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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모히토’ 부럽지 않은 ‘보드카 우롱차’ 만들기 [김민경 ‘맛 이야기’]

  • 글‧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몰디브 모히토’ 부럽지 않은 ‘보드카 우롱차’ 만들기 [김민경 ‘맛 이야기’]

마흔 넘어 ‘음파음파’부터 배워 겨우 헤엄치기에 익숙해지던 지난 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수영장이 문을 닫았다. 몇 달이면 지나갈 줄 알았던 바이러스 여파는 지금까지도 면전에서 우리를 괴롭히지만 여러 조치와 수칙 변경을 거쳐 다행히 다시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더위 덕에 쉬어가는 여름날을 위한 차 음료

오랜만에 아침 6시께 일어나 수영장에 갔다. 1년 반이나 헤엄을 잊고 지낸 내가 다시 물에 뜨기나 할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고맙게도 몸은 잊지 않고 있었다. 단 편도 25m, 왕복 50m의 거리가 작년 겨울보다 몇 배는 길게 다가왔다.

땅에서의 25m는 한 발로 뛰어도 웃으며 갈 수 있는 거리다. 물속에서는 다르다. 숨이 차는 순간 한쪽 벽에 도착하면 이제 그만 발을 땅에 내리고 싶어진다. 팔 한 쪽, 다리 하나도 더 이상 휘저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눈을 질끈 감고, 일단 벽을 차고 다시 ‘길’을 나서면 어떻게든 도착하게 된다. 2021년이 내게 그랬던 것 같다. 매달, 매주, 매일을 눈 질끈 감고 출발과 도착을 반복하니 어느새 6개월을 달려와 여름에 서 있다. 여름은 ‘더위에 힘들라’고 있는 계절이 아니라 ‘더위 덕에 쉬라’고 있는 때다.

여름 휴식에 꼭 곁들이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골라 보면 ‘차(tea)’가 떠오른다. 봄의 노곤함을 깨우고, 가을의 스산함을 달래고, 겨울의 냉기를 밀어내는 차도 좋지만 한여름의 적막하고 나른한 순간에 마시는 차 또한 남다르다. 차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은 물론 좋다. 차라는 바탕에 다양한 재료를 섞어 즐기는 ‘차 음료’의 즐거움도 따로 있다.

집에서 만드는 간편 밀크티 레시피

진하게 우린 우롱차에 시원한 우유를 부어 만드는 ‘우롱 밀크티’(왼쪽). 불그스름하면서 맑고 시원한 색이 아름다운 ‘다즐링 소이 밀크티’.

진하게 우린 우롱차에 시원한 우유를 부어 만드는 ‘우롱 밀크티’(왼쪽). 불그스름하면서 맑고 시원한 색이 아름다운 ‘다즐링 소이 밀크티’.

진하게 우린 차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밀크티’는 모두에게 사랑 받는 고전 차 음료다.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녹차 같은 맛이 나되 더 부드러운 ‘우롱차’를 구해 뜨겁고 진하게 내린다. 큰 유리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시원한 우유를 붓는다. 여기에 우린 차를 사르르 붓는다. 차는 우유보다 가벼워 위쪽에 뜨며, 천천히 우유와 섞여 간다. 그림 같은 그 풍경을 바라보는 일조차 즐겁다. 우유를 섞은 우롱차는 딸기 시럽과 잘 어울린다.



두유로 밀크티를 만들고 싶을 때는 홍차 종류인 다즐링이 좋다. 다즐링은 봄, 여름, 가을에 수확한다. 때에 따라 풍미가 다르다. 여름에 딴 차에서는 박력 넘치고 진한 맛이 우러나니 두유, 아몬드 밀크 등과 섞어 밀크티로 즐기려면 여름(Second Flush) 다즐링을 찾아보자. 불그스름하면서 맑고 시원한 색이 참 아름답다.

다즐링은 새콤한 과일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여름귤, 라임, 오렌지, 레몬 등을 준비해 작고 얇게 썬다. 잔에 얼음과 과일을 번갈아 넣고 다즐링을 부어 마신다. 이때 과일을 작게 잘라 넣을수록 즙과 향이 차에 잘 우러나 한결 맛이 좋아진다.

