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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책교사 "자영업자 희생 밟고 정규직 일자리 여건만 나아져"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인터뷰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尹정책교사 "자영업자 희생 밟고 정규직 일자리 여건만 나아져"

  • ● 해법 틀린 ‘소주성’으로 비정규직 타격
    ● 자영업자에 단기 금융 지원은 마약
    ● 모두가 불행한 노동 양극화 시장
    ● 노동·기업 개혁 동시에 진행해야
    ● 경직성 완화해 고용 늘리도록 기업 압박해야
    ● 대형 기업 고용 OECD 평균 되면 일자리 200만 개 ↑
    ● 자영업 문제 해결, 중소벤처기업부만으로는 어렵다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은 “노동 개혁과 기업 개혁 없이 자영업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중식 기자]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은 “노동 개혁과 기업 개혁 없이 자영업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중식 기자]

5월 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자영업 문제를 두고 토론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은 원래 거시경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경제정책실장을 지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한 해 경제 상황을 예견해 발행하는 보고서 ‘SERI 경제전망’을 대표 집필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가 2020년 책 ‘자영업이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를 내놨다. 자영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소까지 차렸다.

거시 경제 전망을 통해 1997년 IMF 외환위기·2000년대 초반 가계부채 위기 등 한국 경제의 부침을 경고해 온 권 원장은 자영업이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이라 진단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득주도성장론(소주성)을 들고나왔을 때 자영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정책이 그대로 시행되면 자영업에 미칠 타격이 크겠다고 생각했죠.”

소주성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주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만들어졌지만, 소주성 정책으로 인한 최저임금 상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영업은 지난해 큰 피해를 보았다. 그는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추미애 의원 등이 참석한 강연에서 소주성 정책이 만들어낼 악영향을 경고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소주성은 왜 실패했다고 보나.

“임금을 올리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면 기업 실적이 좋아져 다시 임금이 높아지는 선순환구조를 상정하는 게 소주성의 요체다. 여기엔 전제가 필요하다. 자영업이나 중소기업이 늘어난 임금을 감당할 역량이 있어야 한다. 2019년 기준 한계기업(재무구조 부실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5위다. 영세 자영업자 비율도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늘어나면 해고가 늘어 고용률은 낮아진다. 가계수입이 감소하면 소비가 줄고 다시 기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게 문재인 정부가 소주성에 기반한 정책을 추진한 후 벌어진 현상이다.”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고용자 수도 감소하는 등 자영업자 문제가 계속되자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이전에만 관련 대책을 총 여섯 차례 내놨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금융 지원 등이 뼈대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영세 사업주들의 부담을 완화하려고 고용원에 대한 일자리 지원 자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을 막으려고 정부는 자영업 대책을 내놨는데.

“자영업은 대책(對策)이 아닌 정책(政策)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영업자들에게 금리 2% 미만으로 대출을 해주는 등의 단기적인 금융 지원은 마약과 같다. 대부분 자영업자는 생계의 어려움을 겪으니 저금리 대출을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출금은 결국 빚이다. 지금까지 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본질적인 자영업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 힘들다. 자영업 바깥이 바뀌어야 자영업 위기가 해결될 수 있다.”

“비정규직·자영업 희생 담보로 정규직 권리 신장”

- 외부에 어떤 요인이 있나.

“자영업은 생산성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원인은 노동시장 경직성에서 찾아야 한다. 쉽게 말하면 해고가 어려워 한번 정규직이 되면 회사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가 정규직 시장에 진입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권 원장은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 개혁과 기업 개혁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먼저 노동시장 개혁 이야기를 꺼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경제활동 인구는 약 2700만 명. 이 중 정규직 임금노동자는 1300만 명, 비정규직 임금노동자는 740만 명이다. 이를 제외한 비임금노동자, 즉 자영업자는 660만 명이다. 그의 말이다.

“1987년 이후 전체 경제활동 인구 중 절반이 넘는 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점차 개선돼 왔다. 이는 나머지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의 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다.”
그가 말한 1987년은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6월 민주항쟁은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임금 인상·근로 조건 개선을 외친 7·8·9월 노동자대투쟁의 결과로 노동자의 권리도 크게 신장됐다.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는 이른바 ‘87체제’로 들어섰다.

- 노조가 힘을 얻으며 노동환경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이전 노동자들은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 그 반동으로 나타난 87체제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지난 30여 년간 노조는 착취적 노동 구조를 개선해 왔다. 그런데 정규직 노동자의 상황에만 초점을 뒀다. 그 결과 노동 경직성은 계속 높아지면서 정규직 노동자와 나머지의 벽은 더 공고해졌다.”

