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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이라고? 증오 선동하는 단체기합 통치술!

[노정태의 뷰파인더㊶]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타난 文 권력사용법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K-방역이라고? 증오 선동하는 단체기합 통치술!

  • ● 단체기합은 왜 인간성을 말살하나
    ● ‘고문관’ 찾기, 동료 간 미움 조장
    ● 방역 핑계로 연좌제까지 쓴다?
    ● ‘컨트롤 타워’ 文이 비난 피하는 방식
    ● 정의롭지 못한 국가, 강도떼와 같아
뷰파인더는 1983년생 필자가 진영 논리와 묵은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시대 진단서’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2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 회의’에서 발언을 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5월 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2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 회의’에서 발언을 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1983년생인 필자와 그 윗세대는 학창 시절 수많은 단체기합을 받고 자란 세대다. 필자 세대에서는 학교에서 학생에게 벌점을 주는 식으로 통솔한다는 개념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한 사람이 잘못하면 분단 전체가, 혹은 교실 전체가 혼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요즘 젊은 세대나 청소년들은 ‘가짜사나이’ 같은 예능에서나 봤을 단체기합이 불과 10여 년 전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학창시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이었다.

40대, 더 나아가 30대 후반까지 포괄하는 세대는 유독 문재인 정권에 우호적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한국 보수 세력에는 적대적이다. 그 이유를 한 두 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놓고 볼 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단체기합을 받으며 자란 세대는 보수 정치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제 잔재와 보수정치

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회과학’이라 분류되는 책을 적잖이 읽고 자랐다. 그 내용은 책과 저자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깔고 있는 전제가 있었다. 그 전제란 이렇게 요약 가능하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온갖 사회적 병폐는 근대의 산물이다. 경제 개발과 북한과의 체제 경쟁을 위해 ‘조국 근대화’를 추구했던 박정희는 그러므로 그 모든 병폐를 가져온 ‘슈퍼 전파자’다. 게다가 박정희는 일제시대에 만주에서 관동군 장교로 복무한 바 있다. 박정희 그 자체가 일제 잔재이며 그러니 소탕해야 마땅하다.”

나와 내 윗세대가 치를 떠는 단체기합의 정체가 무엇인가. 군대에서 받는 기합, 얼차려 따위가 아니던가. 이를테면 이런 인식이다. “세상의 모든 나쁜 것이 군대로부터 나왔고, 한국군은 만주 관동군 출신들이 꽉 잡은 조직이며, 따라서 단체기합은 일제 잔재이며 소탕해야 마땅하다. 군인 출신 대통령을 자신들의 근본으로 삼고 있는 보수 정치권은 단체기합을 주는 나쁜 놈들이다. 나는 저 나쁜 놈들이 권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찍을 뿐이지, 민주당을 ‘묻지마 지지’하는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층)과는 다르다.”



이것은 필자와 비슷하거나 좀 더 나이 많은 세대에 흔히 퍼져 있는 정치적 사고의 패턴을 요약한 것이다. 모든 40대가 그렇다고 장담할 수야 물론 없다. 하지만 어떤, 혹은 많은 40대는 현재의 보수 정치권을 단체기합 주는 꼴통 학교 선생이나 자신이 군대에서 만났던 말 안 통하는 윗사람과 등치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당 혹은 청와대에서 그 어떤 추문과 ‘내로남불’이 터져 나온다 해도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런 사고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역사를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학창시절 및 군 시절 경험을 사회 일반에 지나치게 확장한다는 점에서 자기중심적인, 따라서 유치한 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시각에도 분명 귀담아 들을 대목이 있다. 2021년 현재 당연하게 여겨져야 할 현대 사회의 규칙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강압적 폭력 행사하는 자

단체기합은 왜 나쁜가. 첫째, 잘못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책임을 뒤집어씌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안에 대해서만, 딱 잘못한 만큼만 벌을 받아야 한다. 이는 비단 단체기합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근대 형사법 체계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연좌제 금지가 바로 이 원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혹은 다른 가족이 어떤 죄를 저질렀건 그 범죄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한 가족이나 친지에게 죄를 물어서는 안 된다. 단체기합은 이런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좋게 볼 수가 없는 훈육 방식이다.

