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호

콩 단백질로 만든 참치 통조림도 나왔다

‘채식 선호’ 2000만 명 시대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2-08-1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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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체육 넘어 대체수산물 시장 ‘꿈틀’

    • 오뚜기, 국내 식품기업 최초 식물성 참치 통조림 ‘언튜나’ 선보여

    • 혁신의 심장, 사내 스타트업 ‘언피스크’ 첫 프로젝트

    언튜나는 콩 단백질과 카놀라유를 사용해 시판 참치 통조림의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왼쪽). 오뚜기가 6월 출시한 식물성 참치 통조림 ‘언튜나(UNTUNA) 식물성 바질 참치’. [오뚜기]

    언튜나는 콩 단백질과 카놀라유를 사용해 시판 참치 통조림의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왼쪽). 오뚜기가 6월 출시한 식물성 참치 통조림 ‘언튜나(UNTUNA) 식물성 바질 참치’. [오뚜기]

    ‘채식’은 세계적 트렌드다. 과거에 비해 채식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은 물론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보호, 동물권 등을 고려한 ‘가치소비(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 소비하는 것)’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올해 3월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포천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채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261억6000만 달러(약 34조1126억 원)에서 2028년 613억5000만 달러(80조4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채식 바람’이 뜨겁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200만 명이다. 2008년(약 15만 명)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어도 채식을 좋아하는 이른바 ‘채식 선호’ 인구도 한국 전체 인구(올해 6월 기준 약 5158만 명)의 3분의 1(1500~20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수요엔 공급이 따른다. 채식 인구를 겨냥한 식품업계의 포트폴리오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그동안 채식 시장은 대체육(代替肉·비동물성 재료로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지만 최근엔 생선, 달걀, 우유, 치즈 등에서도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대체품이 등장했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짐과 동시에 식품기업들의 경쟁도 뜨거워지는 추세다.

    오뚜기는 기존과는 차별화된 상품으로 생선, 즉 대체 수산물 시장을 선점하고 나섰다. 6월 17일 오뚜기는 콩 단백질로 만든 참치 통조림 ‘언튜나(UNTUNA) 식물성 바질 참치’(이하 언튜나)를 출시했다. 과거 타 식품기업에서 식물성 참치가 판매되긴 했지만 통조림 형태 시판은 오뚜기가 최초다.

    가치소비 경향이 늘면서 세계 채식 인구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8년 세계 채식 시장은 약 8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Gettyimage]

    가치소비 경향이 늘면서 세계 채식 인구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8년 세계 채식 시장은 약 8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Gettyimage]

    혁신으로 ‘녹색 맛’에 새로움 더하다

    오뚜기는 언튜나로 대체 수산물 시장에 첫발을 들였다. 참치 대신 콩 단백질을, 일반 기름 대신 카놀라유를 사용해 동물성 원료 없이도 참치 통조림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오뚜기가 6월 21일부터 7월 16일까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언튜나 판매를 통해 진행한 펀딩은 목표 금액(50만 원)의 2247%를 달성했다.



    언튜나는 오뚜기 ‘조직 혁신’의 산물이다. 오뚜기는 사내에 대체 수산물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스타트업 ‘언피스크(UNFISK109)’를 따로 꾸렸다. 언피스크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식물성 참치 개발. 오뚜기 중앙연구소, 오뚜기 SF연구소와 협업해 언튜나를 탄생시켰다. 오뚜기 관계자에 따르면 언피스크는 언튜나를 이을 또 다른 대체 수산물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오뚜기가 ‘헬로 베지(Hello Veggie)’에서 처음 선보인 비건 레토르트 카레, 짜장. [오뚜기]

    오뚜기가 ‘헬로 베지(Hello Veggie)’에서 처음 선보인 비건 레토르트 카레, 짜장. [오뚜기]

    언튜나는 오뚜기 ‘채식 포트폴리오’의 일부다. 오뚜기는 언튜나 이외에도 다양한 비건 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비건 전문 브랜드 ‘헬로 베지(Hello Veggie)’를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채소가득카레’ ‘채소가득짜장’을 출시했다. 카레는 새송이버섯, 병아리콩, 토마토, 샐러리, 양파 등으로 맛을 냈다. 짜장은 표고버섯, 완두콩, 우엉, 감자 등으로 만들었다.

    두 제품 모두 레토르트 카레, 짜장 중에서는 최초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조리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도 장점이다. 파우치를 세울 수 있도록 고안돼 전자레인지 조리가 가능하다. 오뚜기 관계자는 “헬로베지 라인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면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비건 식품으로 채식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의 기존 채식 제품. 비건 냉동 볶음밥 ‘그린가든’(왼쪽 두 개)과 비건 라면 ‘채황’(오른쪽). [오뚜기]

    오뚜기의 기존 채식 제품. 비건 냉동 볶음밥 ‘그린가든’(왼쪽 두 개)과 비건 라면 ‘채황’(오른쪽). [오뚜기]

    언튜나와 헬로 베지가 올해 등장한 ‘뉴에이지’라면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식’도 있다. 먼저 2019년 오뚜기가 선보인 최초의 채식 라면 ‘채황’이다. 버섯, 무, 양파, 마늘, 양배추, 청경채, 당근, 파, 고추, 생강 등 10가지 채소를 넣어 만들었다. 채황은 채식 라면 시장의 선구자다. 채황 출시 이후 시장에 채식 라면 제품이 급격히 늘고 대중화가 이뤄졌다. 2020년 오뚜기가 비건 인증을 받아 출시한 ‘그린 가든’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채황이 ‘면’의 강자라면 그린 가든 시리즈는 ‘밥’의 강자다. 냉동 볶음밥 2종 ‘그린가든 카레볶음밥’과 ‘그린가든 모닝글로리볶음밥’으로 구성됐다.

    더 커질 채식 시장, 더 다양한 제품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월 28일 발표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비건식품’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식품 시장규모는 2020년 208억 9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대비 23.7% 증가한 수치다. 5년 뒤인 2025년에는 그 규모가 271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자료에서 성인 5510명을 대상으로 ‘비건 식생활 참여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1%는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비건으로 살고 싶다’는 답변이 18.8%,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다’가 49.3%였다. ‘비건 식품 지속 구입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품목별로 대체육(39.4%), 우유 대체식(39.4%), 비건 면류(24.3%), 비건 간편식(22.9%), 비건 빵류(20.4%) 순으로 높은 재구매 의향을 드러냈다.

    오뚜기는 향후 증가할 채식 수요에 맞춰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건 식품에 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추후 더 많은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오뚜기는 종합 식품 기업이다. 면, 간편식, 소스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비건 식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부분이 다른 식품기업의 채식 제품과 차별화되는 지점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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