-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려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아닌가.

“그렇지만도 않다. 최저임금이 상승해 자영업자가 부담을 느끼면 제일 먼저 아르바이트생부터 해고한다. 비정규직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이다. 가령,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 165만 명에서 2020년 137만 명으로 줄었다. 이들이 평균 3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한다고 가정하면 80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정규직을 뽑는 기업 역시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고용을 줄인다. 그러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될 가능성도 줄어드는 셈이다.”

2015년 기준 전체 기업체 종사자 중 소속 노동자가 250인 이상 기업(대형 기업)에 종사하는 취업자 비중은 15.4%로 OECD 국가 중 뒤에서 두 번째다. 그만큼 좋은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적다는 의미다. 그는 말은 이렇다.

“만약 이 수치가 OECD 평균인 29.1%로 상승한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250인 이상 기업의 일자리는 200만 개 늘어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 대형 기업 고용률이 낮은 것은 기업 잘못도 있다.

“그래서 노동 개혁과 기업 개혁은 한 세트로 묶일 수밖에 없다. 사측은 항상 해고를 자유롭게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노동 경직성으로 얻는 이익도 있다. 지금까지 노사가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한 것이다. 사측은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고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대신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보전한 것이다. 기업에 변화를 요구하려면 먼저 환경을 바꿔줘야 한다. 정부가 노동 경직성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고용만 늘리라고 압박하면 지표상 고용률이 잠시 늘 수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동할 유인을 주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

권 원장은 현재 한국 노동시장은 모두가 불행한 구조라고 덧붙였다.

“결국 고용을 줄이면 기존 정규직 노동자 업무강도는 세진다. 사람이 돈만 보고 사는 게 아니지 않나. 정규직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붕괴되고,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는 낮은 임금으로 먹고살기도 힘들어진다.”

자영업자 망해야 자영업이 산다? “무책임”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 노동 개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처지에서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

“소주성을 바탕에 둔 정책으로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랐다면 그 전 단계 작업이 필요했다. 그게 노동 개혁이나 기업 개혁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잘못 건드렸다간 수습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사실 정권 5년 만에 이루는 건 쉽지 않은 문제이기도 하다. 정치적 부담이 있으니 최저임금 상승이라는 가장 쉬운 선택지를 골랐다.”

- 최저임금 상승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가 폐업하면 자영업 전체 숫자가 줄어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자영업자가 임금노동자로 진입할 퇴로를 찾고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망해 버리는 방식으로 줄면 안 된다. 그건 굉장히 무책임한 이야기다. 1990년에 비해 2010년 자영업 숫자는 줄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줄어들 테니 지금 자영업 문제를 가만히 내버려두자는 이야기는 자영업자 개인이 겪을 고난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말이다.”

- 지금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나.

“우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풀어줘야 한다. 그게 전제돼야 기업이 고용을 함부로 줄이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다. 기업 처지에서 고용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리면 고용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 해고가 빈번해질 텐데.

“노동자 개인은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엄청난 반대에도 부딪힐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의 직장에서 지금보다 쉽게 해고당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겠는가. 그런데 정책은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방향을 택해야 한다.”

- 결국 정치권이 나서야 하는 일로 들린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절반가량이고 부양가족까지 고려하면 표를 얻을 수 있을까.

“그래서 지금까지 현재 구조가 유지됐다. 위정자라면 정치적 부담을 안고서라도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가는 데 설득을 해내야 한다.”

- 또 국가가 해야 할 일이 있나.

“결국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자영업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려면 고용노동부·재정경제부·중소벤처기업부 등 많은 부처가 협력해야 한다. 자영업 문제는 고용·기업·물가 등 다양한 경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해결할 수 있다. 대통령 산하 자영업 문제를 총괄하는 위원회가 필요하다. 지금은 중기부에서 자영업 지원을 맡고 있지만 아무래도 다른 부처보다 예산도 적고 힘이 약해 대책을 마련하기도 급급해 보인다.”

그는 20대 대선을 앞두고 다음 정권에서는 과거 정부의 자영업 ‘대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년간 진보와 보수 진영은 각각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서로 결이 다른 경제정책을 펼치다가 정권 마지막이 돼서야 현실을 깨닫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다음 정부는 정치적 리스크가 있더라도 거시적인 시각에서 자영업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 출발은 노동시장 개혁이다.”

#권순우 #자영업 #노동개혁 #윤석열 #신동아



신동아 202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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