둘째, 처벌이 예측 가능하지 않게 만든다. 집단 얼차려를 받을 때는 언제나 ‘마지막 구호 붙이지 않기’ 따위 규칙이 따라붙는다. 그러면 누군가 실수를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전체 인원이 받는 기합의 양이 달라진다. 이 또한 상식적으로 볼 때 전혀 납득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영국의 귀족들은 대헌장(마그나 카르타)을 만들 때 국왕에게 죄형법정주의를 요구했다. 어떤 행위가 어떻게 범죄가 되는지, 그리고 그 각각의 범죄에 따라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미리 정해져 있고 그것을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법은 법으로서 정당성을 지닌다. 반면 단체기합은 ‘여러분이 하는 행동에 따라서 본 교관은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소리 지르는 교관과, 그 교관이 만들어낸 자의적인 엉터리 규칙, 그리고 그것을 지키지 못해 ‘삑사리’를 내는 누군가의 실수에 따라 처벌의 내용과 수준이 달라진다. 상식적인 사회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셋째, 같이 기합을 받는 구성원이 서로를 증오하게 만든다. 단체기합을 받다보면 누군가는 고문관이 된다. ‘마지막 동작에 구호 붙이지 않기’ 따위 이상한 규칙을 틀리는 일이 곧잘 발생한다. 그렇게 누군가 실수를 하고 다른 사람이 모두 ‘연대책임’을 지다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비합리적인 단체기합을 강요하는 것은 교관 내지 선생인데, 시달리고 있는 훈련병 혹은 학생들은 교관이나 선생이 아니라 실수한 동료를 향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우리가 다 고생하고 있잖아’ 이런 분위기에서 졸지에 ‘고문관’이 된 사람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낀다. 즉 단체기합은 강압적 폭력을 행사하는 자의 책임을 감추고, 대신 가장 어리석고 둔한 누군가에게 증오의 화살을 돌리게 만드는, 인간성 말살 기계인 것이다.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국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든 지 1년 반 정도 지났다. 온 국민은 단체기합을 받는 중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그렇다. 적나라하게 말해보자. 문재인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K방역’이라 떠벌이는 것의 본질은 단체기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재인은 방역을 핑계로 엉뚱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 설계와 집행으로 국민을 불안과 스트레스에 빠뜨리면서, 결국 국민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전국에는 2주간에 걸친 특별방역 점검기간이 시행중이다. 지난 6월 29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 감염 사례를 분석하면 방역 긴장도가 떨어져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거나 유증상 상태에서 바로 검사받지 않는 경우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높은 업종을 대상으로 특별히 더 경계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내용이다. 여러 가지 행정적 지시 사항이 전달되는 가운데, 권 장관은 이런 말을 덧붙였다.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과태료 등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라도 수긍할 만하다.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방역수칙 위반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해당 지역의 동일 업종 전체에 대한 운영제한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처음 이 내용을 뉴스를 통해 읽었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정 업소가 방역수칙을 반복적으로 위반한다 해서, 해당 지역 동일 업종 전체에 대해 운영제한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이걸 세 글자로 하면 ‘연좌제’요, 네 글자로 하면 ‘단체기합’이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권 장관은 빨간 모자 대신 노란색 방역 점퍼를 입은 채, 자영업자들을 향해 ‘자꾸 구호 틀리고 그러면 전원 연병장 다섯 바퀴 돈다’고 말하고 있던 셈이다.

 6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내일부터 6명 모임 가능’이라고 쓴 안내문에 ×표를 치고 있다. 당초 7월 1일 수도권의 모임 제한 인원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1주일 연기됐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6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주인이 ‘내일부터 6명 모임 가능’이라고 쓴 안내문에 ×표를 치고 있다. 당초 7월 1일 수도권의 모임 제한 인원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1주일 연기됐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권 장관의 발표가 나온 것은 6월 28일. 이틀 후인 6월 30일에는 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7월 1일부터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밤 10시 이후 음식점과 카페 영업 금지 등의 제한 조치가 완화될 예정이었다. 긴 코로나19 시기를 힘겹게 보내고 있던 자영업자들은 달력이 넘어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미리 재료도 주문하고 일손이 부족한 곳은 단기 아르바이트도 고용했다. 평범한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로, 그동안 인원수 제한에 부딪쳐 만날 수 없었던 이들과 약속을 잡고 식당에 예약을 하며 들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재인 정권은 그 기대를 단번에 뒤집었다. 7월 2일 0시 기준 확진자가 826명까지 치솟았으니 어떤 면에서는 불가항력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잘 따져보면 그렇게 옹호할 수만은 없는 사안이다. 6월 중순부터 확진자 수가 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7월이 오면 모여서 먹고 마실 수 있다’는 희망찬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았던지, 자영업자들이 손님맞이 준비를 하도록 수수방관했다. 그리고 7월 1일이 되기 불과 여덟 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6월과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소 일주일 연장한다고.

이번엔 누가 ‘고문관’으로 찍힐까

자영업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기분이 들까. ‘운동장 세 바퀴 돌아’라는 말을 듣고 죽어라 뛰었는데, 뒷짐 지고 배 나온 교련 선생이 이런 소리를 하는 꼴이다. ‘너희들 태도가 불량해. 아직 반성하는 기색이 안 보여. 두 바퀴 더 뛰어!’

자영업자에게 이건 장사 준비를 했다가 엎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자영업자로서 생사가 오가는 문제다. 마치 단체기합이 그렇듯, 문재인 정권의 ‘K방역’에는 일말의 합리적 예측가능성조차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그 정서적 피해는 국민들 스스로가 뒤집어쓰고 있다. 국민들끼리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며 책임을 묻게 만들어서, ‘컨트롤 타워’인 문 대통령이 비난을 피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갓 퍼지며 맹위를 떨칠 무렵, 대구를 중심으로 특정 교회 신도 감염자가 폭증하던 무렵을 잠시 떠올려보면 무슨 말인지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콕 찍어 욕할 수 있는 대상이 자신들의 지지층이 아닐 때, 문재인 정권은 너무도 쉽게 국민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이번 확진자 증가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으면 이제는 또 누가 ‘고문관’으로 찍힐까. ‘저 고문관 때문에 너희가 다 고생하는 거 알지? 자, 다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실시!’

예측 가능하지 않은 권력, 정책의 스트레스를 특정 계층에게만 전가하는 권력, 국민이 서로를 불신하고 미워하게 만드는 권력은, 그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정의롭지 않다. 정의롭지 못한 국가는 강도떼와 다를 바 없다.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론’에서 한 말이다. 문득 저 명언을 곱씹게 된다. 어서 이 지긋지긋한 단체기합이 끝나고 우리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코로나19 #K방역 #사회적거리두기 #자영업 #신동아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신동아 2021년 7월호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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