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유래들
긴 원통 모양 ‘하이볼’ 잔에 담긴 칵테일. 하이볼은 술과 탄산음료를 섞어 만든 알코올 음료의 통칭이다. [Gettyimage]
먼저 19세기 미국 철도 역무원이 공을 사용해 기관사와 소통한 데서 유래했다는 의견이 있다. 당시 철도 교차로에는 높은 기둥을 세우고 공을 매달아뒀다고 한다. 기관사는 그걸 보고 공이 올라가 있으면 해당 역을 정차 없이 통과했다. 공이 내려가 있으면 기차를 멈췄다. 이 공을 올릴 때 역무원이 ‘하이볼’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당시 역무원을 포함해 승객들이 기차를 기다리며 즐겨 마시던 술이 위스키에 탄산을 섞은 음료라 거기에 하이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얘기다.
기차에 얽힌 설은 또 있다. 옛날 증기기관차는 속도를 올리면 보일러 압력이 올라갔다. 기차 안에 그 정도를 보여주는 ‘공(ball‧볼)’이 있었다. 기차 속도가 높아져 보일러 압력이 올라가면 공이 위로 치솟았다. 그걸 하이볼이라고 했다. 당시 기차 식당 칸에서는 ‘하이볼링’ 상황에서 차체가 심하게 흔들려도 음료가 넘치지 않도록 깊은 유리잔에 음료를 담아 승객에게 건넸다. 그 잔이 하이볼이라 불렸고, 자연스레 거기 즐겨 담아낸 알코올성 음료 이름 또한 하이볼이 됐다고 한다.
이 외에 스코틀랜드의 어느 골프장 클럽하우스에 대한 얘기도 있다. 거기서 사람들이 위스키에 탄산음료를 섞은 색다른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마침 그때 필드에서 높이 치솟은 공이 클럽하우스로 날아 들어왔다고 한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하이볼’이라고 외친 게 자연스레 음료 이름이 됐다는 것. 어떤 이는 위스키에 섞은 탄산음료 기포가 보글보글 위로 올라가는 모양 때문에 하이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큼직한 잔에 찰랑찰랑 채워 마시는 하이볼
하이볼에 얇게 썬 레몬이나 오렌지 껍질 등을 더하면 더욱 산뜻하게 즐길 수 있다. [Gettyimage]
하이볼은 집에서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큼직한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운다. 이때 알이 자잘한 얼음보다는 크고 굵은 걸 넣는 게 좋다. 그래야 하이볼 맛이 쉬 묽어지지 않아 오래 음미할 수 있다.
얼음 위에 위스키 등 술을 먼저 부은 다음 얼음 사이사이를 메우듯 탄산음료를 살살 부어 잔을 채운다. 알코올과 탄산음료 비율은 1:3이 좋다. 좀 취하고 싶은 날엔 3:7, 술맛이 버거울 때는 2:8 정도로 조절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얇게 썬 레몬이나, 오렌지 껍질 등을 넣어 산뜻함과 향을 더하고 가볍게 저어 마신다.
하이볼을 만들 때 내가 즐겨 사용하는 술은 버번위스키 ‘짐빔’이다. 기분을 돋우고 싶은 날에는 핸드릭스, 취하고 싶은 날에는 데킬라, 생각이 많은 날엔 발렌타인을 집어 든다. 여기에 섞는 음료는 토닉워터와 달지 않은 탄산수다. 진저에일도 즐겨 넣는다.
조만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고량주 하이볼이다. 하이볼은 무척 유연하고 포용력이 좋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술로 가볍게 시작해보면 좋겠다.
럼과 콜라를 섞어 만든 하이볼. 하이볼을 만들 때 알이 굵은 얼음을 넣으면 술을 좀 더 오래 음미할 수 있다. [Getty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