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호

정무 없는 尹 정권, 장제원 · 권성동 다잡으라!

  •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입력2022-08-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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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에게도 윤핵관에게도 정무가 없다

    • 법률적 판단 우선하면서 정치적 판단 무뎌져

    • 취임 100일, 20%대 지지율 추락

    • 휴가 때도 여론의 뭇매 맞은 尹

    • 레임덕 징후까지… 쇄신 또 쇄신해야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8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마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8월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마친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만에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채 위기에 직면했다. 주요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국정 운영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다. 8월 9~11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정 운영 지지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5%, ‘잘못하고 있다’는 66%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 평가한 이유는 인사 난맥, 경험·자질 부족·무능함, 재난 대응 등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1990년대 이후 취임한 대통령 중 취임 1년차 국정 운영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2008년 ‘광우병 파동’이라는 돌발변수 탓에 지지율이 하락했다. 다만 사태가 진정되자 지지율도 곧 반등했다. 이와 달리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대통령 자신에 의해 촉발된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조기 반등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편했던 첫 여름휴가

    지지율 추락은 국정 운영 동력 상실로 이어진다. 실제 윤석열 정부 국정 어젠다는 이해집단의 반발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교육부가 만5세 취학을 골자로 둔 학제개편안을 공개했으나 학부모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

    학제개편 논의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국정 어젠다 중 하나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공론화 시도에 나서지 않았고, 외려 교육부 수장 경질론이 불거지게 했다. 윤석열 정부가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첫 여름휴가도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대통령 내외의 연극 관람조차 국민 눈치를 봐야 했다. 8월 초, 윤 대통령은 경남 거제시 저도에 있는 대통령 별장을 휴가지로 정했다가 막판에 이를 취소했다. 집권당의 불협화음이 커진 상황에서 한가로이 지방 별장을 찾는다는 비난을 의식한 결정이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하는 당대표(이준석)”라는 내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가 이것이 언론에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8월 3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접견하지 않은 것도 구설에 올랐다. 같은 날 윤 대통령 내외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2호선 세입자’라는 연극을 관람하고 출연진과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까지 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한미 공조의 상징이 될 만한 자리를 회피하고 한가롭게 연극이나 관람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펠로시 의장 방한은 사전에 의전 등이 논의됐고 합의된 내용에 따라 일정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 방한을 외면하고 중국 눈치를 살폈다는 오해를 해소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정무·홍보 기능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다.

    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일부 인사들은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레임덕 징후까지 나타난 셈이다.

    검사의 틀로 국정 이끄나?

    윤석열 정부가 국민적 지지를 잃은 근본 원인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어쩌다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통령 자리를 단기간에 꿰찬 이례적 인물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를 공식으로 시작한 건 지난해 7월부터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민심이 정권교체를 원했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공정과 상식을 대변할 인물로 비치면서 이변을 낳았다. 선출직 공직을 경험하지 못한 윤 대통령이 법률가(또는 검사)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대통령이 된 이상 민심을 헤아리고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려 노력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 참모나 측근 그룹은 ‘검찰총장 윤석열’에서 ‘대통령 윤석열’로의 변화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정무·기획을 설계해야 했지만 그런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하는 것을 소통이라 여기는 듯하다. 실제로 도어스테핑은 청와대 민간 개방에 이어 윤석열 정부의 상징이 됐다.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 소통 방식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도 확신에 찬 답변으로 일관했다.

    소통은 형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한 법. 윤 대통령의 발언은 검사의 투박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혹평으로 이어졌다. 여당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는 사람으로 표현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과거에는 민변 출신이 도배하지 않았나”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는 식의 발언은 대중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에 둔감하거나 관심이 없는 듯 행동하기도 했다. 7월 초 국정 수행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 국면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선거 때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 의미 없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과연 그럴까. 윤 대통령은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신승을 거뒀다. 달리 말하면 대통령에 취임한 순간부터 국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국민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를 향한 검증과 비판을 야당과 언론 탓 정도로 인식하는가 하면, 조언하는 정치권 원로들과도 거리를 뒀다고 한다.

    보수 진영 전략가로 알려진 원로급 인사의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되고 그에 따른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는 법률적 판단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 같다. 지지율이 추락해도 대통령으로서 권한은 유지된다는 사고가 정치적, 정무적 판단을 무디게 만들 측면이 있다.”
    이쯤 되면 도어스테핑을 중단 또는 축소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진언이 이어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고수하고 있다. 고집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윤핵관과 거리 두기 가능할까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진과 일부 장관을 교체하며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정작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회자되는 데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정무적 판단을 한낱 ‘여의도식 정치’ ‘비효율’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핵관’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야 할 위치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당선이 쉬운 보수 성향 지역구를 둔 탓에 정치적 변화에 둔감하고 정무적 판단이 예리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준석 당대표 해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도 윤핵관은 중심을 잡지 못했다. 이에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윤핵관들이 2선 후퇴하는 결단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통령 한 사람의 의중을 살피는 데 집중된 권력구조를 삼성처럼 시스템으로 운영되도록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통해 장제원 라인, 권성동 라인, 김건희 라인 등으로 사분오열된 대통령실의 체계도 다잡아야 한다는 게 정치권 원로들의 주문이다.

    신동아 9월호 표지.

    신동아 9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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