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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뜨고 제주맥주 飛上…오비도 ‘투명병’ 택했다

[유통 인사이드] 불붙은 맥주전쟁, 병 ‘색깔’ 바꾸다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테라 뜨고 제주맥주 飛上…오비도 ‘투명병’ 택했다

  • ● 갈색병 버린 오비맥주 ‘올 뉴 카스’
    ● 녹색병 ‘한맥’도 ‘테라’ 의식?
    ● 점유율 40%대 진입 하이트진로
    ● 코스닥까지 폭풍질주 제주맥주
3월 12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에서 배하준(Ben Verhaert) 오비맥주 대표가 투명병에 담긴 ‘올 뉴 카스’를 소개하고 있다. [오비맥주 제공]

3월 12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에서 배하준(Ben Verhaert) 오비맥주 대표가 투명병에 담긴 ‘올 뉴 카스’를 소개하고 있다. [오비맥주 제공]

국산 맥주의 ‘색’이 바뀌고 있다. 제품 포장 색깔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제조법이나 맛도 개성 있게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에는 국산 맥주라고 하면 뭘 먹어도 비슷하다는 편견이 소비자의 인식에 굳게 자리 잡아 있었다. 포장도 ‘갈색병’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국내 맥주업계 1위 업체인 오비맥주는 지난 3월 12일 ‘올 뉴 카스’라는 투명한 맥주병 신제품을 내놨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비맥주의 주력 브랜드인 카스를 리뉴얼해 내놓은 제품이다. 기존 갈색병을 투명병으로 바꿨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품 포장뿐만 아니라 원재료와 제조 공법 등 다양한 요소에 변화를 줬다는 게 오비맥주 측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오비맥주가 카스를 투명병에 담았다는 점에 다양한 전략이 함축돼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제품의 포장을 바꿨을 뿐 아니라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에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는 분석이다.


오비맥주의 두 가지 전략?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테라’ 생산라인. [하이트진로 제공]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테라’ 생산라인. [하이트진로 제공]

그간 국내에는 투명병 맥주 제품이 드물었다. 직사광선 노출 우려 때문이다. 일반적인 맥주는 빛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맛이 변할 수 있다. 그간 국산 맥주업계가 갈색병을 고집해온 이유다. 

다만 맥주를 투명병으로 만드는 게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맥주 원료인 홉을 특수 처리하는 방식으로 빛에 노출돼도 변질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실제 오비맥주는 지난 1995년 카프리라는 제품을 투명 유리병으로 출시해 지금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에 쓰인 기술을 카스에 적용한 셈이다. 오비맥주는 올 상반기 내에 카스 병을 전량 투명병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주목해야 할 점은 오비맥주가 굳이 왜 이 시점에 카스를 투명병에 담았냐는 점이다. 카스는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국산 맥주 브랜드다. 2011년 이후 1위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켜왔다. 투명병에 맥주를 담는 기술은 있지만, 굳이 카스에 이를 적용할 필요는 없던 이유다. 이런 제품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는 것은 리스크만 클 수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를 의식한 전략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앞서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녹색병에 담아 출시하면서 기존 국산 맥주들과 차별화하자 카스 역시 ‘색’을 바꿨다는 해석이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앞서 오비맥주는 올 초 ‘한맥(HANMAC)’이라는 맥주 신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한맥은 한국적인 맛을 구현하기 위해 100% 국산 쌀을 사용해 만들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 제품을 녹색병에 담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역시 테라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결국 오비맥주는 테라의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쓴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한맥이라는 신제품을 테라와 비슷한 녹색병에 담았다. 이렇게 되면 국산 맥주 중 테라만 녹색병이라는 차별성이 희석될 수 있다. 그러면서 카스를 투명병에 넣어 여타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오비맥주가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은 최근 국내 맥주 시장에 심상치 않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기존 30%가량에서 지난해 40%대 초반으로 상승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수년간 점유율 50~60%대를 유지했던 오비맥주의 경우 40%~50%대로 낮아진 것으로 여겨진다.


순매출액 215억 원 제주맥주

제주맥주가 내놓는 ‘제주위트에일’. [제주맥주 제공]

제주맥주가 내놓는 ‘제주위트에일’. [제주맥주 제공]

이런 와중에 다른 한쪽에서는 신생 국산 맥주 업체가 가파르게 성장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바로 제주맥주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5년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가 미국의 유명 수제맥주사인 ‘브루클린브루어리’와 합작해 만든 기업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17년 맥주 제조 면허를 등록한 뒤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등을 출시해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제주맥주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주세를 제외한 매출인 ‘순매출액’ 기준으로 지난 2017년 17억 원에서 2020년 215억 원가량으로 성장했다. 제주맥주는 또 수제맥주 업계 처음으로 국내 5대 편의점에서 모두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기업이기도 하다. 

제주맥주는 특히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월 제주맥주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하면서 파란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 심사는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앞서 한국거래소가 기업의 상장 자격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제주맥주는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투자를 확대해 ‘국내 4대 맥주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와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맥주 시장 경쟁이 격화하면서 결과적으로 국산 맥주 제품들이 다양화하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나쁠 게 없다. 

국내 주류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에 이어 수제맥주 시장까지 성장하면서 맥주라고 하면 무조건 국산만 찾던 인식이 점차 줄고 있다”며 “국산 맥주 브랜드들도 제각각 차별화한 경쟁력을 갖출 필요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아 2021년 4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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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Opinion Leader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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