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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점액이 마르면 면역력 떨어지는 이유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대추, 더덕, 황기, 오미자로 윤기 있는 젊음을…

  •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몸에 점액이 마르면 면역력 떨어지는 이유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우리 몸에는 코와 입에서 시작해 식도, 위장,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는 긴 관이 있다. 천기(天氣)와 지기(地氣)가 지나가는 이 공간에 점액이 부족해지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GettyImage]

우리 몸에는 코와 입에서 시작해 식도, 위장,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는 긴 관이 있다. 천기(天氣)와 지기(地氣)가 지나가는 이 공간에 점액이 부족해지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GettyImage]

어릴 적 필자 할머니 댁에서는 소를 키웠다. 여물을 쑤느라 큰 가마솥을 걸어둔 아궁이에 쉼 없이 불을 땠다. 그 열기로 덥히는 안방에는 증조할머니가 계셨다. 집에서 가장 따뜻한 방이었던지라, 겨울에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자주 그 방에 기어들어 갔다. 그럴 때마다 증조할머니는 입이 마를 때 드시던 박하사탕이나 엿을 주시며 나를 예뻐해 주셨다. 아기였던 필자 눈에는 할머니의 자글자글한 주름이 신기해 맨날 할머니 볼을 만지작댔다. 다른 가족은 주름진 할머니와 거리낌 없이 노는 내 모습이 퍽 신기했다고 한다.

흔히 탄력 있고 좋은 피부를 보고 ‘아기 피부’ 같다고 한다. 주름지고 마른 피부는 노화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이 흐름을 거슬러 미모를 유지하고자 우리는 피부 관리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지만 정작 건강을 유지해 주는 ‘몸 안의 피부’는 잊곤 한다. 바로 점막과 그곳에서 분비되는 점액이다.

사람 몸은 도넛처럼 가운데가 뻥 뚫린 구조다. 우리 몸을 보면 코와 입에서 시작해 식도, 위장, 소장, 대장, 항문에 이르는 긴 관이 있다. 바깥 세계와 연결된 이 공간으로 외부 자연에서 유입된 천기(天氣, 공기)와 지기(地氣, 음식물)가 지나간다. 사람은 이것을 통해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얻는다. 허준 선생이 강조한 ‘천인상응(天人相應·자연과 사람이 깊이 연관돼 있다)’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는 이 과정에 꼭 필요한 매개체가 점막과 점액이다.

면역의 핵심 구실 담당하는 점막과 점액

점막은 체내에서 외부와 맞닿아 있는 호흡기관, 소화기관, 비뇨생식기 등의 내벽을 뒤덮고 있는 부드러운 조직이다. 항상 끈적끈적한 점액에 덮여 있다. 점막은 점액을 분비하고, 외부 물질을 흡수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우리는 외부 물질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단, 독이 되는 물질은 걸러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면역이라고 한다.

점액은 점막을 덮는 끈끈한 분비물로 면역에서 큰 구실을 담당한다. 점액 구성성분은 단순한 물이 아니다. 살균 성분을 지닌 리소자임, 면역 글로불린, 점성을 주는 뮤신 등을 함유하고 있다. 이 물질이 자연 면역의 최전선에서 우리 몸을 감싸고 방어한다. 손이 더러워지면 씻어내듯, 쉴 새 없이 새로운 점액이 흘러나와 미생물이나 유해한 화학 물질이 묻거나 침입하는 걸 방지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점액을 진액(津液)이라고 한다. 인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 및 면역 물질이 함유된 기름기 있는 물을 뜻한다. 흔히 말하는 ‘진이 다 빠졌다’라는 말은 우리 몸을 유지해 주는 기초 물질이 다할 정도로 지치고 힘이 없다는 의미다.

나이가 들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쭈글쭈글해지는 데서 알 수 있듯 우리 몸 안의 수분이 빠진다. 점액 또한 점점 부족해진다. 점액을 분비하는 술잔세포는 성숙 단계에서 만들어놓은 물질을 쏟아낸 뒤 생성사멸을 반복한다. 나이가 들수록 몸속 세포 기능이 약해지며, 술잔세포가 잘 자라지 않아 점액 분비 또한 줄어든다. 그 결과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이 호흡기와 소화기다.