유리잔에 오렌지 조각과 얼음을 채우고, 차갑게 식힌 철관음 차와 탄산수를 부어 만든 ‘오렌지 철관음 스쿼시’.

유리잔에 오렌지 조각과 얼음을 채우고, 차갑게 식힌 철관음 차와 탄산수를 부어 만든 ‘오렌지 철관음 스쿼시’.

복숭아향이 나는 온화한 차 ‘철관음’엔 산뜻한 시트러스류 과일을 곁들이자. 잔에 얇고 작게 썬 오렌지 조각과 얼음을 번갈아가며 가득 채우고, 차갑게 식힌 철관음 차와 탄산수를 함께 부어 시원하게 즐긴다. 여름 과일의 복합적인 향, 오렌지의 산뜻한 맛, 탄산이 어우러져 개운함과 싱그러움을 한꺼번에 마실 수 있다.

열대야 잊게 해줄 차와 술의 만남

꽁꽁 얼린 수박을 빙수처럼 간 뒤 재스민차를 부어 만든 ‘수박 눈꽃빙수 재스민’(왼쪽). 재스민차에 매실주를 조금 더하고 얼음 동동 띄워 만든 ‘재스민 매실주’.

꽁꽁 얼린 수박을 빙수처럼 간 뒤 재스민차를 부어 만든 ‘수박 눈꽃빙수 재스민’(왼쪽). 재스민차에 매실주를 조금 더하고 얼음 동동 띄워 만든 ‘재스민 매실주’.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흔들어 깨우고 싶다면 민트와 재스민차를 활용한다. 민트 잎 한 줌에 설탕을 한 작은 술 정도 넣고 으깬다. 알코올 음료 모히토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여기에 키위 한 개를 통째로 넣고 골고루 으깬다. 잔에 으깬 키위와 민트 잎을 담고 얼음과 재스민차를 채워 마신다. 민트 향이 가슴 깊이 청명한 바람을 불어 넣어주고, 키위의 새콤달콤한 맛은 향긋한 재스민차와 어우러져 입을 즐겁게 한다.

우롱차도 청포도, 레몬즙과 섞어 곱게 갈아 얼음을 곁들여 먹으면 맛있다. 좀 더 시원하게 즐기고 싶다면 청포도를 꽁꽁 얼려 우롱차, 레몬즙을 넣고 ‘슬러시’처럼 갈아낸다. 수박을 꽁꽁 얼려 빙수처럼 간 뒤 재스민차를 조금씩 부어 즐겨도 좋다. 오렌지즙으로 빙수를 만들었다면 얼그레이를 곁들이면 된다.
과일 자체를 먹는 차 음료도 있다. 화이트 와인과 설탕을 2:1 비율로 준비한다. 와인을 살짝 끓여 알코올을 날린 뒤 따뜻할 때 설탕을 넣어 녹인다. 이렇게 만든 화이트 와인 시럽에 수박, 키위, 사과, 망고, 키위 등 각종 과일을 작게 잘라 담가서 절인다. 이 과일을 잔에 넣고, 입자가 고운 얼음과 우롱차(특히 동방미인 차라면 좋겠다)를 넣어 마시면 좋다. 해질 무렵이라면 여기에 보드카나 진을 살짝 섞어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잠들지 못하는 더운 밤에는 재스민차를 진하게 우려 매실주 조금, 얼음 동동 띄워 한 손에 들고 좋은 책, 재미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좋겠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 끝날 것 같지 않은 전염병 틈바구니일지라도 ‘차 한 잔’ 정도는 누릴 틈이 분명 있다. 지금 5분 멈춘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여기 잠깐 앉아 차 한 잔 해요.

#홈카페 #다즐링 #재스민 #밀크티 #신동아

사진‧‘차로 만드는 카페 음료’ 팬앤펜출판사ⓒ2021



신동아 2021년 7월호

글‧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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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모히토’ 부럽지 않은 ‘보드카 우롱차’ 만들기 [김민경 ‘맛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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