인 상권을 살리고 궁극적으로 교통량을 줄여 탄소 배출량이 적은 생태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민과 공감하면서 장단기 도시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21분 도시’는 세계적 추세, 건강한 생태도시 완성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월 2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한양아파트 정문 앞에서 지역추진 현황을 듣고 119대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25개 자치구는 행정 단위고, 21개 콤팩트 도시는 시공간의 생활권 개념이다. 서비스와 생활의 흐름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상권을 살리고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생활권 기반 정책이기 때문에 행정구역 통폐합과는 무관하다. ‘9분 도시’ 바르셀로나, ‘15분 도시’ 파리, ‘20분 도시’ 멜버른처럼 외국에서는 콤팩트 도시가 이미 미래형 도시 서비스 공간개념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코로나19, 환경오염 등 서울시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계획인가.
“21분 도시는 출퇴근(직장), 통학(교육), 병원(보건의료), 쇼핑·여가·산책(문화) 등 대부분의 인프라가 갖춰진 21분 생활권 안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이 안고 있는 도심 집중화로 인한 문제, 부동산 문제, 교통 혼잡과 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까지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21분 도시의 목표는 건강한 생태도시 서울을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그린’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서울시 녹지비율을 4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약속도 한 바 있다”
-공공뿐 아니라 민간부문을 포함해 반값아파트 30만호 공급을 공약했다. 국유지와 사유지에 토지임대부로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우상호 의원 등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검토 보고서를 보면 강북의 대규모 공공주택 단지를 다 개발해도 3000세대밖에 나오지 않는다. 용적률을 올린다고 30만호 공급이 가능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공공주택 부지는 생각보다 많다. 정부에서도 2‧4대책을 통해 서울에서만 분당신도시의 3배, 강남 3구에 필적하는 32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선 30년 이상 된 낡은 공공임대주택 단지 재건축을 시작으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역세권 고밀도 개발, 준공업지역 정비를 통해 충분히 공급물량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서울의 강서·성동·강남의 물재생센터 부지도 주택용지로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밖에 강조하고 싶은 공약이 있나.
“직장생활을 40년 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느낀 문제가 여성의 경력단절이다. 지금까지는 경력이 단절된 후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에 주력했는데, 그보다는 경력단절이 없도록 예방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고, 육아휴직을 엄마, 아빠가 모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 조정, 재택근무 등 다양하고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여성기업인이 생산하는 제품을 서울시가 우선 구매하는 공공구매 제도를 확대해 여성이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 무엇보다 24시간 전 방위로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
푸근하고 강단 있는 ‘엄마 리더십’ 발휘할 것
-스스로 평가하기에 야당 후보보다 나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 유일하게 국무위원으로서의 행정 경험을 갖췄고, 성과로 능력을 입증한 후보다. 중앙정부 및 집권여당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서울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울 시정을 잘 풀어갈 힘 있는 여당 후보다. 방송국 경제부장, 국회 기획재정위원 등을 거쳐 굥제를 가장 잘 아는 후보다. 또한 도시지리학 전공자로서 도시의 역사적 연원과 공간구조, 지역과 공동체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생각인가.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 맨 마지막 구절에 ‘여성다움이 우리를 인도한다’는 대목이 있다. 여성다움이 이 세상을 이끌고, 대전환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 돼 푸근하고 강단 있는 ‘엄마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다. 재벌개혁과 검찰개혁 등 권력의 핵심을 개혁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민주화,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지원, 4차 산업혁명 관련 벤처 일자리 확대와 같은 민생 해결사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일할 때는 과감하게 추진하되 모두가 행복한 서울을 위해 경청하고 포용하는 엄마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봄과 같은 시장이 되어 고단한 시민들 마음속에 희망의 봄꽃을 피우겠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영상] 다른 듯 닮은 트로트 듀오 ‘두 자매’ 김희진·윤서령
“2025~2026년 강원 방문의 해, 관광 역사 새롭게 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