호흡기계의 첫 관문인 코는 숨을 쉴 때마다 들어오는 20만 가지 이상의 이물질을 막아내는 인체 방어의 최전선이다. 코털이 일차적으로 방풍림 구실을 한다. 큰 입자를 중심으로 30% 정도를 방어한다. 나머지 70%의 알레르겐(알레르기성 질환의 원인물질), 미세물질, 바이러스 등은 점액이 방어한다. 만약 점액이 말라 있으면 섬모운동과 면역기능이 떨어져 바이러스와 세균이 우리 몸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

점액 부족이 야기하는 소화기 질환

점액의 윤활 기능이 떨어지면 냄새 입자를 제대로 녹여내지 못해 후각 기능도 감퇴한다. 또 코에서 목 뒤로 넘어가는 가래가 매끄럽게 위장에 도달하지 못하고 중간에 달라붙는 후비루(後鼻淚) 증상도 생긴다. 점액이 점막을 보호하지 못하면 공기 와류로 과민해진 점막이 잦은 기침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점액은 소화기계 작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위장의 점액은 위액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점액층의 보호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면 강한 위산이 위벽에 상처를 입혀 위염이 생길 수 있다. 위산이 인후로 역류하면 역류성식도염의 원인이 된다. 이외에도 점액은 식도를 통과하는 음식물의 윤활제이고, 대장과 소장에서 독소와 세균에 의해 장 점막이 자극받아 염증이 생기는 것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보호장치 없이 장 점막에 자극이 계속되면 대장 용종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 또한 결막에서 나오는 점액과 눈꺼풀 마이봄선에서 분비하는 기름 성분의 조합이다. 눈물이 부족하면 안구 운동이 뻑뻑해져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안구건조증이 유발될 수 있다. 또 남성 및 여성의 생식기 점액이 부족해지면 성관계에 어려움이 생긴다. 나아가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노인 환자를 진료하면 점액 부족으로 인한 증상을 수시로 마주치게 된다. 이때는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표치(表治)보다 근본 치료(本治)에 집중한다. 점액 생산을 좌우하는 건 위장 건강이다. 예로부터 위장의 역할을 부숙수곡(腐熟水穀)이라 했다. 물과 음식(水穀)을 삭히고(腐) 쪄서(熟) 맑은 것은 전신의 점액 성분을 보충하고 탁한 것은 대장을 통해 배출한다는 의미다.

노인들 위장 기능 개선에 특효약은 대추다. ‘본초강목’에서 대추는 부족한 경락과 비장(脾)을 보충하고 위장 기운(胃氣)을 평안하게 하며 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했다. 말린 대추의 씨를 빼고 분말을 만들어 생강가루를 조금 섞어서 끓여 마시면 위장이 튼튼해진다. 이외에 더덕, 황기, 맥문동을 차로 마시거나 새콤한 오미자, 매실 등을 섭취하는 것도 위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위장 기능 개선엔 대추가 특효약

말린 대추가루에 생강가루를 섞어 끓여 마시면 위장이 튼튼해진다. 위장 건강은 점액 생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GettyImage]

말린 대추가루에 생강가루를 섞어 끓여 마시면 위장이 튼튼해진다. 위장 건강은 점액 생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GettyImage]

최근 들어 젊은 사람 중에서도 점액 부족 문제를 호소하는 이가 급격히 늘고 있다. 과거 비염 환자는 대부분 누렇고 찐득한 콧물이 나오는 축농증을 앓았는데. 최근에는 점액의 과민반응으로 인해 반응성 콧물이 쏟아지는 알르레기성 비염 환자가 많다. 또 점액 부족으로 코가 늘 마르고, 답답함에 킁킁거리는 과정에서 목에 가래가 달라붙는 위축성 비염과 후비루를 호소하는 환자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안구건조증으로 인공눈물을 달고 사는 것은 일상 풍경이 됐다.

질병 양상이 달라지는 건 생활습관 변화 때문이다. 유해한 환경물질과 미세먼지 등이 한몫을 하지만, 더 주요한 원인은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다. 흔히들 긴장할 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른다고 한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흥분해 점액 분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는 내부의 화를 끌어올리고 몸을 긴장시켜 점액을 마르게 한다. 수면 부족은 야간에 생성되는 점액이 분비될 시간을 주지 않아 우리 몸 점액을 더욱 부족하게 만든다. 특히 커피는 몸을 긴장시키고 수면을 빼앗는 점액 부족의 주적이다.

건강의 기본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다. 이 가운데 ‘잘 먹고, 잘 자는’ 두 가지 명제를 어기면 몸의 균형이 깨져 점액 부족 현상이 생긴다. 진료 경험이 늘어갈수록 건강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저리게 실감한다. 당장 필자부터 칼럼 마감이 늦어져 새벽 2시에 커피를 마시고 있다. 독자들은 일찍 자고, 잘 먹어서 소중한 점액을 잘 지키길 바란다.

#점액 #점막 #축농증 #안구건조증 #젊은한의학 #신동아



신동아 2021년 7월호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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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점액이 마르면 면역력 떨어지는 이유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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